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3.08 17:10 수정 : 2012.03.08 17:10

컬러진

[매거진 esc] 이것은 유행이 아니다

다시 돌아온 컬러진 유행…소화 어려운 색감에 스키니, 이중고라네

‘진의 세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불란서 칼라진’

광고 카피 속 단어의 어감이 오묘하다. 컬러진이 아니라 칼라진? 프랑스가 아니라 불란서? 이 오묘한 광고 카피의 정체는 색을 입힌 청바지, 컬러진 광고 문구다. 자그마치 29년 전 1983년 국내에 등장한 ‘뉴망’ 칼라진의 잡지 광고에 실렸던 말이다. 웃음이 나온다. 게다가 광고 사진 속 배바지에 가까운 펑퍼짐한 디자인의 ‘칼라진’은 가히 충격적인 비주얼!

1983년 진의 세계에 불어닥친 ‘컬러진’의 새바람은 1996년에도 있었다. 당시 컬러 마케팅으로 한참 재미를 보던 브랜드 베네통은 컬러진을 내놓았다. 중학생이었던 나도 베네통의 알록달록 책가방을 흠모해 마지않았지만, 컬러진은 아무래도 시도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었다. 그해 봄소풍 사진을 확인해보니, 좀 ‘까졌다’는 친구 단 한명이 빨간색 청바지로 한껏 멋을 냈을 뿐이었더랬다.

2000년대 들어서 컬러진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순전히 아이돌 때문이었다. 기억하는가?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노노노노노!” 2009년 컬러진 열풍은 소녀시대의 ‘지’(GEE) 유행과 함께 시작됐다. ‘마른 하체에 인형 몸매 소유자들이 뭔들 안 어울리겠는가’ 구시렁거리며 친구들과 질투 어린 수다를 떨던 그때가 떠오른다.

올해, 그 컬러진이 다시 돌아왔다. 리바이스와 캘빈클라인진 등 유명 청바지 브랜드들이 올봄 ‘잇아이템’으로 밀고 있는 게 바로 컬러진이다. 2009년의 소녀시대 컬러진보다는 좀더 차분한 색깔의 컬러진. 그럼에도 컬러진은 컬러진이고, 스키니진(몸에 달라붙는 청바지)은 스키니진이다.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이유? 그게 누군들 다르겠는가. 봄을 부르는 컬러진은 쇼윈도에서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 옷을 받아들일 수 없는 신체적 조건이 원망스럽기 때문이다. 패션에서 유행은 오고 가지만, 몸은 유행에 따라 바꿀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드는 생각은 ‘차라리 1983년 뉴망의 칼라진을 입고 싶다’는 것. 사진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지만, 넉넉한 허리와 엉덩이라인, 적어도 피는 통할 것 같은 종아리 부분의 폭. 꽉 조여 오는 입고 있는 스키니진이 더욱 갑갑해지는 느낌이다.

청바지가 작업복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게 어언 수십년이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편한 청바지’를 찾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물론 옷에 몸을 맞추면 된다고들 하지만)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체형과 취향에 맞는 청바지를 발견했다 치더라도, 어느새 유행이 지난 스타일이라며 청바지 전문점에서도 찾기가 어려워진다. 이런저런 벽에 맞닥뜨리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 청바지 무늬의 쫄바지를 파는 상점이다.

99%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컬러진은 어디 없을까? 아니, 어떤 스타일의 청바지를 입더라도 ‘유행이네 아니네’라며 입방아 찧지 않는 우리들이 먼저 되어야 하는 걸까? 어쨌든 내 나이와 거의 같은 뉴망의 ‘칼라진’을 한번 꼭 보고 싶다. 아마 ‘빈티지 콘셉트’의 ‘잇아이템’이라고 자랑하면 또 사람들의 눈길이 달라질 게다.

이정연 기자xingxi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이정연 기자의 이것은 유행이 아니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