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04 17:43
수정 : 2012.04.04 17:43
[매거진 esc] 카페창업 미스터리
간단하지만 센스있는 끼니 메뉴로 사랑받는 일본 동네카페들과 홍대앞 ‘카페 아일’
우리는 카페에 가면 대부분 커피를 마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커피전문점이 아니라면 점점 커피 이외 사이드메뉴의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요즈음 대형 커피체인점 차림표를 보기만 해도 충분히 증명된다. 차림표는 커피 이외의 다양한 먹을거리로 복잡하다. 대형 커피체인점 먹을거리 상황을 살펴보자. 이곳은 인건비 때문에 비숙련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고용한다. 이들은 매장에 대한 애정과 조리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조리가 필요한 메뉴는 팔기 어렵다. 그래서 대형 커피체인점에서는 미리 납품받은 사이드메뉴 또는 아주 단순한 기술이 필요한 메뉴를 판다.
일본의 동네카페들은 대부분 ‘카페고항’(카페밥)이라고 불리는 간단한 식사나 사이드메뉴를 준비한 곳이 많다. 고객(주로 젊은 여성층)들은 이런 메뉴들을 먹기 위해 줄을 서기까지 한다. 조리의 난이도가 높지 않은 간편한 음식이 대부분이다. 만들기 어렵지 않은 음식들이라고 가볍게 보면 안 된다.
그건 단순히 조리기술에 대한 이야기일 뿐,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값도 그리 비싸지 않다. 이런 이유로 고객들은 음식에 대한 불만이 없다. 또 카페 특유의 그윽한 분위기가 주는 심리적 포만감이 음식에 얹어진다.
이는 당연히 커피나 음료메뉴만으로 부족한 매출 증진을 위한 것이지만 카페의 개성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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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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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카페 음식에 많은 기대를 하고 오지는 않는다. 고객이 카페에서 먹고 싶은 음식은 조리기술이 높고 화려한 음식이 아니다. 정성과 센스가 넘치는 따뜻한 음식이다. 그러니 요리기술이 부족함을 걱정해 커피와 와플만 파시려는 주인이 계시다면 생각을 고쳐먹으시라.
수많은 음식 중에서 어떤 음식을 내놓을까에 대한 고민 또한 간단하다.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서 운영 효율이 높은 메뉴를 고르면 된다. 본인이 좋아해야 맛있는지 아닌지도 잘 알 수 있을뿐더러, 메뉴를 권유하기도 수월하다. 또한 운영 효율이라 함은 재고 부담이 적고 주문 시 조리 속도가 빠른 메뉴를 말한다.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 아일’은 여행정보와 와인, 칵테일을 주제로 하는 카페이다. 초기에는 당연히 핵심 콘셉트였던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과 와인 판매 중심의 카페로 운영하였으나, 주변 직장인들과 식사메뉴를 찾는 고객의 증가로 주인은 요리를 연습하기 시작해 식사메뉴를 추가하였다. 물론 큰 반응을 이끌어내 매출 증가에 기여하였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초기의 떡갈비정식에서 지금은 크림버섯리소토, 구운 연어파스타 등 조금 더 난이도가 높으면서 여성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기존의 커피나 음료 판매도 카페의 기본이지만, 이제는 식사메뉴나 사이드메뉴도 그만큼 중요한 카페 메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요리가 어렵다고 겁내지 말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이디어는 시중에 출간된 요리책 두세 권만 사 봐도 된다. 매출이 안 나온다고 고객이나 콘셉트만 탓하지 말라. 안 움직이는 당신이 문제인 것이다.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당장 서점으로 가자. 의지와 관심과 센스만 있으면 고객은 돌아오게 되어 있다.
김태정 한국카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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