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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8 17:00 수정 : 2012.09.29 13:15

새누리당의 텃밭이던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번 추석, 부산 민심이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추석을 사흘 앞둔 27일 오전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에서 한 상인이 고등어를 옮기고 있다. 부산/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토요판 / 커버스토리] 나는 부산입니다

▶ 부산은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한 ‘야도’였습니다. 유신독재의 종말을 불러온 부마 민주항쟁도 1979년 10월16일 부산의 시위에서 시작됐지요. 부산의 야성은 1990년 민정당과 민주당, 공화당이 3당 통합을 한 이후 사그라지는 듯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치러진 몇 차례의 선거에서 부산 민심은 ‘야성’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는 12월19일 치러질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산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야권 단일화에 대한 광주 민심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새누리 텃밭은 왜 흔들리는가
한가위 앞 ‘대선 민심’을 듣다

나는 ‘부산’입니다.

동쪽과 남쪽에 바다를 맞댄, 대한민국 제2의 도시지요.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와 활기가 그득한 자갈치시장, 해운대 백사장을 끼고 주욱 늘어선 초고층 빌딩들의 위용은 언제나 저의 자랑거리죠. 이런 매력 때문일까요. 영화 <범죄와의 전쟁>과 <도둑들>을 비롯해 드라마 <해운대의 연인들>, <응답하라 1997>, <골든타임> 등 수많은 작품들이 올해 저를 주무대로 선택했지요. 10월4일부터는 전세계 ‘별’들이 총출동하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됩니다. 개막식 입장권이 1분34초 만에 매진됐다네요. 도시 곳곳이 축제 분위기가 될 테죠. 아, 대한민국 제2의 도시란 명성에 어울리는 분위기 아니겠어요?

하지만 요새 제 자부심은 전 같지 않습니다. 뚝뚝 떨어지는 각종 수치들을 한번 보면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죠. 우선, 인구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요. 20년 전만 해도 400만명 수준이었는데 올해 357만명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2040년이 되면 301만5000명까지 떨어진다(통계청)는 관측까지 나와요. 특히 한창 일할 나이의 2030세대의 유출이 심각합니다. 일자리가 없는 게 원인이죠. 한국은행 부산본부의 ‘부산지역 고용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부산의 고용률은 2분기 56%에 그쳐 6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았지요.

기업들은 앞다퉈 경남 창원이나 김해, 양산 등 외곽으로 빠지고 있어요. 대기업들도 사정이 좋지 않아요. 정리해고 문제로 지난해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한진중공업은 노사협상이 타결된 뒤에도 뒤숭숭합니다. 4년째 상선 한척도 수주하지 못한데다 복직하기로 했던 정리해고자들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거든요. 회사가 임금이 싼 필리핀 수비크조선소로 옮겨갈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좀처럼 잦아들질 않네요. 강서구 신호단지에 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죠. 직원 5500명 가운데 800명이 신청했어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일본 닛산자동차에 매각된다더라’ 등의 소문이 파다하다”는 게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관계자의 얘기입니다.

답답해지네요. ‘앞으론 뭘 먹고 살아야 할까.’ 요새 저의 최대 고민이랍니다.

박근혜는 ‘부산 스타일’ 몰라요
신공항 유치와 해수부 부활에
된다, 안된다 확답 않고
저축은행 피해는 쳐다도 안봐요
공천 비리도 막 터져요

야권 쪽으로 기운 건 아니에요
민주당은 정부 비판만 하고
안철수는 질질 끄는 게 별로였어요
그래도 20대 투표율 높아지고
중년층도 ‘살기 힘들다’ 술렁대니
단일화되면 해볼만하대요

어쩌다 제가 이런 걱정을 하는 처지가 됐을까요. ‘이게 다 여당 탓’이란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듭니다. ‘잘되면 내 덕이고, 못되면 나라님 탓’이냐고요? 아, 여러분!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이후 보수당의 손만 들어줬던 제가 오죽했으면 이렇게 돌아섰겠어요.

