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04 17:38
수정 : 2012.04.04 17:38
[매거진 esc] 김산환의 캠퍼캠퍼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로 사랑받는
공동구매 제품들…품목별 ‘선택적
고려’해야 낭패 안 봐
‘7번국도’를 아시는지? 캠핑계에 입문한 지 5년 이상 된 고수라면 ‘7번국도’란 말만 들어도 가슴 찌릿한 느낌이 들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7번국도는 부산에서 휴전선까지 동해안을 따라 난 도로가 아니다. 요즘 인터넷 캠핑 카페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공동구매의 원조가 바로 ‘7번국도’다.
7번국도는 우리나라에 캠핑 열기가 서서히 고조되던 2000년대 중반 혜성처럼 나타나 저렴한 값에 캠핑장비를 공급했던 전설적인 캠퍼의 닉네임이자 상표명이다. 7번국도는 국내 제조업체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캠핑장비를 만드는 중국의 공장을 찾아내 같은 재료를 이용해 장비를 제조했고, ‘메이커’보다 훨씬 싸게 인터넷 카페에서 공동구매 형식으로 팔았다. 당연히, 비싼 캠핑장비 때문에 강호를 방황하던 캠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최근엔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팔기 위해 카페를 운영하는 이른바 ‘공구카페’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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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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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구카페의 등장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캠퍼들에게는 단비와도 같다. 같은 아이템의 장비를 유명 브랜드보다 30% 이상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성능이 크게 뒤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건 브랜드보다 기능성에서 앞서기도 한다. 중국의 같은 공장에서 같은 재료로 같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다 보니 상표만 다른 경우도 많다. 캠퍼들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해 제품 기능을 개선하는 발빠른 대응도 공구카페의 장점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있다. 우선 유명 브랜드 디자인 베끼기가 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공구카페에 가면 ‘○○사와 똑같은 디자인과 재질’이란 카피를 써서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디자인만 베끼는 게 아니다. 색상까지 똑같다. 특히 럭셔리 캠핑의 대명사로 불리는 일본 ㅅ사가 베끼기의 주요 타깃이다. 이것은 엄격히 말해 디자인 특허 침해다. 부정적 기능은 또 있다. 애프터서비스 문제다. 대부분의 공구카페는 ‘애프터서비스 시설’이 없다. 있다 해도 제한적이거나 불편이 따른다. 따라서 공동구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환불·교환을 택할 수밖에 없다. 카페 자체 제작 브랜드는 대부분 환불을 해주지만, 타사 제품을 공동구매한 경우엔 배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자, 그렇다면 공동구매 제품을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 문제는 ‘선택적 고려’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즉 공동구매에 적합한 아이템의 장비는 과감히 사라는 것이다. 브랜드에 비해 30~50%나 싼 가격의 유혹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겠는가. 코펠이나 팩, 식기류 등 금속제품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 타프의 경우도 브랜드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또 싼 가격대의 소품류도 괜찮다. 망가지더라도 크게 손해 보는 것은 없다. 다만, 제조과정에서 숙련된 기능이 요구되는 제품들은 꼼꼼히 따져본 뒤 공동구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텐트나 침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들은 값이 비싸고,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애프터서비스를 받기도 불편하다. 자칫 잘못 산 캠핑장비 때문에 울화병이 생길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김산환의 캠퍼캠퍼 <캠핑폐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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