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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페창업 미스터리
개업 초기가 더 힘든 카페 운영, 두 주인장의 부지런함으로 극복한 화곡동 ‘카페 드 까사’
외식업은 개업하면 ‘오픈발’로 한두 달 반짝 영업이 잘되고, 그때 손님을 잡지 못하면 망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에 홍보까지 잘했다면 ‘오픈발’로 영업이 잘되는 것은 맞다. 물론 주인장의 지인이 많아 ‘오픈발’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픈발’은 허망한 것이다. 꺼지고 나면 잠 못 이루는 밤에 비는 내리고 하루하루 근심만 쌓인다. 결국 ‘오픈발’은 초기 달콤한 개업선물 같은 것이다.
더구나 이 개업선물은 카페의 경우는 다르다. 음식점은 들어가 작정하고 먹는 능동적인 행동이 전제되기 때문에 ‘오픈발’이 가능하다. 특히 주인이 철학을 가지고 문을 여는 동네 카페에는 ‘오픈발’이란 건 없다. 동네 카페의 초기 방문고객은 주로 지인과 호기심 많은 동네 사람들이다. 동네 주민은 ‘새로 열었네. 꼭 가보자’ 하고 우르르 몰려가는 이들이 아니라 그저 동네를 걷다가 들어가는 이들이다. 바쁘면 지나친다. 그러니 ‘오픈발’이 있을 턱이 없다.
동네 카페의 성공요인은 꾸준히 단골을 만들고, 그 단골들이 와서 편하게 쉬게 만드는 것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를 안 가고 “거기 가자” 마음먹게 만들어야 한다. 찾는 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친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 전략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시 말하면 카페는 초기에 상당 기간 동안 수입이 적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그때까지 버티려면 나가는 돈을 줄여야 한다. 지출을 줄이는 가장 요긴한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오너의 직접 운영 방식은 지출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가족이나 지인을 동원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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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드 까사’에서는 주인이 모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 김태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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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이 적고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인지한 이들은 부동산 계약, 공사, 구매, 운영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두 친구가 나누어 진행했다. 문을 연 뒤에도 칵테일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고 주인이 직접 주메뉴인 칵테일과 홍차를 연구하고 메뉴를 개발했다. 직접 서비스 교육도 받았다.
동네 카페의 장점 중 하나는 종업원을 두지 않고 주인장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응급환자가 없는 치과와 비슷해서 주인장이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잠깐 문을 걸어 잠가도 망하지 않는다. ‘카페 드 까사’의 주인들은 오직 손님들과 행복하게 소통할 수 있는 카페 서비스에 대해서만 고민을 꾸준히 한 덕에 지금은 이 지역에서 사랑받는 카페로 자리잡았다. 1년여 동안 두 오너는 좌절하지 않고, 다른 이도 고용하지 않은 채, 서로를 격려하며 한걸음씩 차근차근 꾸려왔다.
카페는 반짝 매출이 없다. 띄엄띄엄 오시는 오픈 초기 손님이 카페에서 가장 소중한 ‘오픈발’이다.
김태정 한국카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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