잘 아시잖아요. 제가 지난 20년 동안 일편단심, 새누리당(과거 신한국당·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줬다는 걸. 좀 창피하긴 하지만 ‘새누리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까지 듣는 저 아닙니까. 16대 땐 국회의원 자리 전체(19명)를 한나라당에 몰아줬고, 야당 바람이 휘몰아치던 4·11 총선 때도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심정으로 민주통합당에 고작 2석만 내준 접니다. 그런데 총선 끝난 뒤, 새누리당 하는 걸 보니 영 맘에 안 드네요. 지난 24일 <한겨레>에 보도된 부산·울산·경남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신 분들은 흔들리는 제 맘을 눈치채셨을 거예요.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게 낫다’는 응답이 48.5%나 됐잖아요. 사실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에 의석을 몰아주면서도 여당, 야당에 51.3% 대 40.2%로 표를 나눠주며 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는데, 잘 티가 안 났나 봐요?

미워도 다시 한번? 이번엔 다르다

도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냐고요? 1박2일(지난 25·26일) 동안 만나본 시민들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먼저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양수산부를 해체하고 멀티항만 정책을 펴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도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경쟁시키다가 무산시켜버렸다”는 걸 문제로 지적하시더군요. “동북아 복합물류 허브를 조성해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부산의 희망이 이로 인해 꺾였다”는 거죠. 저는 요새 신공항 유치와 해수부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대놓고 떠들고 있어요. 지난 24일, 박근혜 후보가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 왔을 때, 정의화 부산 선대위원장이 “해수부를 부산으로 가져와서 독립 부처로 만들고 제2의 허브 공항이 부산 가덕도로 오도록, 이 2가지 공약을 박근혜 후보가 꼭 선택해주기를 바란다”고 콕 집어 얘기한 것도 이 때문이죠.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부산을 21세기 해양수도로, 아시아 영화 중심, 문화 중심, 해양관광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하고 키워가야 한다”고만 하더군요. 흠…. 원론적인 수준이잖아요. 박근혜 후보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면서 “열정이 부산의 선거 스타일”이라고 하던데 “정작 부산 스타일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 박인호 상임의장은 비판했습니다. “부산 사람들은 되면 된다, 안 되면 안 된다고 먼저 화끈하게 얘기해주는 걸 원하는 스타일”이라는 거죠. 사정이 이러니 지역구 의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부산 민심을 휘어잡을지 걱정”이라네요.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신공항 문제는 대구·경북(TK)의 눈치를 보느라, 해수부 부활 문제는 (폐지된) 다른 부처들의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물론,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두고선 여당이나 야당이나 입장이 불분명하긴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해수부 부활 문제에 대해선 문재인 민주당 후보 쪽 말이 더 솔깃합니다. “강한 해수부를 만들겠다”잖아요. 문재인 후보가 누구인가요? 한때 해수부 장관을 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 아닙니까. 안철수 후보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어요. 여하튼 이 두 문제는 이번 대선 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거예요. 두고 보세요.

저축은행 문제 처리도 불만스럽습니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 피해자들이 동구 초량동 부산상호저축은행 건물을 점거하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지난해 5월9일부터 점거를 시작했으니 오늘(9월29일)로 510일째네요. 80대 노인들까지 야간조를 짜서 매일 은행을 지키고 있지요.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금융당국의 잘못이라며, 김옥주 부산저축비대위 위원장 등 850여명이 국가에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세 후보를 바라보는 부산 민심은 여전히 관망세다. 지난 27일 오전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어민, 상인 등이 고등어 경매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부산/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들 눈엔 저축은행특별법을 부결시킨 여야가 한통속으로만 뵌다는군요. 총선 전후로 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여야의 ‘배지’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저축은행 문제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 의원의 지역 사무실은 우리가 가면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이수현(64)씨가 목소리를 높이네요.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김광전(69)씨는 “저축은행 문제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며 부탁하길래 온 식구들이 민주당 경선 때 모바일투표도 참석했는데, 그 이후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옥주 비대위원장은 “이번 대선 때만큼은 누가 됐든 우리 문제를 풀어줄 방안을 내놓는 후보자를 지원하겠다는 게 피해자들의 뜻”이라고 하네요.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그래서 대선 후보자들이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현장을 따라다니며 입장을 묻고 있어요. 지난 24·26일,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각각 새누리당 부산시당과 부산고를 방문했을 때도 그들은 거기에 있었죠. “저축은행 피해자를 죽인 금융 모피아와 고위 공직자를 사형시켜라” “저축은행 (문제) 해결하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요.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은 사복 경찰들에 막혀 대선후보 가까이에 다가가지도 못했죠.

