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04 17:29
수정 : 2012.07.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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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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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c] 카페창업 미스터리
카페와 술집 양분되는 풍토… 재치있는 간판 바꿔달기로 두마리 토끼 잡은 상수역 제비다방
카페를 꿈꾸는 사람들은 자유롭고 문화적인 삶을 동경하는 이가 많다. 막연하게 카페 사업은 출퇴근이 자유롭고 실적과 상하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이, 내 카페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웃으며 지내고, 나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수익이 남지 않으면 자유를 즐긴다든가, 카페 손님과 웃고 지낸다든가 하는 일은 힘들다. 쉽게 말해 커피를 1500원에 팔아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내려면 꽤 많은 커피를 팔아야 한다. 더욱이 하루에 커피를 200잔 팔기 위해서는 좋은 입지에 있어야 하고, 테이크아웃 매출까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결국 카페에서 박리다매로 수익을 얻으려면 길목이 좋은 곳에서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테이크아웃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곳의 임대료는 16.5㎡(5평)라도 월 300만원 이상인 경우가 많다. 당신의 로망은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다. 고민이 시작된다.
이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메뉴 구성밖에 없다. 홍대 인근 지하철 6호선 상수역에 문 연 ‘제비다방’은 독특한 메뉴와 차별화된 카페 운영으로 이런 고민을 해결했다. 이름은 일제강점기 시인 이상이 연 다방에서 따왔다. 오래된 빈티지 스타일의 멋스러운 카페는 날이 어두워지면 간판을 슬쩍 ‘취한제비’로 바꾼다. 지하 1층에서는 홍대의 인디밴드를 위한 작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제비다방은 쉽게 말해 음료와 주류를 판매하여 매출을 올리는 카페다. 술은 맥주나 간단한 칵테일이다. 와인이나 위스키도 있지만 잔술 위주로 판다.
카페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술을 팔 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술보다는 커피와 음료, 그리고 간단한 식사메뉴를 판매하곤 한다. 보통 카페에서 술이 잘 안 팔리는 이유는 분위기와 고객 성향 때문이다. 깔끔하고 예쁜 카페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밝은 카페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어둡고 분위기를 잡을 수 있거나, 펍 같은 느낌의 흥겨움이 있어야 고객은 술을 마시게 된다. 그래서 술을 많이 팔겠다는 콘셉트로 카페를 구성하면 낮 영업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술집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카페 고객은 카페와 술집을 명확히 구분해 방문한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방문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제비다방은 낮과 밤의 영업패턴 변화를 간판을 바꾸는 식으로 고객의 심리를 적절히 유머로 파고들었다. 더욱이 밤 시간의 영업활성화를 위한 밴드공연까지 기획했다.
저녁 시간 볼거리와 카페가 지향하는 이미지의 조화를 통해 고객이 낮과 밤에 매장을 찾을 이유를 적절히 마련하였다. 결국 저녁 시간에 주류를 판매함으로써 매출 상승에 톡톡히 기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제비다방의 사례는 높이 살 만하다.
김태정 <카페 잘할 수 있을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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