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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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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데뷔가 늦었습니다. 한겨레에서만 친절한 기자, 송경화입니다.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 갔다가 당황하신 분들 많죠? 평소처럼 ‘신용카드 2~3개월 무이자 할부’가 안 돼서요. 저희 어머니도 그러셨다더군요. 집엔 바쁘다고 설명을 못 했지만요. 이제 설명을 좀 드릴게요. (엄마, 이거 봐!) 새해에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이 바뀌었어요. 영세 중소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율을 1.8%에서 1.5%로 내리는 게 골자예요. 대신 대형마트 같은 대형 가맹점은 2% 안팎으로 높이게 됐어요. 원래 1.5% 정도였거든요. 2011년 식당 주인들이 휴업하고 시위했던 거 기억나시죠? 큰 가맹점에선 적게 받고 작은 가맹점에선 많이 받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었죠. 이게 받아들여진 거예요. 카드사들이 계산해보니 수수료가 연간 8739억원 줄어든대요. 이걸 근거로 각종 카드 혜택들을 줄이고 있죠. 그래도 기존만큼 이익을 내기 어렵대요. 가만히 있을 카드사들이 아니죠. 바뀐 여전법에는 이런 문장이 슬쩍 들어가 있어요. ‘대형 가맹점은 판촉행사 비용 50%의 초과 부담을 카드사에 요구하면 안 된다.’ 판촉 행사? 50% 초과 부담? 이게 뭐지? 연초 ‘무이자 할부 중단’ 사태는 이 문장에서 시작돼요. 지금까지 늘 이용되던 ‘무이자 할부’는 카드사가 비용을 부담해 왔어요. 연간 1조2000억원이래요. 이 ‘무이자 할부’가 물건의 ‘판촉 행사’에 해당되니까 대형마트에서 50%를 부담하라는 거예요. 카드사로선 6000억원을 아끼게 되는 거죠. 홈쇼핑 회사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대개 반반씩 고객 수수료를 대납해 왔어요. 대형 가맹점들은 ‘불가’ 입장이에요. 그래서 연초 무이자 할부가 중단됐죠. 무이자 할부는 카드 고객 유치 수단이지 판촉 행사가 아니라는 거예요. 특히 대형마트 입장이 강경해요.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일 도입 등 ‘업계 위기’가 중첩된 상황에서 너무한다는 거죠. 이마트가 계산해보니 50%를 부담할 경우 연간 400억~500억원이 든대요. 홈플러스, 롯데마트까지 합하면 1000억원이 훌쩍 넘죠. 사실 무이자 할부는 ‘누이(카드사) 좋고, 매부(대형 가맹점) 좋고’예요. 그렇지 않나요? 고객이 그만큼 부담 없이 소비하면 마트 매출도 늘고, 카드사 수수료 수입도 늘잖아요. 2011년 기준 전체 카드 매출 393조8708억원 중 68조175억원이 할부 구매예요. 17.26%를 차지하죠. 예전에는 어땠을까요? 10년 전인 2001년엔 10.07%에 불과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예전엔 할부를 그렇게 많이 이용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상시적 무이자 할부가 보편화하면서 늘었죠. 그만큼 고가 물건 구매에 부담도 적어지고요. 갈등의 배경엔 현재 진행중인 수수료 협상이 있어요.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올려야 하는데, 아직도 협상이 마무리 안 된 곳들이 있거든요. 대형마트랑 항공사, 통신사가 그래요. 수수료가 8739억원 줄면 카드사들 마케팅 비용을 줄여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거예요. 카드사들이 한 해 5조원 정도 마케팅에 돈을 쓰거든요. 수익의 20%쯤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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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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