부산고와 경남고 동창들의 움직임

후보들은 어땠느냐고요? “박근혜는 우리에게 눈길 한번 안 주고 지나쳐 갔어요. 딱 1초만 서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한마디만 해줬어도 좋았을 텐데, 그걸 안 합디다.” 채길홍(69)씨가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했어요. 그는 “그동안 새누리당을 찍어준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어요. 반면 안철수 후보 쪽에선 조광희 비서실장을 대신 보냈죠. “(피해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고, 추후에 따로 연락을 취하자”고 했죠. 김옥주 비대위원장은 “두번째 부산에 올 때는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지만 “오늘은 처음이니 이 정도면 됐다”며 누그러졌습니다. 추석을 맞아 오늘 저를 찾는 문재인 후보는 뭐라고 얘기할까요?

문대성 의원의 논문 표절 논란,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 공천헌금 의혹…. ‘부산발’로 터져 나오는 각종 부정·비리 의혹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죠. 채길홍씨는 “잊고 있었던 차떼기당의 기억이 떠오른다”며 “역시 흰 개꼬리는 굴뚝에 3년 넣었다가 꺼내도 털면 도로 흰 꼬리라는 말이 맞구나 싶다”네요. “박근혜 후보를 정말 좋아한다”는 두 아이의 엄마 한지성(37)씨도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닌데, 주위 사람들을 보면 (대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군요. 부산고 앞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하는 한씨는 안철수 후보가 부산고를 방문한다는 손님들 소리에 “가서 한번 봤으면 좋겠다”며 연신 창문 너머 가게 밖을 두리번거렸어요. 제가 아무리 새누리당 텃밭이라지만 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아시겠죠? 우리를 ‘집토끼’ 취급했다간 큰코다칠걸요?

가뜩이나 야권의 유력 후보 둘 다 ‘부산의 아들’이잖습니까! 문재인 후보는 경남고를, 안 후보는 부산고를 졸업했거든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옛말이 자꾸 귀에 맴도네요. 표면적으로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물밑에선 벌써 동창들의 지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요. 안철수 후보의 모교 방문 날, 33회 졸업 동기 30여명이 자발적으로 학교에 몰려왔죠. 이들은 안철수 후보와 함께 모교 운동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필승을 다짐했어요. 안철수 후보의 동기인 김외철(50)씨는 “철수가 동창이라 하는 소리가 아니라,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싫다고 하는 유권자들을 모두 끌어안고 새 시대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여서 안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더군요.

경남고에서도 “와이에스(YS)에 이어 두번째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다”며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동문은 “처음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낮아 ‘문재인이 될 수 있겠냐’고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당내 경선 이후 컨벤션 효과 이상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해볼 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 등 본격적인 선거철이 되면 (문재인 후보의) 25기 동기들이 나서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라도 한 통 돌리지 않겠냐”고 했어요.

솔직히 요샌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눈길이 더 가더군요. 단일화가 이뤄질 것 같긴 한데, ‘두 사람 중 누가 후보가 돼야 하느냐’에 대해선 아직 답을 못 내리겠네요. “안철수 후보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일을 제쳐두고 부산고로 달려왔다는 자영업자 박현대(40)씨는 “양극화 문제의 고충을 줄여주겠다고 하는 안철수 후보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며 “이제껏 그런 정치인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반면 부산에서 20년 넘게 택시를 몰았다는 김승현(56)씨는 “안철수 후보는 정치기반도 없는데다, 출마까지의 결단도 질질 끄는 모습이 영 마음에 안 들었다”며 “국정 경험도 있고 깔끔한 이미지를 지닌 문재인 후보가 낫다”고 하더군요. 아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선택할 후보가 많아졌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요.

