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30 17:08
수정 : 2012.05.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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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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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산환의 캠퍼캠퍼
이웃 배려 못하고 소음에 자리 뺏기, 뒤처리 나 몰라라 민폐 캠핑족 척결 위한 캠핑예절백서
캠핑장은 ‘날것 그대로’의 공간이다. 캠핑장에서는 캠퍼의 사생활이 19금 에로영화만큼이나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왜 그러냐고? 텐트는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같은 아파트에 살더라도 이웃집이 어떻게 꾸며졌는지 방문하지 않고는 모른다. 그러나 캠핑장에서는 이웃 캠퍼의 살림살이가 빤히 들여다보인다. 특히 여름처럼 사이트를 개방형으로 꾸리는 때는 더욱 여과 없이 노출된다. ‘여과 없는 노출’. 캠핑장이 다른 어떤 곳보다 예절이 필요한 장소임을 드러내는 말이다.
캠핑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을 꼽자면 당연히 ‘소리’다. 초보들은 텐트가 집처럼 방음이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천만의 말씀이다. 텐트는 방음이 거의 안 된다. 야간에는 오히려 소리를 끌어모은다. 소곤거리는 소리, 조심스럽게 걷는 발걸음 소리까지 다 들린다. 따라서 텐트만 믿고 목소리를 높였다가는 엄청난 민폐를 끼치게 된다. 실제로 밤중에 이웃 텐트에서 19금에 준하는 ‘야릇한 소리’가 이어져 민망하게 만드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
캠퍼 중엔 늦은 밤에 캠핑장에 도착해 사이트를 구축하는 이들이 있다. 하루라도 더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불원천리 달려온 캠퍼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도 지켜야 할 도리는 있다. 그 밤에 펙을 박는다고 쾅쾅 망치질을 해서야 되겠는가. 장작을 패는 일도 마찬가지다. 한밤중 장작패기는 이웃에 행패를 부리는 것과 다름없다. 소리에 의한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모닥불 피워놓고 잘 놀다가, 왜 한밤중에 부부싸움을 하는가.
‘소리’ 외에도 지켜야 할 예절은 많다. 자신만 편하자고 사이트를 넓게 잡는 캠퍼도 꼴불견이다. 요즘 출시되는 대형 리빙셸은 길이 7m, 폭 5m가 넘는다. 여기에 타프를 치고, 주차까지 하면 중형 평수의 아파트보다 넓은 면적을 점령하게 된다. 캠핑장이 한가할 때야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주말이나 휴가철엔 다르다.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
편의시설 사용 때에도 캠퍼의 도덕적 수준이 드러난다. 취사장과 화장실, 샤워장은 캠퍼들의 공중도덕을 재는 잣대다. 설거지 때 음식물쓰레기의 깨끗한 처리, 화장실에서의 깔끔한 뒤처리는 공동 편의시설 이용의 기본 예절이다. 다음 이용자를 위해, 그리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뒤처리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캠핑장에서의 공놀이도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운동장이 있거나, 놀이 공간이 확실히 규정된 곳이라면 괜찮다. 그러나 그런 공간을 가진 캠핑장은 많지 않다. 비좁은 공간에서 야구나 축구 같은 공놀이를 하면 다른 캠퍼에게 피해를 준다. 물론 ‘아이들 신나게 노는 것 보려고 캠핑 왔는데 무슨 말씀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래도 다른 캠퍼의 사생활을 침해해서야 되겠는가.
이 밖에도 확 들이박고 싶은 꼴불견은 많다. 줄기 굵기가 어린이 팔뚝만한 작은 나무에 타프를 치고 태연히 걸터앉은 캠퍼, 모닥불 피우고 남은 재를 함부로 버리는 캠퍼, 낮부터 술에 취해 고주망태가 된 캠퍼, 목줄 없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 캠퍼, 양해도 없이 남의 텐트 안을 들여다보며 살림살이 이야기하는 캠퍼…. 이런 캠퍼들 더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산환의 캠퍼캠퍼 <캠핑폐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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