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러의 신’을 피하려면

[매거진 esc] 서효인의 야구탓

드디어 야구가 시작되었다. 프로야구와 더불어 나의 야구도 시작했다. 사회인 야구 말이다. 우리 팀은 파주에서 열리는 토요루키리그에 참가한다. 3년차에 아직도 루키리그라니, 조금 부끄럽긴 하나 그동안 일년에 두번 이기기도 힘들었다는 점에서 제법 명분은 있겠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개막 후 3연승을 내달렸다. 올 시즌 전에 새 회원 몇을 받으며 전력을 보강하긴 했지만 이런 결과까지는 예상 못했다. 늘 패배에 익숙했던 우리가 세번 게임을 해서 세번 이기다니. 어안이 벙벙하고 감개가 무량하다. 우리는 시즌 시작하기 전에 연습을 하면서 올 시즌 다 해서 3승 정도 예상했다. 예상은 총선 출구조사처럼 어긋났다. 벌써 3승이라니. 개표방송에 침을 꼴깍 삼키는 지역구 후보의 막내 비서처럼 판을 읽지 못하겠다.

야구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은 성인 남자는 대체로 자신감이 넘친다. 소싯적 동네에서 4번 타자와 투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마라톤이나 축구처럼 강인한 심폐 기능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야구를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야구 그까짓 거 잘 던지고 잘 치면 되지!” 그런 자만으로 사회인 야구에 입문하는 당신. 자, 이제 망신의 시간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야구 선수는 평범한 내야 땅볼을 평범한 동작으로 잡아 아주 평범하게 1루로 송구하기 위해 연습을 무한 반복한다. 공이 데굴데굴 굴러온다고 다 잡는 게 아니다. 내 정면으로 오는 공일수록 더욱 집중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으로 잡아줘야 할 것을 놓치면 팀이 무너진다. 사회인 야구에 처음 입문한 팀은 ‘에러의 신’과 자주 접선한다. 아주 기본적인 실수를 누군가 저지르면 걷잡을 수 없이 덩달아 실수한다. 이제 모든 공은 곧 공포다. 그들은 신에게 빌 것이다. ‘제발 나에게 공이 안 오게 해주세요.’

결국 모든 문제는 ‘기본기’로 돌아간다. 지금 우리 팀은 기본이 없는 편인데도, 루키리그에 속해 있는 덕에 행운의 3연승을 했다. 앞으로 7연패를 할지도 모른다. 겨울 내내 펑고를 받은 보람이 조금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모른다. 야구는 새침데기 변덕쟁이고, 언제 우리를 배신할지 모른다. 야구는 알고 있다. 나와 우리 팀이 최선을 다하여 야구를 대하고 있는지. 그라운드에 요행은 없다. 반사이익도 없다. 모든 플레이는 기록으로 남는다.

엊그제 선거에서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야당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민에 대하여, 모든 사안에 대하여 기본에 충실한 정치를 했는지. 야구는 성실하게 해야 결국 이긴다. 야당은 더욱더 성실해야 이긴다. 국민이 때린 타구를 멍청히 쳐다보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뛰어라. 좀!

서효인 시인·<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