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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06 18:00 수정 : 2012.06.06 18:00

웽거 16999 자이언트 스위스 아미 나이프

[매거진 esc] 토이 스토리

1980년대 후반, 동네 꼬마 녀석들이 죄다 맥가이버 머리를 하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 두발 규정 때문에 머리 모양으로는 그에게 오마주를 바칠 수 없던 우리는, 대신 흰색 십자가 로고가 새겨진 접이식 칼에 빠져 있었다. 몇 가지 도구가 숨겨져 있는지, 드라마에서 쓰였던 도구와 얼마나 비슷한지를 놓고, 우리는 교실 뒤에서 머리를 맞대고 침을 튀겨 가며 자신의 도구를 자랑하기에 바빴다. 두세 가지 칼에 톱, 병따개, 가위, 펜치 등등이 달려 있는 맥가이버 칼을 이용해 벗어나는 ‘위기’라고 해 봤자 점심시간이 끝나고 이쑤시개를 뽑아 이에 낀 고춧가루를 적출해 내는 게 고작이었지만 맥가이버 칼만 있으면 피닉스 재단의 첩보원이 된 양 뿌듯했다.

무려 87가지 도구를 한켜 한켜 쌓아 만든 웽거 16999 자이언트 스위스 아미 나이프(사진) 역시 이쑤시개를 빼놓고는 쓸데가 마땅치 않다. 141가지 기능이 숨겨져 있다지만 폭이 무려 26㎝나 되어서 주머니에 넣는 게 불가능하고, 필요한 도구를 찾아 펼치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릴 테니, 위급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칼을 통째로 집어던져 벽을 부수고 탈출하는 게 나을 것이다. 현재 이 칼은 미국 아마존에서 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처음 출시될 때는 1400달러였는데, 최근 값을 대폭 내렸다. 실용성으로 따지면 녹말 이쑤시개만도 못하지만 수집가들의 진열장에서는 그 어떤 맥가이버 칼보다 빛날 거다.

조정제 <스터프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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