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6 20:56
수정 : 2013.03.06 20:56
[매거진 esc] 서효인의 야구탓
국제 스포츠 이벤트 중에 가장 어색한 대회를 꼽으라면 단연 세계야구클래식(WBC)일 것이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되었다. 마지막 금메달은 우리나라의 차지가 되었으니, 올림픽 야구의 마지막 챔프는 대한민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를 하는 나라는 미국과 중남미, 동아시아 몇 개국에 불과하다.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라는 종목을 관리하는 국제적 조직의 힘이 미미하며, 그렇기에 국제적 교류보다는 리그의 고유성에 따라 발전하는 종목이 야구다. 한국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있고 미국에는 메이저리그(MLB)가 있으며 일본에는 일본야구기구(NPB)가 있는 식이다. 축구도 나라마다 리그가 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륙별 축구협회가 정한 룰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야구는 그렇지 않다. 엠엘비에서는 커미셔너가 리그의 룰을 제시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의 오너와 그의 하수인이 리그의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야구는 국제경기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야구에서의 훌륭한 팀은 탄탄한 선발을 여럿 갖추고, 기복이 없는 야수들과, 1년 단위의 전략전술을 수립하는 코치진으로 구성된다. 토너먼트에서 우리가 미국과 일본을 이겼다고 해서, 우리의 야구가 그들을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야구는 6개월 정도를 거의 매일같이 경기를 한다. 선수들은 회사원처럼 매일 야구장에 출근해 경기를 뛰고 야밤에 퇴근한다. 보통의 스포츠와 사이클이 다른 것이다. 만약에 한국과 미국, 대만, 일본, 도미니카 등이 리그를 만들어 최소한 100경기를 치르면, 각 나라의 야구 수준을 알 수 있는 정확한 척도가 생기겠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야구는 올림픽에서 오랜 기간 정식 종목이었지만, 야구 종주국 미국은 단 한번도 정예 멤버를 올림픽에 보낸 적이 없다. 시즌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아니었다. 멀쩡히 진행되고 있는 시즌을 잠시 멈추고, 최정예 멤버를 올림픽선수촌으로 보냈다. 그리고 열광했다.
세계야구클래식이 시작되었다. 지난 대회와는 달리 우리 성적이 신통치 못한 것 같다. 어쩐지 크게 언짢지는 않다. 야구는 최소한 7번은 붙어봐야 실력이 가늠된다. 그러니까 일본 이겼다고 좋아하지 말고 네덜란드에 진다고 통탄하지 말자. 진짜 야구는 리그 개막전과 함께 시작하니까.
서효인 시인·<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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