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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0 18:21 수정 : 2013.02.20 18:21

나이키 제공

[매거진 esc] 이것은 유행이 아니다

요가복, 발레복, 러닝복, 수영복…. 봄을 앞두고 옷가지를 정리했다. 일반 옷보다도, 이 기능성(?) 의류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입사 뒤 5년 반 동안 기웃거린 운동 종류가 머릿속에 스친다. 참 여러 운동에 관심을 뒀더랬다. 하지만 그 관심은 이내 사그라지기 일쑤였다. 열거한 운동복들은 곳곳에 처박혀 있었다.

물 맑고, 공기 깨끗한 곳에서 태어났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별달리 ‘운동’이라는 것을 부러 하지는 않았다. 마을 한바퀴 뛰놀고, 개울에서 물장구쳤다. 노느라 집에 제때 들어가지 않아 ‘혼구녕’이 난 적도 많았다. 운동은 안 했지만, 놀이를 하며 몸을 끊임없이 움직였다. 대학 입학 전까지도, 기회가 될 때마다 바깥공기를 마시며 시간 보내길 좋아했다. 여고생들에게 체육 시간은 귀찮기만 한 시간이었지만, 워낙 몸 움직이는 걸 좋아했던 나는 그 시간이 가장 즐거운 때이기도 했다.

딱 그때까지였다. 운동은 잠시 접어뒀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조금이라도 쾌적한 곳에서 운동을 할라치면, 꽤 많은 돈을 투자해야 했다. 운동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갑갑한 실내 운동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지라, 마음도 금세 접었다. 대학 시절, 몸을 움직이며 운동을 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그러다 직업을 갖게 됐고, 돈을 벌게 됐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누구의 돈이나 힘을 빌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운동 순례는 시작됐다. 가장 처음 시작한 것이 수영, 그러고 나서 발레, 달리기, 요가를 했다. 이 운동들 가운데 가장 오래 한 것이 발레였다. 석달 정도를 했을까? 돈과 시간이 있으면 어떤 운동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복병이 있었다. 바로 ‘의지’였다.

그 의지를 북돋우고자 한번도 빼놓지 않은 의식이 있었으니. 바로 관련 용품과 옷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그때만큼은 프로 운동선수가 다 된 듯, 고급 물품과 옷에 눈길을 줬다. 결국 주머니 사정과 타협해, 적정한 값의 옷과 용품을 샀다. 그러고 나서 직접 운동을 하러 가서는 후회를 하곤 했다. ‘좀 더 멋진 것을 살걸!’ 하고. 같은 운동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차림새를 보고 나면 밀려드는 후회!

봄이 가까워져 오니, 여기저기서 멋진 운동복과 운동화를 내놓고 있다. 이미 마음을 빼앗긴 운동복 컬렉션도 있다. 운동복은 운동을 하는 데 적정한 기능만 갖추면 될 터인데, 의지는 자꾸 이쪽 방향으로만 힘을 뻗친다. 어떤 운동을 올봄 시작할지 정하지도 않았는데, 옷만 정해놓은 꼴이다. 여성들의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욱 화려하고 멋진 운동복들이 우리를 유혹할 태세이다.

처음으로 땀 흘리며 운동 아닌 운동을 했던 때를 떠올려 본다. 그때는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그저 재미만 있으면 됐다. 그때와 달라진 게 여럿이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게 아닌가 싶다. ‘재미’이다. 화려하고 멋진 운동복에서라도 우리는 운동하는 재미를 찾으려는 것 아닐까? 그렇게라도 찾고 싶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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