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13 17:27
수정 : 2012.06.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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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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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c] 카페창업 미스터리
원두 품종을 깊이 파고들어 커피 맛의 전문성 자랑하는 방배동 ‘이담 커피창고’
터미널 앞 식당은 메뉴가 50가지가 넘는 경우가 많다. 카페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가짓수가 많다. 유명 블로거나 외식전문가들은 메뉴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식재료의 신선함이 떨어지고 종류만 많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집들은 이유가 있다. 터미널은 단순 유동인구가 많이 모이는 곳이다. 다양한 메뉴는 실제로 수익과 연결된다. 세상 사람들은 식당 주인이나 외식전문가 혹은 파워블로거들처럼 음식이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런 고객들에게 식재료의 우수성이나 메뉴의 전문성을 알려봤자 소용이 없다.
그러나 반대로 유동인구가 적고 상주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어찌해야 할까? 이런 곳에 사는 이들은 동네 카페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 섣불리 가격으로 승부하다가는 낭패를 본다. 이웃의 경쟁 카페가 바로 따라할 수 있다. 방법은 메뉴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경지에 오르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방법이다. ‘내 카페의 전문성’을 사랑하는 충성고객은 쉽게 변심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지역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카페로 알려진다.
전문성을 어떻게 키울까? 카페에는 커피, 음료, 디저트, 간단한 식사류가 있다. 각각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커피의 예를 들어보자. 커피의 맛은 원두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원은 원두다. 원두에 집중하는 것이 전문성을 키우는 방법이다. 더구나 원두는 팔 수도 있다. 주인이 수백 가지 다양한 원두를 직접 맛보고 테이스팅해보는 거다. 소모임을 만들어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전문성을 기반으로 나라별로만 메뉴를 준비하지 말고 농장별, 수입회사별, 수확시기별 등 더 세세하게 짰다면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금세 입소문이 난다.
전문성을 키우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재미가 없으면 카페 주인이라도 오래하기 힘들다. 이렇게 익힌 정보를 다시 손님들에게 천천히 전달해주는 것도 좋은 마케팅 방법이다.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주인이 원두를 구입할 때는 보통 1㎏ 이상 사야 한다. 소매상의 요구다. 원두별로 그 정도 양을 구입했다가는 1년이 지나도 다 소비하지 못한다. 엄청난 손해다. 방배동 카페골목 초입에 로스팅 카페, ‘이담 커피창고’ 주인은 간단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생각이 비슷한 카페 주인들과 다양한 원두를 공동구매해서 나누고 테이스팅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카페들이 나라별 대표 원두를 로스팅하여 파는데, ‘이담 커피창고’ 주인은 더 세밀하게 파고들며 더 디테일한 원두품종까지 구별해 로스팅 판매를 하고 있다.
내가 쉽게 하면 남들도 쉽게 따라한다. 남들이 따라하지 못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태정 <카페 잘할 수 있을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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