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19 16:09
수정 : 2012.04.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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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보드게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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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토이 스토리
손에 쥔 게 무엇이든, 한국에서 성인이 어른스럽지 못한 취미를 갖는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호기심으로 다가와 냉소로 돌아서는 주위의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보드게임도 ‘애들이나 하는 유치한 놀이’라는 편견과 ‘도박과 비슷한 것’이라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색안경 낀 어른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보드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취미를 설명할 때 이른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진 엘리트가 예상외로 많이 즐긴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고스톱·포커도 넓은 의미에서는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보드게임은 도박의 도구로서 불합격이다. 게임 한판에 몇 시간씩 걸리니 일단 자격 미달이다. 지난 2010년 누리꾼들 사이에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낳은 컴퓨터 게임을 종이판에 옮긴 ‘문명 보드게임’은 한 게임을 끝내는 데 대여섯 시간이 걸린다. 진짜 도박이라면 집 한 채를 털어먹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완성도에서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그리콜라’(사진)는 진행 속도뿐 아니라 소재도 도박과는 거리가 멀다. 이 게임의 목표는 황무지를 일궈 농장을 가꾸고 가축을 기르며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잘 사는 것이다. 한탕주의나 속임수 따위가 발붙일 곳은 없다.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려고 멘사의 추천을 받았다는 문구를 붙이거나 교육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임도 있다. 그래도 편견을 거두지 못하겠다고? 가족과 함께 즐기면 좋은 보드게임이 앱으로도 여럿 소개되었으니 스마트폰에서 ‘맞고’만 찾지 말고 ‘우봉고’나 ‘블로커스’를 검색해 보기 바란다.
조정제 <스터프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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