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9 18:45
수정 : 2013.01.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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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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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태정의 카페창업 미스터리
요즈음에는 ‘비아’, ‘카누’ 같은 커피 원두를 직접 갈아 만들었다고 하는 고급 가루커피 경쟁이 뜨겁다. 특히 이런 새로운 형태의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스타벅스가 출시한 ‘비아’에서 촉발된 것 같다. 커피전문점들이 가정에서도 자신들의 커피를, 아니 정확하게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마시게 해 시장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 반면에 주로 가정에서 먹는 제품을 만들던 인스턴트커피 업체가 방어 전략으로 들고나온 것이 ‘카누’ 같은 제품이 아닌가 싶다. 모두 같은 제품처럼 소개하지만 내용물을 살펴보면 업체별 전략이 다름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간혹 주변에서 인스턴트 가루커피를 커피전문점에서 먹는 맛과 비교해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다. 가만히 듣다 보면 이 사람은 이기주의자거나 업체를 믿는 순진한 사람이구나 싶다. 커피전문점 맛을 왜 집에서 찾는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가 내 방으로 왔다고, 티브이에서 떠드니깐 진짜 그런 줄 아는 것일까?
원두를 엄선해 직접 갈고, 몇천만원짜리 기계로 정성껏 추출해서 나오는 에스프레소 커피 맛과 그냥 뜨거운 물에 커피 가루 풀어 나오는 맛이 어떻게 같겠는가! 같다면 그 카페는 문 닫고, 바리스타는 짐 싸야 한다.
하긴 카페에서 먹는 맛과 같은 커피를 집에서 먹을 수 있다면 좋긴 하겠다. 가만 생각해 보니 방법이 있긴 하다. ‘핸드드립커피’.
핸드드립커피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하는 고가의 장비가 없어도 만들 수 있다. 단지 커피 원두와 필터, 그리고 2만원 남짓하는 드리퍼만 있으면 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많은 제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대단한 제품 아니어도 괜찮다. 커피의 본모습을 만나기에 가장 경제적이고 기본적인 커피 추출 방식이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격한 고도의 압박 기술을 통해 고급 정보를 뽑아내는 것 같다면, 핸드드립커피는 상대를 천천히 달래가며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자발적으로 속내를 털어놓게 하는 것과 같다. 카페에서 커피를 다루려면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 그 전에 핸드드립커피부터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핸드드립커피는 기초공부다. 커피 원두의 본질적인 향과 맛을 음미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장 편하고 재미있는 커피 공부법이기도 하다. 가장 경제적이기도 하다. 공부도 실습도. 학원에서 배울 필요도 없다. 인터넷 정보만으로도 너무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준비를 갖추는 데 다 합쳐서 10만원도 안 든다. 필수장비라고 하는 드리퍼, 필터, 그라인더, 주전자 세트가 인터넷에서 6만~7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비싼 거 필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원두다.
당신이 핸드드립커피 세트를 구매하는 순간, 당신은 카페를 오픈한 것이다. 처음 자신이 직접 내린 커피가 맛있고, 이런 과정이 재미있어야 카페의 꿈이 시작된다. 카페는 자신이 행복하고 편안한 꿈을 꿀 때 비로소 싹트는 낭만적 사업이다.
김태정 <카페 잘할 수 있을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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