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04 17:52
수정 : 2012.07.04 17:52
[매거진 esc] 서효인의 야구탓
1년도 남지 않은 이명박 정권은 언젠가부터 일종의 코미디가 되었다. 그들이 벌여 놓은 일은 전혀 우습지가 않지만, 그 일에 대해 해명하거나, 둘러대는 꼴은 우리에게 유쾌하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다. 그 예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느니, 가뭄에는 4대강이 특효라느니, 국제회의로 국가의 격이 상승했다느니….
어떤 일에 대해서 ‘말’로 명분과 타당성을 세우는 일을 우리는 흔히 ‘논리’라고 한다. 논리가 맞지 않고 앞뒤가 뒤틀리는데, 그것을 뻔뻔하게 우기는 모습에 우리는 실소할 수밖에 없다. 개발 오타쿠께서 녹색성장을 주창하고, 배우자는 결식아동 예산 삭감해 늘린 예산으로 한식 세계화를 선도한다니 이게 웃기지 않으면 뭐가 웃긴가. 지금 우리 사회는 거대한 콘서트장이고, 그 콘서트의 이름은 개그콘서트다. 요즈음 야구 판도 예외가 아니다.
큰 마켓을 지닌 지방 구단의 대표가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주재자와 인사도 나누지 않고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홀로 넓은 테이블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다. 쓸쓸한 코미디다. 그가 9구단 창설에 반대한 이유는 부족한 인프라라고 한다. 그가 몸담은 기업이 행하는 사회적 역할을 돌이켜본다. 동네 치킨집, 피자가게, 슈퍼마켓에도 자비를 베풀지 않는 그들이 갑작스레 중고교 야구에 관심을 표한다. 놀라운 코미디다.
그의 외로운(?) 반대에도 9구단은 탄생했다. 그러나 많은 구단이 8개 구단 체계로 회귀하길 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올해 성적도 좋고, 흑자 전환까지 목전에 둔 특정 구단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내심 망하길 기다리는 것 같다. 한심한 코미디다. 어떤 기업은 자기네와 사이가 좋지 않은 기업이 수원을 연고로 10번째 팀을 꾸리려고 하자 느닷없이 결사반대를 하는 모양새다. 이번에도 근거는 야구 인프라인가 보다. 그 팀이 여태 사용하고 있는 야구장을 보라. 부실한 코미디다. 사람들이 추측하길, 반대의 이유는 이미 노인이 된 오너들이 ‘사이 나쁜 형제’이기 때문이라 한다. 이건 실로 눈물 나는 코미디다.
야구 선수가 최선을 다하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평범한 타구를 우스꽝스럽게 놓칠 때 우리는 웃는다. 건강한 웃음이다. 끝내기 안타로 이길 때 우리는 환호하며 웃는다. 야구는 엔도르핀이 된다. 지금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선사한 웃음은 하나도 안 웃긴데, 웃음이 난다. 건강에 해로운 웃음이다. 재벌로 구성된 이사회에 부탁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달라. 웃기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달라. 9개 구단이라니. 이런 애매한 리그는 없기로 딱! 정한 거다.
서효인 시인·<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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