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27 18:52
수정 : 2013.02.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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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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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태정의 카페창업 미스터리
무릇 동네카페라고 하면 소박하고 주인의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네카페라고 해서 반드시 작고 소박할 필요는 없다. 자본력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면 과감하게 주택가 동네에서 큰 규모의 카페를 여는 것도 고민해볼 만한 일이다. 사람들은 작고 소박한 개성 있는 동네카페와 유명 커피전문점을 구별해서 선택하지는 않는다. 일반 주택가에 생기는 멋진 카페들은 대부분 66㎡(20평) 안쪽의 작은 카페들이다. 일종의 단골장사를 하는 카페들이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 만약 스타일 좋은 넓은 개인 카페가 생긴다면? 홍대 맛골목이나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에나 있을 법한 멋진 큰 카페가 우리 동네에 생긴다면?
요즘 개인카페가 동네 곳곳에 입성하기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스타일 좋고 규모가 큰 카페들이 골목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커피 프레지던트’(사진)는 주택가에 문 연 스타일리시한 대형 개인카페의 대표적인 예다. 기와로 된 단독건물 하나를 통째로 카페로 바꾸었다.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의 마당은 주차장과 테라스로 활용한다. 198㎡(60평) 정도로 널찍한 카페 내부는 주인의 감각으로 휙휙 던지듯 배치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로 채워졌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글자 디자인이나 인더스트리얼풍 조명과 가구 등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물씬 난다. 오래된 건물의 선택, 빈티지풍의 인테리어를 보면 ‘지나간 시간의 흐름’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주인의 감성이 느껴진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장점인 너른 공간과 작은 동네카페의 매력인 아기자기함을 함께 갖췄다.
처음 이 카페를 발견하고 굉장한 호기심이 생겼다. 꽤 투자비가 들어간 듯 보였다. 과연 그 정도 투자를 해서 문을 열 만한 장소인가? 사실 카페가 성공할 만한 좋은 입지를 보는 눈은 굉장히 감각적인 영역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의구심은 커져 갔다.
2012년 10월 문을 열어 5개월이 지난 현재 ‘커피 프레지던트’는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이 확인됐다. 불규칙하게 몇 회 방문을 했음에도 시간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손님이 드나들고 있었다. 카페는 이런 형태의 고객방문이 중요하다. 문턱 없이 사랑받는 동네카페는 시간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어야 매출도 증대되기 때문이다. 드디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카페가 주택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작은 개인카페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고객의 갈증을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아닌 또다른 개인카페가 풀어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유동인구 많은 비싼 입지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자리잡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개인카페들은 어떤 입지를 고를지, 어느 정도 투자를 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동네에서 대형 카페를 열어 성공하고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다.
김태정 <카페 잘할 수 있을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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