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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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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페창업 미스터리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사이에서 단골 장사 성공한 판교 ‘소보로’ 카페
카페가 참 많다. 예전에는 갈 만한 카페들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무선인터넷도 펑펑 잘 터지고 쾌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들도 골목마다 들어차 있다. 수백곳에 이르는 카페들을 돌아다니고, 주인과 손님들과 여러번 대화를 나누고, 직접 문을 열어 운영도 해본 결과, 카페가 잘되려면 딱 두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길목이 좋거나, 매력이 넘치거나! 길목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매력 있는 카페를 만나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 흡사 말 걸어 보고 싶은 이성을 만난 기분과 비슷하다. 요즘 카페들은 하얀 페인트칠에 원목가구들, 주렁주렁 매달린 갓등, 커피와 와플 등의 수십가지 메뉴를 검은 칠판에 가득 적어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카페 공식에 충실한 곳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한마디로 매력이 없다는 소리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괜찮네 싶어도 뒤돌아서면 금세 잊는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주인장만의 생각이 녹아 있어야 한다.
판교 카페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소보로’(사진)는 그런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소보로는 인근에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보다 손님이 많다.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십곳의 카페들이 가득한 이 거리에서 유독 소보로가 인기를 끄는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들머리에 걸린 둥글둥글한 캐릭터, 심플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묘하게 시선을 끌지만 그보다 카페 안쪽에 있는 좌식 테이블이 사람을 끈다. 신발을 벗고 쉴 수 있는 이 테이블은 첫번째 매력 포인트다. 이곳은 전형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미취학 아동이 있는 젊은 부부들도 많다. 칭얼대는 아이 때문에 커피 한잔 제대로 마시기 어려운 주부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 된다. 맛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직접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기 때문에 카페거리의 다른 집보다 진하다. 사실 주문할 때마다 매번 “아메리카노 샷 추가” 외치고 500원, 1000원을 더 내야 하는 일은 번거롭다. 푼돈이지만 왠지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곳의 두번째 매력은 쿠폰이다. 9회 방문 고객에게 평생 30%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6번 방문하면 20% 할인 쿠폰을, 3번 방문하면 10% 할인 쿠폰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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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한국카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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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30% 할인’은 손님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충성도가 높은 단골고객을 유치하는 데 이보다 강력한 방식은 없다. 10~15% 할인율은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그다지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카페 창업 관련 논문들을 살펴보면 최소 25% 이상 할인이 돼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폭탄 할인에 감동받은 고객은 반드시 다른 이들을 데리고 다시 찾는다. 다른 곳의 한 잔 값으로 두 명이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야말로 단골이 되는 것이다. 소보로는 ‘30%’에 ‘평생’을 달았다. 더 강렬한 인상이 남는다. 단골을 만들겠다는 주인장의 강한 집념도 느껴진다. 손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런 카페들은 한 잔의 커피 이외에 무언가 다른 것을 듬뿍 받아 간다는 느낌을 준다.
김태정 한국카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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