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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04 18:06 수정 : 2012.04.04 18:06

[매거진 esc] 이것은 유행이 아니다

화려함의 상징에서 경제적 패션활용의 대표적 사례로 거듭난 탈부착식 케이프코트

경기침체와 패션을 엮어내기란 정말 쉬운 일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불황심리를 타개하려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원색이 유행한다”든가, “불안한 상황을 반영하는 듯한 검정 등 무채색 옷이 잘 팔린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과연 그러한가?’라는 검증은 뒤따르지 않는다. 패션업체 입장에서는 경기침체이든 아니든, 그런 해석이 맞든 틀리든, 팔리면 그만이다. 경기침체기 패션 트렌드를 정리한 클리셰 가득한 문장을 보고 있자면 마케팅 술수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깊어간다.

그저 엮어내기 수법이 아니라, 경기침체가 확실히 패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있다. 가장 확실한 것이 ‘탈부착식’ 의류의 경우다. 단벌이기는 해도 단벌 신사·숙녀의 굴욕감보다는 ‘알뜰 소비자’로서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옷을 섞어 입는 ‘믹스매치’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해 ‘멀티유스’ 효과를 낼 수 있다. 외래어의 난무가 불편하다면 ‘1×3’에서 탈부착식 옷을 활용하면 ‘3×3’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4월임에도 눈발 날리는 황당한 날씨에 역시 유용하다. 겨울 내내 유행 아이템으로 각광받았던 케이프코트는 종잡을 수 없는 봄날씨에 제격이다. 일반 트렌치코트에 케이프(망토 모양의 외투)를 덧댄 게 케이프코트이다. 봄철 옷으로 나온 케이프코트는 팔 부분이 없는 조끼 모양의 트렌치코트에 케이프를 덧댔다. 케이프를 떼어내면 살짝 더워질 즈음까지 입을 수 있다.

이런 유용한 쓰임새 덕에 케이프코트는 경기침체기 ‘잇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애초 케이프코트는 경기침체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케이프(망토) 자체는 프랑스 왕정 복고 시대의 이브닝드레스에 덧입는 옷으로, 화려함을 뽐냈다. 오늘날에도 ‘케이프코트로 우아한 멋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다’는 따위의 스타일 연출법이 통하기도 한다.

게다가 근현대 들어와 케이프가 재해석되어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은 것은 크리스티앙 디오르 때문이다. 1956년 가을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마그넷 라인’을 선보였다. ‘U’자형 자석처럼 과장된 곡선 형태를 옷과 모자 등의 디자인에 도입했고, 둥근 어깨 모양의 케이프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 그전까지는 주로 케이프는 아동복의 한 종류로 등장했으나, 이때를 기점으로 케이프는 성인 여성 패션 아이템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케이프코트와 경기침체를 연결짓는 해석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실물경기가 확실히 하향세를 보이던 가을에야 새삼스럽게 ‘탈부착식 케이프코트’의 경제성을 치켜세우는 듯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경기침체가 아니라도 탈부착식 옷의 ‘착한 성격’은 인정해줄 만하다.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 전문가들은 탈부착식 옷의 다양한 쓰임새 덕에 쓸데없이 옷을 사는 소비주의가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꿈에 가까운 기대 같지만, 다행히(?)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니 작은 성과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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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이정연 기자의 이것은 유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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