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08 18:35
수정 : 2012.08.08 18:35
|
예스비(왼쪽), 조이너스 제공
|
[매거진 esc] 이것은 유행이 아니다
몬터레이에서 활짝 핀 히피 문화, 지금도 록페스티벌의 인기 스타일로
검은색 옷들이 주를 이룰 것 같았던 록페스티벌 현장에는 꽃무늬가 넘실댔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복고풍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도심을 떠나 산속에 머무는 록 마니아들의 몸엔 헐렁하고 편안한 히피풍 패션이 편하게 느껴졌다. 자연 속에서 음악을 즐기자니 당연한 현상일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여기에도 역사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록페스티벌이 태초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초가 되는 록페스티벌은 1967년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사이의 작은 도시 몬터레이에서 열린 몬터레이 인터내셔널 팝 페스티벌이었다.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은 ‘음악’에 이끌려 온 것이긴 했지만, 하나의 또다른 공통적인 지향이 있었다. ‘자유, 평화, 사랑’ 등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히피’라고 부른다. 히피들은 스스로를 ‘러브 제너레이션, 러브 크라우드’로 부르며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노래로 만들어 들려주는 새로운 록 밴드한테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보냈다.
이처럼 록페스티벌 문화와 히피 문화는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인연이 있던 것이다. 이 몬터레이 페스티벌을 계기로 히피 문화는 새로운 문화, 또는 문화 운동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작 그것을 어떤 시위, 운동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4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 세대는 그들이 오늘날의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해석하고 또 해석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반전, 평화 운동의 맥락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며, 그 가치는 이어져 오고 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도 록페스티벌 참가자들은 그들 나름의 패션 문화를 간직했다. 무엇보다 평화와 사랑 등을 상징하는 꽃을 즐겨 활용했다. 머리에 꽃을 달았고, 몸에도 꽃무늬 문신을 새겼다. 긴 머리를 둘러 인디언처럼 밴드를 맸다. 히피 문화를 드러내는 수단이자, 록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옷들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록페스티벌 시즌이 다가오면, 수백가지 자료가 쏟아진다. 갖춰야 할 것들이 그만큼 많아졌다고 여기저기서 속삭인다. 히피와 보헤미안 스타일은 최고 인기 스타일 가운데 하나이다. 매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록페 ‘핫’ 스타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록페 여신들은 넘쳐났다. 머리에 큰 꽃을 달고 공연장을 활보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그런 와중에 드는 생각은, 히피와 록페스티벌 문화가 더해져 울림이 더욱 커졌던 젊은이들의 저항정신과 평화를 추구하는 목소리는 오간 데 없다는 것이다.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평화와 점점 멀어지고, 자유는 위축되고 있지 않은가. 사랑보다는 폭력의 순간들이 우리 삶에 더욱 가깝지 않은가. 제주 강정마을에도, <피디(PD)수첩> 작가들의 해고 사태에도, 폭력을 휘두르는 용역들이 판치는 노동 현장에도 꽃무늬 옷을 입고 노래를 들으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