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04 18:10
수정 : 2012.04.04 18:13
[매거진 esc] 뭐야, 이건?
지난해 만우절, 미국의 아이디어상품 쇼핑몰 싱크직닷컴(ThinkGeek.com)에서 오락실 게임기처럼 아이패드를 즐길 수 있는 아이패드용 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는 만우절 속임수 상품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면 스마일마크와 함께 ‘행복한 만우절’이란 메시지가 떠서 보는 사람에게 재미와 허탈감을 선사했다.
하루의 만우절 장난으로 끝날 줄만 알았던 이 유쾌한 아이디어는 이후 이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아이케이드’(iCade·사진)라는 실제 상품으로 출시되었다.
아이케이드는 오락실 게임기의 모양뿐 아니라 기능까지도 쏙 빼닮았다.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등 수백 가지의 고전 게임들을 앱을 통해 내려받을 수 있으며 조이스틱과 8개의 버튼이 있어 추억 속 그때 그 느낌 그대로 게임들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아이패드뿐 아니라 갤럭시탭 역시 장착 및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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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바이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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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케이드를 보고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최신 디지털 기기들 덕분에 우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화려하고 편리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디지털 기기를 옛 아날로그 기기를 재현하는 데 사용하고 열광하는 우리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선생님 몰래 오락실을 드나들던 아날로그 소년도, 방과후 친구들과 오락실로 달려가던 아날로그 소녀도 디지털 파도 속에 갈 곳을 잃어버렸다. 학교 앞 오락실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대형 오락실 안에서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 기기들은 힘없는 노병처럼 구석에 처박혀 있다.
이런 이유로 아이케이드는 단순한 주변기기가 아니라 추억을 현실로 바꾸어주는 타임머신 그 자체다. 아이케이드의 조이스틱과 버튼을 꾹꾹 눌러가며 추억 속 게임을 하는 그 순간, 디지털 시대의 가엾고 힘없는 어른들은 걱정 없이 행복했던 소년소녀들로 다시 돌아간다. 연봉 빼고 모든 게 다 오르는 듯한 가파른 물가상승도, 끊임없는 성과 경쟁도,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 따위도 없는. 걱정이라곤 ‘선생님께 오락실 온 걸 들키면 어쩌나’ 정도였던 순수하고 티 없던 어린 시절로 말이다.
이런 아날로그 소년소녀들이 있는 한 아이케이드 같은 디지로그(Digital + Analog) 상품들은 끊임없이 출시될 것이다. 나 역시 한 명의 아날로그 소녀로서 이런 디지로그 상품들이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오혜진 텐바이텐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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