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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21 17:19 수정 : 2012.03.21 17:19

[매거진 esc] 김산환의 캠퍼캠퍼
큰 비용 들인 뒤에도 시행착오로 지갑 얇아지는 캠핑 초보자들에게

2011년 여름, 한 아웃도어용품 제조업체의 지점장 회의. 등산장비점 점장 표정은 심드렁한 반면, 캠핑장비점 점장은 입을 귀에 걸고 한껏 의기양양해했다. 이유는 하나, 현격한 매출 차이 때문이었다. 등산장비점은 하루 매출이 100만원을 턱걸이했지만, 캠핑장비점은 5000만원을 넘봤다. 물론, 전체 시장 규모로 보자면 캠핑장비는 등산장비의 상대가 안 된다. 캠핑용품 시장은 3조원에 육박한다는 등산용품 시장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여름철엔 다르다. ‘캠핑용품 장사는 여름 한철 벌어 한해를 난다.’

이렇듯 캠핑용품의 여름 특수를 보장하는 데는 초보 캠퍼들이 단단히 한몫한다. 초보들은, 휴가 때 캠핑을 가고는 싶은데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 그래서 휴가를 코앞에 두고 한꺼번에 장비를 사들인다. 한번 매장 방문에 200만원어치 이상 구입은 예사다. 당연히 캠핑장비점 주인의 입은 기쁨에 겨워 찢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캠핑장비를 마련하면 거기서 끝일까?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캠퍼들은 보통 캠핑을 시작한 지 1년 안에 장비를 갈아탄다. 실제 캠핑을 다니면서 자신에게 꼭 맞는 장비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 초기엔 캠핑을 얼마나 다닐까 싶어, 허접한 세트 장비를 사는 캠퍼들이 많다. 이들은 십중팔구 1년 안에 장비를 바꾼다.

김산환 제공
이런 헛발질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순차적으로 장비를 사야 한다. 내게 필요한 장비를 따져보고 목록을 정해 꼭 필요한 것부터 산다. 먼저, 인터넷 캠핑카페를 찾아다니며 사려는 장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캠핑장에서 다른 캠퍼가 쓰는 장비들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아주 좋은 일이다. 이렇게 필요에 의해 하나씩 사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적어진다. 또 구입 비용이 분산돼 부담도 줄어든다. 캠퍼 중엔 비용을 줄여보자고 인터넷 카페 등에서 중고품을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중고라고 해서 무조건 싼 건 아니다. 보통 2~3회 사용한 제품은 정가의 70%를 줘야 한다. 사용 횟수가 많은 것은 50%까지 내려가기도 하지만 이런 제품은 신뢰할 게 못 된다. 또 텐트처럼 값이 비싸고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제품은 직거래가 일반적이다. 사려는 이가 찾아가는 것이 상례. 구입자가 시간과 기름값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중고 장비가 반드시 가격 대비 실리에서 유리한 게 아니다. 또 텐트나 타프·의자·테이블 등 고가의 중고 장비를 살 때는 ‘애프터서비스(AS) 가능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인터넷 캠핑카페를 섭렵하다 보면 ‘지름신’을 모시는 캠퍼들의 숱한 사연을 접하게 된다. 날마다 방문하는 택배 아저씨와 쌓여가는 새 캠핑장비들, 그것을 보고 눈에 쌍심지를 돋우는 아내에게 연신 용서를 빌면서도 다시 지름신을 모실 궁리를 하는 캠퍼들. 카페에서 공동구매하는 캠핑장비를 보면 또 지를까봐 아예 카페에 발을 끊으려 몸부림치는 캠퍼들의 눈물 나는 장비 사랑이라니. 그래도 어쩌랴. 캠핑장비를 그렇게 장만하면서 얻는 기쁨이 캠핑 가는 것만큼이나 큰 것을.

김산환 <캠핑폐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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