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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6 18:13 수정 : 2012.09.26 18:13

[매거진 esc] 서효인의 야구탓

야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상승 곡선을 그리던 관중 수는 리그 후반기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새로이 경신되던 리그 관중 수도 올해부터는 감소할 전망이다. 2011년 야구 인기가 현재 인프라에서 이룰 수 있는 최대치의 성과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요즘은 술자리에서 누구도 야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싸이나 애니팡을 이야기할 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더위와 태풍, 올림픽과 대선 등 댈 수 있는 이유는 많다. 그러나 결정적인 이유는 요즘 야구가 재미없기 때문이다.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물론 선수들의 플레이와, 그것이 가르는 승부에서 나온다. 그것은 어느 야구장에나 있다. 우리가 ‘프로’에서 원하는 것은 플레이의 ‘스타일’이다. 각 선수의 개성, 그리고 감독의 개성, 궁극적으로는 팀의 개성이 팬에게 각인되어야 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팀이 맞붙어 만들어내는 순간순간이 스토리를 만들고, 결정적 장면을 만든다.

장종훈, 이정훈, 강석천 등의 다이너마이트 타선 빙그레와 선동열로 대표되는 투수 왕국 해태의 싸움은 얼마나 흥미진진했던가. 김성근 감독의 치밀한 야구가 돋보인 에스케이(SK)와 김경문 감독의 발야구가 꽃피웠던 두산의 대접전은 우리를 얼마나 설레게 했던가. 무서운 상승세의 기아와 끈질긴 투혼의 에스케이가 만들어낸 2009년의 드라마는 또 어떠한가. 모든 장면은 ‘다름’에서 출발하여 ‘같음’으로 수렴된다. 다른 팀이 승부를 펼쳐 같은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재의 야구는 그렇지 않다.

무사 1루에서 번트를 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선발 투수가 100개 정도를 던지면 강판된다. 왼손 타자에게는 왼손 투수가 나온다. 포수는 위기마다 벤치의 사인을 보느라 바쁘고, 웬만한 주자는 감독, 코치의 지시 없이 능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강력한 선발은 없고, 불펜은 불안하고 타자들은 모두 똑딱이다. 홈런은 줄어들었고, 실책은 늘어났다. 구단이 8개라고 해서, 리그 수준이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모두 같은 작전에, 모두 같은 팀컬러에 모두 같은 번트 사인….

이 기이한 평준화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오직 이기기 위해서? 그렇게 하면 다 이기나? 야구가 늘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건 아니다. 그때도 1위 팀은 있었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이여. 당신들은 어쩌면 긴 패배의 목전에 들어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타일은 프로의 모든 것이고, 지금 우리 야구는 스타일이 없다.

서효인 시인·<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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