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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0 18:13 수정 : 2015.03.23 13:54

김산환 제공

[매거진 esc] 김산환의 캠퍼캠퍼
일부 캠퍼 과시욕에 상술이 만난 ‘글램핑’ 바람 유감

요즘 글램핑이란 말이 유행이다. 글램핑은 ‘화려하다, 매혹적이다’라는 뜻을 가진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고급스러운 캠핑을 뜻한다. 우리말로 순화하면 ‘귀족 야영’이다. 정확한 유래는 알 길 없으나 중세시대 귀족이나 왕이 사냥을 나갈 때 시종들이 바리바리 싸간 장비를 이용해 야영을 했던 것이 원조이지 않았을까 싶다.

국내에서 글램핑을 처음 도입한 곳은 제주신라호텔이다. 제주신라호텔은 2011년부터 호텔 잔디밭에 객실 부럽지 않은 편의시설을 갖춘 텐트를 쳐놓고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게 했다. 제주신라호텔의 글램핑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뒤 많은 호텔과 리조트들이 너도나도 글램핑 따라 하기에 나섰다. 유명 리조트는 스키장 슬로프를 캠핑장으로 조성했다. 골퍼 사이에 이름난 서울 근교의 골프장도 글램핑존을 만들어 운영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는 글램핑이란 이름의 레스토랑도 문을 열었다. 캠핑장비 제조업체의 광고에서도 ‘글램핑’이란 말이 흔하게 쓰인다. 글램핑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마디로 캠핑에 ‘돈질’을 한 느낌이랄까. 글램핑을 표방한 리조트와 호텔의 특징은 텐트를 비롯한 모든 캠핑장비가 세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이 공간을 대여해 하룻밤, 혹은 일정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기에 ‘바비큐’라는 옵션이 따라붙는다. 글램핑에는 바비큐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거나 해당 업체에서 파는 바비큐 재료만 허용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되자 이용료가 비싸진다. 일부 호텔의 경우 4인 가족 1회 이용료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호텔 글램핑장은 잠도 잘 수 없다. 숙박은 호텔의 객실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숙박료까지 포함하면 1일 70만~8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일반 오토캠핑장 이용료가 2만5000원 선인 것에 비하면 비싸도 너~무 비싼 셈이다.

이쯤 되면 캠핑을 저렴한 비용으로 즐기는 ‘국민레저’라 부르기가 민망해진다. 여기에는 명품을 선호하는 한국 사회의 병폐도 한몫을 한다. 일부 캠퍼들의 경우 캠핑장비도 남들에게 ‘자랑질’을 할 수 있게 명품으로 치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업체들은 또 캠퍼들의 그런 욕망을 자극하려고 글램핑이란 단어를 남발한다.

비싸다는 것 말고도 지적사항은 또 있다. 캠핑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텐트가 또하나의 숙박시설로 취급된다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글램핑에는 텐트부터 모든 캠핑장비가 세팅되어 있다. 이용자들은 ‘캠핑스럽게’ 잘 차려진 공간에서 머무는 것이 전부다. 바비큐를 굽는 일을 제외하고는 캠핑을 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게 없다.

캠핑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가족이 힘을 모아 자연 속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캠핑장에서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텐트를 치면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 이 과정이 조금 고될 수도 있지만 뒤돌아보면 이보다 아름다운 추억이 없다. 하지만 글램핑에는 이 과정이 생략됐다. 럭셔리하게 완성된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무늬만 캠핑’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라도 캠핑을 즐기겠다는데 태클을 걸고 싶지는 않다. 다만 글램핑이 마치 캠핑의 대세인 것처럼 치부돼서는 안 될 일이다.

김산환의 캠퍼캠퍼 <캠핑폐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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