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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7 18:45 수정 : 2012.10.17 18:45

[매거진 esc] 서효인의 야구탓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었다. 어쩐지 오늘 날씨가 유독 청명하다 싶었다. 어떤 동료는 힘겹게 표를 구했다며 퇴근 시간을 기다렸고, 어떤 동료는 애인과 근처 술집에서 맥주를 앞에 두고 야구 중계를 보기로 했단다. 그 둘이 응원하는 팀은 각자 달랐지만, 달큼하게 달아오른 설렘은 한결같아 보였다. 그래, 좋은 시간 즐기시라. 가을은 야구팬을 위한 계절이니까.

그러나 이번 가을만큼은 나를 위한 계절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며칠 후에 마무리 훈련을 시작한다. 내 마음은 아직 마무리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지들끼리 마무리라니 당치도 않다. 포스트시즌 야구는 133경기가 치러지는 시즌과는 다른 맛이 있다. 단기전으로 1년 농사의 흥망이 결정되는 거대하고 합법적인 심적 도박판에 온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그런 일은 없었지만, 4위가 1위가 되는 것도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정규리그 성적이 적금이라면, 포스트시즌은 주식이다. 한방에 모든 것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차곡차곡 벌어놓은 전력과 큰 경기 경험이 있어야 투자금도 회수하고 우승이라는 선물도 받을 것이다. 역시 포스트시즌은 가을에 어울린다. 한방에 우승이라는 프로 최대의 가치를 수확할 수 있으니까.

메이저리그는 이러한 포스트시즌의 모험담을 더욱 극화시킨다. 디비전 우승팀에 주어지는 혜택은 홈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는 정도밖에 없다. 각 지구 우승을 못하고 승률에 의한 와일드카드로 겨우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팀이나, 월등한 승률로 우승을 차지한 팀이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일본은 반대다. 정규리그의 가치를 엄격하게 지키려는 편이다. 얼마 전까지도 리그에 따라서는 포스트시즌 자체를 열지 않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와 같은 사다리 방식의 포스트시즌이 열리지만 시즌 1위 팀이 1승을 먼저 안고 시작한다. 정규리그 1위 팀의 가치를 보존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의 절충점에 있는 것 같다.

3~4위 팀도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우승팀은 1992년 롯데다. 3위라는 성적으로 가을 잔치에 초대받은 그들은 신인 염종석의 활약과 기관총 군단의 화력으로 삼성, 해태, 빙그레를 차례로 꺾고 그해 우승팀이 된다. 그 우승이 지금까지 롯데의 마지막 우승이기도 하다.

지금은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연장전을 치르고 있다. 각자의 팀을 응원하러 간 두 동료가 지을 내일의 표정은 어떤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서효인 시인·<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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