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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04 18:16 수정 : 2012.04.04 18:16

[매거진 esc] 토이 스토리

김동원(40)씨는 먼 길을 갈 때도 웬만해서는 고속도로에 오르는 법이 없다. 통행료가 아깝거나 막히는 길을 피하려는 게 아니다. 보물을 찾기 위해서다. 길과 길이 만나는 지방 소도시의 인적 드문 문방구에 숨어 있는 낡은 조립식 모형이 그가 찾는 보물이다. 간판의 ‘문방구’란 세 글자가 성하지 않은 오래된 가게에 들어서면, 시간과 동떨어져 지내던 장난감들이 팔려 나갈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를 반긴다. 1980년대 코흘리개를 티브이 앞으로 불러모았던 독수리오형제 사령선(사진)이나 2차 세계대전 독일전차군단의 주력 무기였던 타이거 전차 같은 멋진 물건을 만나면 먼 길을 돌아오느라 쌓인 피로가 훌훌 날아간다.

추억은 빛바랜 것일수록 희소성이 높다. 1980~1990년대 아카데미과학이 생산했던 조립식 로봇이나 콜트 에어건 시리즈는 국보급이다. 변신이라고 해 봤자 팔다리를 접고 모자 같은 걸 뒤집어쓰는 게 고작인 혹성전자로봇, 일본의 로보다치란 제품을 베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일과학의 보물섬 시리즈는 부르는 게 값이다.

‘돈이 된다’는 말에 몇 년 전 업자들까지 나서 산간벽지의 문방구를 싹싹 훑고 다닌 뒤로는 보물찾기에 실패하고 빈손으로 돌아갈 때가 더 많지만 김씨는 탐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 못 팔게 된 장난감이니 헐값에 가져가라는 주인과 가격표보다 웃돈을 내겠다는 손님 사이에 벌어지는 이상한 실랑이가 그를 낯선 지방 소도시로 이끄는 또다른 보물이다.

글·사진 조정제 <스터프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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