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윤승철씨. 사진/윤승철씨 제공
|
[디어 청춘 3회] 사하라 마라톤 최연소 참가자 ‘평발’ 윤승철씨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어요. 포기하려는 순간, 눈앞에 꼭 하나씩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보였어요. 그게 무엇이었는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하니TV>가 선보인 청춘 테드 프로그램 ‘디어(Dear) 청춘’이 세 번째 강사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인 윤승철씨다. 그는 지난 10월,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카 이집트의 사하라 사막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최연소로 출전했다.
“2009년 대학에 입학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를 알게 됐어요. 6박 7일 동안 달릴 수 있다면 앞으로 뭐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무모한 도전이 시작됐어요.”
사하라 사막 마라톤의 총 길이는 250km. 하루 평균 40km를 달려야 하고, 그중 2일인 롱데이(Long day) 기간에는 80km를 뛰어야 한다. 도전 기간 동안 자신이 먹을 물과 음식, 침낭, 비상 물품 등을 모두 가방에 메고 달린다. 꼭 챙겨야 하는 장비만 스물일곱 가지, 가방 무게만 12kg이 넘는다. 그 무게는 첫날부터 고통으로 다가왔다.
매일 2000kcal이 넘는 식단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마트에서 “가장 칼로리 높은 견과류가 뭐예요?”라고 물었다가, 허겁지겁 뛰쳐나온 관리자로부터 “식약청에서 나오셨느냐?”(웃음)는 말을 듣기도 했다.
“체력이 가장 고민이었어요.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마라톤을 해본 적도 없고, 제 발은 병원에서 연구 자료로 남길 만큼 심각한 평발이었죠. 일부러 해병대에 지원했고, 전역한 뒤에도 매일 5km를 달리며 꾸준히 노력했어요.”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4일째 되던 날 ‘나는 누구인가, 여기에 왜 왔을까?’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는 끝내 250km를 완주했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앞에 가는 선수가 한 그루 나무처럼 보였는데,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어요.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했을 땐, 앞서 가던 선수가 남긴 발자국이 보였죠. 사막에 남은 발자국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구나, 가슴이 벅차 눈앞이 흐려졌어요.” 위기도 많았다. 포기하려는 순간, 눈앞에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씩 찾아왔다. “완주하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는 여성도 참여했고, 60대 할아버지도 지팡이 하나에 의존해서 끝까지 가더라고요. 그런 모습에 비하면 저는 무척 건강했거든요. 문득 이 마라톤에 출전하고 싶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운동했던 열정이 떠올랐죠. 그래 누구나 할 수 있다. 이건 의지의 문제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사막이 제게 다가왔어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레이스를 펼치는 동안 열정은 더 단단해졌다. “한 유리병에는 파리를 넣고, 또 다른 유리병에는 벌을 넣어요. 불을 끄고, 병 바닥에 불을 비추면 밝은 곳이 출구인 줄 아는 벌은 그 주변만 맴돌아요. 똥파리는 부딪혀보고, 또 부딪혀보고 결국 먼저 병에서 빠져나오죠. 어느 날, 도서관에 갔어요. 친구들은 똑같은 토익 책을 보고 있고,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입사 지원서를 쓰고 있었어요. 그 모습은 제 가슴을 뜨겁게 하지 않았어요. 분명, 전 그런 친구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20대의 열정을 즐기고 싶었고, 똥파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아타카마 사막, 고비 사막, 그리고 남극 레이스까지 4대 극한 레이스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모두 완주하면 그랜드 슬래머라 부르는데, 내년에 모두 끝낸다면 세계 최연소 그랜드 슬래머가 되는 거예요. 이제 시작이죠.”(웃음)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