지금 분위기론 단일화만 이뤄진다면 야당 후보도 부산에서 한번 해볼 만한 것 같아요. 자갈치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김종기(53)씨는 2002년 대선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처음 노무현 후보가 자갈치 이 골목에서 선거 유세를 할 땐 고작 100여명 정도가 지켜봤어요. 하지만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엔 수천명이 나왔지요.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너무 못했기 때문에 야권 후보가 단일화만 되면 이번에도 2002년 대선 때 같은 바람이 불지 않겠어요?”

김옥주 부산저축비대위 위원장이 지난 26일 안철수 후보가 방문한 부산고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저축은행 사태 해결을 위해 안 후보의 방안이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부산/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불구경하듯 하는 민주당도 얄밉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율이 높다는 데 주목해야 해요. 지난 4·11 총선 때 부산의 20대 투표율은 44%였어요. 서울(46.2%) 다음으로 높은 수치지요. 부산대 캠퍼스에서 만난 매체비평 동아리 ‘거꾸로’의 회원 20여명에게 “대선 때 투표를 할 생각이냐”고 물었어요. 전원이 번쩍 손을 들더군요. 황석재(기계공학과 3학년)씨는 “방송인 김제동씨 말처럼 20대 투표율이 50%가 넘으면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고 100%가 되면 무상교육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얘기해서, 친구들로부터 “우와~” 소리를 들었어요.

박근혜 후보로 상징되는 새누리당은 이들에게 ‘바꿔야 할 대상’으로 비치는 듯했어요. “제 친구들은 대체로 박근혜 후보는 배제하는 분위기”라고 전선정(사회복지학과 2학년)씨가 전했어요. 물론 이들의 얘길 부산 20대 전부의 생각이라 할 순 없겠지만요. 특히 이날 박근혜 후보가 부산대를 방문하려고 했다가 취소한 걸 두고선 말이 많았지요. “안철수 후보의 강연도 들어봤으니, 박근혜 후보의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부마항쟁의 시발점이 됐던 부산대에 오려는 사람이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안 하고 온다는 게 말이 되냐”고 김하윤(경영학과 2학년)씨가 얘기했습니다.

20대들은 원래 그렇다고요?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로 지목되는 40대는 물론 50대 초반 여론도 요동치고 있는걸요. 민주당 부산시당 박재호 위원장은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린 40대, 대학 시절 강의실에서 경찰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했던 경험이 있던 50대 초반들이 바뀌고 있다”며 “이들이 부산 변화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맘은 야권 쪽으로 기운 걸까요? 어허! 제 맘을 그렇게 만만히 보지 마세요. 박근혜 후보에 대한 제 애정과 믿음은 그렇게 쉽게 무시할 게 아니랍니다. “박근혜 후보가 천막당사를 지어 한나라당을 살려낸 걸 보면 나라 경제도 잘 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택시기사 이봉조(55)씨처럼 “측근 비리다 뭐다 말이 많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고, 부산 민심이 흔들린다고 해도 결국 투표하는 사람들은 할매·할배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잖아요.

게다가 야당도 그간 그렇게 잘한 것 같지도 않아요. 김옥주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 텃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자꾸 나와야 자신들에게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불구경하듯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민주당도 얄밉다”고 했어요.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이용할 뿐, 진짜 피해자들의 편에 서서 결과를 내놓는 게 없어 진정성이 안 보인다”는군요.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오래도록 밭을 갈아온 민주당 후보자가 별로 많지 않다는 점도 쉽게 마음을 내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지요. 택시기사 김승현(56)씨는 “서울에서 살다가 선거 때 반짝 나와 표를 달라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얘기했습니다.

모르실까봐 말씀드릴게요. 전체 4018만1623표(유권자 수) 중 제가 갖고 있는 표는 290만6112표(7.2%)입니다. 저랑 성향이 비슷한 울산·경남의 표까지 합치면 636만5535표(15.8%)지요. 전체 절반가량(49.3%)을 차지하는 수도권 다음으로 제 표가 많다는 걸 잘 아시죠. 박빙의 승부가 될 경우, 저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5년을 좌우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세요. 어쨌든 시간은 잘도 가네요. 대선까지는 이제 81일 남았습니다. 흔들리는 제 마음을 잡아주실 분은 과연 누가 될까요?

부산/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관련 영상] 이해찬 “강한 후보 만드는 게 최고의 당 쇄신”(김뉴타 1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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