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02 17:08
수정 : 2012.05.02 17:08
[매거진 esc] 김산환의 캠퍼캠퍼
남자 캠핑족들이 어려워하는 요리, 기본 상식 알면 어렵지 않아
남편분들. 한달쯤 아내의 사랑을 듬뿍 받는 길이 있다. 캠핑장에서 1박2일만 아내에게 헌신하라. 딱 이틀만 아내를 여왕처럼 받들어 모셔보라. 한달 정도는 알차고 푸짐한 밥상을 받을 것이고, 패륜적 범죄가 아닌 이상 웬만한 잘못쯤은 눈감아 줄 것이다. 확신한다.
캠핑장에서 아내를 받드는 일 가운데 최우선을 꼽자면 요리다. 캠핑장에서 요리와 설거지는 당연히(?) 남자의 몫이다. 요리 잘하는 남자, 요리를 못해도 자신이 하겠다고 설레발치는 남자가 ‘진짜 남자’로 대접받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설거지는 하겠는데 요리엔 영 자신이 없어하는 남자들! 솥뚜껑 운전은 늘 아내의 몫이었기 때문에 라면과 달걀프라이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항변한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캠핑장에서 하는 요리는 요리가 아니다. 그것은 캠핑의 한 부분이다. 요리 없는 캠핑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명심하라. 캠핑 가기 전, 회심의 요리에 대한 레시피를 숙지하고, 바비큐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춰라. 그 누구라도 셰프처럼 당당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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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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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요리에 대한 팁을 주자면, 우선 장비를 믿으라는 것이다. 바비큐 그릴이나 더치오븐을 이용한 요리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보통 고기류 훈제는 1시간 이상 걸린다. 따라서 시간이 요리를 한다. 방정맞게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지 말고, 레시피에 정해진 시간만큼 참고 기다려라. 그러면 저절로 요리가 된다.
다음으로 바비큐 요리에 꼭 등장하는 매리네이드·시즈닝·럽 같은 말에 겁먹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들은 모두 재료에 밑간을 하라는 것이다. 소금이나 설탕, 후추 같은 재료를 비벼서 밑간을 하면 럽이고, 올리브 오일이나 과일즙 등을 이용해 육류의 잡냄새를 제거하고 풍미를 더해주면 매리네이드다. 시즈닝은 요리를 하기 직전에 소금이나 후추를 뿌려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이런 것은 몰라도 된다는 것이다. 캠핑장 레시피는 단순화하는 게 좋다. 통삼겹살에 굵은소금과 후추만 뿌려서 훈제를 해도 집이나 식당에서 먹는 요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통삼겹살을 별다른 양념 없이 고추장이나 된장을 발라 반나절만 숙성시켜 훈제를 해보시라. 별미가 따로 없다.
공식을 만드는 것도 바비큐를 잘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요리엔 패턴이 있다. 주재료만 달라질 뿐, 방식은 대체로 동일하다. 예를 들어 고추장삼겹살과 닭갈비의 차이는 무엇일까? 주재료가 다를 뿐 고추장을 이용한 양념은 같다. 조리방법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안동찜닭과 닭볶음탕도 간장과 고추장을 메인 양념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다를 뿐, 조리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바비큐 요리에 대한 패턴만 익혀두면 어떤 재료를 가져와도 당황하지 않게 된다.
마지막으로 코펠에 짓는 밥이다. 삼층밥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는 남자들이 많으리라. 하지만 물·불·시간만 알면 고민 끝이다. 우선 물의 양을 조금 많이 잡아라. 압력밥솥이 아닌 이상 수증기로 많이 샌다. 둘째, 밥의 양을 조금 많이 해라. 쌀이 많아야 삼투압 현상이 벌어져 밥이 잘된다. 셋째, 불은 처음부터 중불 이하로 한다. 밥이 끓으면 불을 최대한 줄인다. 넷째, 뜸을 충분히 들여야 밥이 맛있다. 보통 15분 이상 뜸을 들여라. 이것만 알면 밥 짓기 통달이다. 아내 받들기, 참 쉽다.
김산환의 캠퍼캠퍼 <캠핑폐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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