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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2 19:11 수정 : 2012.02.22 19:11

[매거진 esc] 토이 스토리

어슴푸레한 새벽, 얼룩덜룩한 옷을 입은 건장한 사내 한 무리가 조용히 산비탈을 오른다. 그들은 다음달에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이 자신들의 목을 죄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선두가 멈췄다. 지휘관인 듯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 일행을 돌아본다. “오늘도 평소처럼 두 팀으로 나눌게요. 그리고 쌍둥이 아빠님, 저번처럼 손으로 비비탄 던지면 무효입니다. 한 가지 더요. 또 큰 국제행사가 있습니다. 에어건 들고 다니거나 인터넷에 중고 판매하는 사람이라도 단속해서 실적 올리는 때니까 각자 주의하세요. 한두 번도 아니니 ‘더러워서 접는다’는 말씀은 마시고요.”

경찰의 불법총기 소지·판매자 검거 발표 뒤, 에어건 서바이벌 동호인들은 쥐불놀이하다 소 먹일 꼴까지 몽땅 태워버린 동네 꼬마 녀석들 신세다. 사실 동호인들이 쓰는 비비탄총은 유리는커녕 상대가 옷이라도 두툼하게 입고 있으면 ‘맞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에어건 또는 비비탄총은 발사 수단이 무엇이든 위력이 0.2줄(J)을 넘어서는 안 된다. 2m 거리에서 종이 2장 정도를 뚫는 힘이다. 성인용으로 파는 제품이 이렇고, 14살 이상 제품은 0.14줄로 더 엄격하다. 동호인들은 “종이 두 장 뚫으면 에어건, 세 장 뚫으면 인명살상이 가능한 총기”라며 한숨이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수많은 에어건 동호인들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됐다. 시련 속에서도 전쟁놀이나 하는 철없는 어른이라는 주변의 시선 탓에 규제 완화 요구도 못 하는 동호인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비비탄총과 골프채 가운데 뭐가 더 위험하겠어?”

조정제 <스터프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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