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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 도중 눈에 안약을 넣은 뒤 인상을 찌푸리는 이상득 의원. 그는 14일 와 만나 “또 무슨 일이 터질까봐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몸무게가 4킬로그램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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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대통령 형님’ 이상득 의원 인터뷰
영포라인 영광과 몰락의 드라마
‘영일대군’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발길을 끊은 지 오래였다. 비서진은 “어디 계신지 우리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가 가끔 들르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 앞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뻗치기’(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특정 장소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 이틀 만인 지난 9일 오후 점심 먹고 들어오는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과 대면했다. 그는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한들 사람들이 믿어주겠느냐”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물러설 수는 없었다. 14일 저녁 이 의원의 약속 장소를 찾아갔다.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밤 9시쯤 약속 장소에서 차를 타고 떠나기 전 기자를 알아본 그는 “참 집요하다. 고생이 많은데 차나 한잔하자”며 마음의 문을 빼꼼히 열었다. 근처 찻집으로 옮긴 뒤 짬을 봐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보좌관 얘기부터 치고 들어갔다. 그는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고 다닌다”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바깥에서 열심히 자원외교 하러 다녔다고 하지만, 국회 의원회관에 근무하던 박배수 보좌관은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한테 6억여원의 로비 자금을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보좌관 사고를 막기 위해 집안 좋고 사람 좋은 사람을 코오롱에 부탁해서 뽑은 게 그 사람이다. 100% 믿었는데….(침묵) 내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요새 사람 안 만난다. 뻔뻔스럽게 다닐 수 있나. 하루하루가 힘들다. 또 무슨 일이 터질까봐. 요새 몸무게가 4킬로그램이 줄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의원 자신도 7억원을 비서 계좌에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7억원이 한 덩어리로 계좌에 들어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사람 만나 밥 먹고 하는 데 비용이 들고, 보좌진 7명에게도 넉넉지는 않아도 남들보다는 활동비를 조금씩 더 줘야 한다. 그런 돈을 회관 비서한테 때때로 줬다. 비서는 그 돈을 통장에 넣어두고 회관 살림을 살았다. 지인들에게 보낸 명절 선물까지 이 돈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2년 반 동안 쓴 기록을 다 합하니 7억원이 됐다. 어떻든 제3의 사람으로부터 받은 게 아니다. 가족 행사 등 이런 것에서 나온 내 개인 돈이라는 점을 검찰에 설명했다.”
-얼마 전 검찰이 프라임저축은행의 퇴출 저지 로비와 관련해 이 의원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밝히기도 했는데.
“검찰에서 제발 명백하게 수사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진실이 나오지 않겠나.”
파이시티 돈 받은 박영준그는 이미 이명박 사람
최시중은 너무 방심했더라 윤리지원관실 존재 몰랐고
프라임저축 로비 연루 의혹도
제발 명백하게 수사해봐라
인사·이권 개입설은 상상
대통령 근방엘 가지 않았다 <한겨레>는 어제(18일)치 1면에서 “포스코 계열인 포스텍이 2010년 6월 부산저축은행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날리는 과정에 이상득 의원이 개입했다”는 포스코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보도 4일 전인 인터뷰 당일엔 이와 관련된 소문에 관해 아는지, 이상득 배후설이 사실인지 물었다. “말도 안된다. 절대 그런 일 없다. 삼성도 500억원을 투자했더다라. 삼성도 투자하니까 삼성 믿고 괜찮다 싶어서 포스텍도 투자하지 않았겠느냐.” 그동안 인사 개입뿐 아니라 권력형 비리와 관련된 의혹마다 이 의원이 배후로 거론되고 있다. “인사나 이권에 내가 개입했다고 하는데 상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안 했다. 월급쟁이 사장을 약 10년간 하면서 그런 면에서는 나는 상당히 훈련받았다. 지난 4년 동안 청탁 등을 피하려고 새로운 사람을 안 만났다. 자원외교 하러 해외 나가서도 내 방에는 아무도 들여놓지 않았으며, 동행 인사를 따로 만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조신하게 행동했다면 파이시티 사건으로 최근 구속된 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한테는 왜 미리 몸조심을 경고하지 않았나? 그는 오래전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사고 칠 인물이라는 지목을 받았는데. “나는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전문경영인은 한계가 있고 이를 벗어나면 안 된다. 박 전 차관은 (이명박 대통령한테) 간 지가 오래됐다. 나와는 일년에 한두번 전화할까 말까 하는 사이다. 한번 보좌관이었다고 평생 보좌관은 아니지 않나. 아들이나 친동생도 독립해 나가면 뭐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박 전 차관의 배후에 이 의원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내가 박영준을 조종하고 박영준이 대통령을 조종할 수 있나. 그것은 미안하지만 너무 상상이다. (동생이) 대통령 된 뒤 나는 대통령 근방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대통령은 내 어드바이스가 필요 없다. 선거는 내가 경험이 많지만 선거 이외에는 대통령이 더 큰 조직을 이끌었고 시장도 지내는 등 나보다 더 큰 경험을 했다. 내가 할 게 뭐 있나.” ‘안가 소동’을 봐도 사람들은 형님인 이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본다.(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6월9일 아침 7시 이 의원은 이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조찬 모임이 예정돼 있던 서울 삼청동 안가의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그 집은 류우익 대통령비서실장의 관저였다.) “대통령이 촛불시위 수습책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들으려고 불렀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자주 갔다면 집을 못 찾았겠는가. 나는 그 사건이 그만큼 대통령을 따로 안 만났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의 오해가 있구먼.”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김주성씨도 ‘형님 인맥’이 아닌가? “대통령이 인사를 자기 시스템으로 하지 왜 나하고 의논을 하나. 노조 문제로 골치를 앓던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서울시에서 공모할 때, 내가 그 사람한테 나라 위해 봉사하는 차원에서 응모를 해보라고 권유한 적은 있다. 그 이후 관여한 적은 전혀 없다.” 사람들은 그런 말을 안 믿을 것이다. “아무도 믿으려 안 한다. 이래서 사람들이 병들어 죽거나 자살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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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그는 지난 1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포스텍의 500억원 투자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묻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자신의 보좌관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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