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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왼쪽) 새누리당 의원, 배재정(오른쪽) 민주통합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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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김상민-배재정 ‘30대 대담’
여야 두 명의 40대 초선의원이 30대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김상민(40) 새누리당 의원과 배재정(45)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아주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상민 의원은 새누리당 청년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대학생자원봉사단 ‘브이(V·Volunteer) 원정대’를 설립해 활동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대선기획단 조직위원을 맡고 있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은 <부산일보> 기자 출신으로 역시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아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미디어본부장을 맡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에도 대담 참석을 요청했으나, 안 원장 쪽에서는 지난 11일 “아직 대선 후보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대선 출마를 전제로 한 듯한 언론사 대담에 나서기 어렵다”며 거절 의사를 밝혀왔다. 김 의원과 배 의원의 대담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졌다.
386세대가 보수화됐다는 지적에 대해-지금의 30대를 말하기에 앞서 이제 40대에 들어서거나 중반인 두 의원의 30대는 어땠는지 듣고 싶다. 배재정(배) 서른이 되던 1997년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2007년 마흔이 되면서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뒀다. 나의 30대는 보수적인 신문사 조직에서 여기자로 살아남으려고 나만의 전쟁을 치른, 가장 치열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30대 후반으로 갈수록 직급이 높아지면서 편집국장 혹은 사장 등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품었는데, 30대를 마감하면서 꿈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상민(김) 배 의원과 달리 (1970년대생) 92학번인 나는 386 바로 아래 세대에 해당한다. 배 의원은 이미 사회생활을 하다가 아이엠에프를 맞았지만, 나는 그때가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다. 어디 갈 데가 없었다. 그 어려웠던 20대 후반을 거치며 30대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기존 질서로부터 떨어져 나와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엔지오(NGO·비정부기구)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반대로 기존 질서에 그대로 흡수되는 선택을 한 친구들도 있었다. 전자가 나처럼 (30살이었던)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찍은 사람이었다면, 후자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쪽이었다. -2002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때 30대였던 386세대는 김 의원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많이 지지했다. 40대에 접어든 지금, 386세대가 상대적으로 보수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외환위기 이후 노동 환경이 워낙 나빠졌다. 우리 신문사에서도 당시 명예퇴직과 정리해고가 이어졌다. 우리는 삶의 많은 지점에서 선택의 시기에 놓이는데 우리 386세대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경제적 환경이 어려워지다 보니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자각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런(보수화)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 나 역시 신문사에서 ‘지금 한마디 더 해서 찍힐 것인가, 그냥 침묵함으로써 미래를 보장받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냉정히 말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우리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위험해진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 보수냐 진보냐, 이런 이데올로기적 구분으로 세대를 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은 무엇이 성공이고 행복이냐, 어떤 것이 덜 권위적이고 상식적이냐, 이런 기준이 더 중요해졌다. 사람들의 요구는 ‘진보가 낫다, 보수가 낫다’가 아니라 행복한 성공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누가 이 시대에 맞는 행복과 성공을 대변해줄 수 있느냐, 이걸 따지는 것이다. 그들이 30대 때 노무현을 찍었다가 다시 이명박을 찍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배 어떤 이야기인지 알겠는데,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다른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나만 해도 초등학교 다닐 때 반공 포스터 속 김일성 머리에는 항상 뿔을 그려야 했던 시대를 살았다. 지금의 20~30대는 그런 어떠한 이데올로기나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롭다. 이전 세대가 경직된 사회 구조 속에 억눌려 있었다면, 지금 젊은 세대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 대안 매체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의사소통하고 있다.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편으로 진보적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김 동의한다. 핵심은 기득권이다. 자칭 진보에도 보수에도 잘못된 기득권 그룹이 있다. 부패한 기득권 그룹에 맞서 싸우는 세대가 30대라고 본다. 