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17 18:38
수정 : 2013.04.17 18:38
[매거진 esc] 서효인의 야구탓
요즘 한화그룹 광고에는 주로 톱스타 김태희가 모델로 나온다. 김태희는 확실히 예쁘다. 그러나 모델의 외모가 기업의 이미지나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광고 자체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물론 김태희의 30초 연기는 훌륭했다. 하지만 지금 프로야구단 한화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프로야구가 개막하자 경기장에 ‘한화야, 한화야’ 소리가 애절하게 울렸다. 지금까지 한화라는 그룹이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회장님의 폭력 사건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둘 다 방망이로 한 일이니, 이것도 기묘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막 후, 3주가 지나서야 한화는 첫 승을 올렸다. 그것도 신생팀 엔씨(NC)다이노스를 상대로 올린 승리다. 13연패에서 다행스럽게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그러나 연패 기간 동안 한화는 도대체 이길 것 같지가 않아서 문제였다. 한화는 지난주(4월8~14일) 6연패를 했는데, 6경기 중에서 3점 차 이내 승부는 한차례도 없었다. 그동안 몸에 사리가 쌓이던 한화 팬들은 목탁을 들고 경기장을 찾는 일도 있었다(실제 상황이다). 1990년대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리그를 씹어 먹던 빙그레의 위용이 사라지고, 이제 만년 하위 팀이 되어버린 현실을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두가지 예상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이야기다. 한화가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다. 2군 구장을 완비하고 재활 치료 시설 또한 완벽하게 구비한다. 신인에게 적당한 기회를 제공하고 기본기부터 다져나간다. 나머지 구단도 투자를 할 테니, 그것보다 더 투자한다. 필요하면 트레이드든 자유계약선수(FA)든 외국인 선수든 전력을 구축한다. 그리고 싸운다. 어차피 더 안 좋아질 것도 없다. 둘째 시나리오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누군가 말했다. “포기하면 편해.”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프로야구의 오랜 하위 팀 스왈로스의 팬으로 유명하다. 스왈로스는 지는 게 당연하므로 하루키는 승부보다는 야구장의 하늘, 선수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한화 팬도 이제 예술가의 시선을 갖고 야구를 좀더 미학적으로 분석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농담이다. 그들은 프로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1승 그리고 1승을 추가하다 보면 지금까지의 불운을 만회하는 어떤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아니다 그것도 아니고, 일단… 실책 없는, 볼넷이 없는, 주루사 없는 경기를 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김태희보다 한화의 승리가 보고 싶을 뿐! 이 정도면 야구 팬의 염원이 온전히 전달되었으리라.
서효인 시인·<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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