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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23 20:35 수정 : 2013.01.23 20:35

[매거진 esc] 서효인의 야구탓

1980년대, 그땐 그랬다. 프로야구 선수들을 데리고 동계훈련을 한다면서 속리산 계곡물에 얼음장 깨고 입수하고 그랬다. 등산과 참선 등으로 정신무장을 하고 겨울 산에서 복식호흡을 하며 팀워크를 다지고는 했다. 게임 중에 라커룸에서 짬뽕 시켜서 나눠 먹고 그랬다. 밤새 술 마시고 다음날 선발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다 걸리면 훈련장 뒤쪽에서 ‘줄빠따’ 맞고는 했다. 많은 팬들은 예전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랬다. 예전은 늘 좋다. 추억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이기에, 늘 긍정적으로 소환된다. 잊고 싶은 기억은 잊어버리고, 즐거운 추억만 되새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그땐 그랬지 하며 술잔 기울이는 일은 훌륭한 위로다.

지금 우리 야구는 1980년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선수들의 역할은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고, 겨울철 훈련을 비롯한 각종 훈련은 과학적으로 진행된다. 당시 스타들은 현역 감독이 되었고,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선수들이 지금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금씩 연륜과 경험을 더해가며 야구는 여기까지 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올드팬들은 프로야구 초창기의 향수에 젖고는 한다. 한 시절을 주름잡았던 선수들을 그리워하고, 오래 응원한 팀의 ‘올드 유니폼 데이’ 행사에는 더욱 감회에 잠긴다. 체험한 역사를 돌이켜보고, 감상에 젖으며, 다시 지금의 팀에 이입하는 것은 올드팬의 권리다. 그들이 있어 야구의 전성기가 가능했다. 이제 막 야구의 세계에 진입한 이른바 ‘뉴비’들은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최근 세대갈등이 화두다. <조선일보>에서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해, 세대갈등을 치유하자면서 2030과 5060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특집을 기획했다. 어쩌다 필자가 2030 중 하나로 그들한테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 글을 발표하고 호되게 혼났다. 그땐 더 힘들었다고, 너희는 너무 징징댄다고 말이다. 용산이니 쌍용차니 운운했다가, ‘6·25 동란 등 어려운 시절을 못 겪어본 어리석은 젊은 놈’이 되어버린 것이다. 치유는커녕 갈등의 깊은 골만 확인했다. 향수에 젖어 과거를 노래하는 일은 야구장에서 충분히 가능한데, 왜 그들은 논리가 결여된 ‘추억놀이’를 하려는 걸까.

류현진은 선동열이, 강민호는 이만수가 될 수 없다. 현재는 과거가 모여 생긴 거대한 유기체다. 그것은 앞으로만 간다. 과거는 참고사항이자 반성의 영역이지 신성불가침 혹은 재현 대상이 아니다. 앞으로 가야 홈으로 들어온다. 뒤로 가면, 아웃이다.

서효인 시인·<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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