일방적으로 규정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혐오는 흔히 권위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다. -자연스럽게 30대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은 가장 진보적 세대, 가장 반새누리당 세대로 나타난다.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김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반새누리당이라는 것은 맞다. 왜냐면 그동안 새누리당이 권위주의적 행태, 상식적이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 정치적 언어도 예전 스타일을 고집했다. 당연히 그들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새누리당이 한국 사회의 기득권 그룹을 대표한다고 이미지화된 부분도 있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여기에서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모든 기득권 그룹에 대한 불신과 에너지가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과 최근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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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왼쪽)과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30대 유권자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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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도 보수에도 잘못된 기득권 그룹 있어
그것과 싸우는 게 젊은 세대지 이념으로 구분짓는 건 반대” 문재인 캠프 배재정
20~30대는 트위터 등을 통해 정치적 취향과 공감 나눠
하지만 치고받고 싸우던 치열한 토론 사라진게 아쉬워”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를 때…
-여론조사 업체에서 임의로 나눈 것이 아니라 응답자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이념성향을 진보 혹은 보수로 말한 것이다. 김 선택지가 그렇게 주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진보라면 생활도 진보적이라야 하는데, 보수적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 만약 ‘권위주의를 선호하나, 탈권위주의를 선호하나’ 이렇게 물었다면 탈권위주의를 선택했을 것이다. 배 길게 논의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자신들이 진보라고 한다면 정치권이 이런 의사를 수용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은 나 역시 느끼고 있다. 민주당도 이 부분에서 반성할 부분이 많다. -지금의 30대는 트위터 등을 통한 정치적 소통이나 정치인 팬클럽 활동에 익숙하다. 정치 참여 방식도 두 의원이 30대였을 때와 많이 다른 것 아닌가? 배 1995년께에 한국에 인터넷이 처음 들어온 것으로 아는데 내가 그해에 정보통신부를 담당했다. 그 ‘신기한 물건’이라는 인터넷을 취재하며 안철수 원장을 인터뷰했던 경험도 있다. 서울 개포동 자택까지 찾아가서 바이러스 백신 개발 등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렇듯 나의 30대는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점이었다. 김 소통에 대한 열망은 지금이나 그때나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다만 이제는 그게 좀더 빠른 속도로, ‘나’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정도의 차이라고 본다. 우리 때만 해도 온라인 게시판에 누군가 글을 올리면 동참하는 형식의 소통이 많았다. 반면 지금 20~30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중요한 세대다. 나를 드러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다른 사람을 쫓아다니며 들러리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페이스북을 통해 ‘좋아요’ 혹은 무관심으로 바뀌었다. 공감과 취향이 정치적 선호의 기준이 된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 취향과 공감 못지않게 어떤 지점에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할 때가 있지 않나? 배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공감과 소통이 물론 중요한데 우리가 참 잘 못하는 것이 논쟁이다. 의도된 논쟁은 있어야 한다. 토론을 통해 갈등을 좁히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공감과 소통의 시대로 건너오면서 치고받고 싸우던 치열한 토론은 사라진 것 아닌가 한다. 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를 때 거기에는 정의가 없고 논리적 타당성이 없나. 나는 있다고 본다. 내 말은 예전 방식의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대중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려 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언어적 감성과 능력이다. ‘하라면 해, 이게 맞잖아’ 하면 ‘그래? 네가 옳은데 나는 싫어’ 이렇게 나오는 거다. -대선이 곧 다가오는데, 30대에 대한 두 당 혹은 두 후보 쪽의 핵심 전략은 어떤 건가? 김 박근혜 후보는 새로운 세대의 문화와 언어를 익혀야 한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스타일’이다. 30대를 포함한 젊은층은 ‘저 후보는 내 스타일이야’라는 표현에 익숙하지 ‘저 후보의 이런저런 공약이 좋아’, 이러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념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개념은 기본이다. 박 후보가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게 자랑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이미 옛날이다. 젊은 세대가 지닌 감성의 언어, 문화의 언어, 시대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배 비슷하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젊은 세대가 맞닥뜨린 얽히고설킨 난제를 풀어가려면 그들을 찾아 현장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들과 함께 ‘청년과 함께하는 축제 같은 정권교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행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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