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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26 20:07 수정 : 2012.10.27 09:53

김용철 변호사(오른쪽 첫째)가 2007년 11월5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과 함께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이들 중엔 검찰 최고위 간부도 여럿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그 날 이후, 삼성의 5년

“저는 오늘 삼성 회장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 2008년 4월22일 이건희 회장은 삼성과 관련한 모든 직을 놓고 퇴진했다. 부인 홍라희씨도 리움미술관장 직을 내려놨고, 장남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 역시 사임했다. 삼성그룹의 이른바 ‘컨트롤타워’이자 총수 보위기구 구실을 했던 전략기획실도 해체됐고 그룹 2인자로 꼽히던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퇴진했다. 2007년 10월29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에서 비롯한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2008년 4월17일 직후였다. 그로부터 1년여 만인 2009년 5월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그해 12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유례없는 단독 특별사면으로 끝났다.

이재용 등으로의 그룹승계 마무리

김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에서 비롯한 삼성의 표면적 변화는 2년여 만에 완전히 원상복귀됐다. “위기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다.” 2010년 3월 이 회장의 복귀 첫 일성은 ‘위기론’이었다. 다수 언론은 ‘애플 태풍’과 ‘금융위기’를 들어 그의 복귀를 반겼다. 이보다 앞서 2009년 말 이 회장의 세 자녀도 일제히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재용 전무는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장녀 이부진씨는 호텔신라·에버랜드 전무로, 차녀 이서현씨는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로 승진했다. 홍라희씨가 가장 늦은 2011년 3월 리움미술관 관장으로 돌아왔다. 사라졌던 전략기획실도 2010년 말 미래전략실로 부활했다.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김인주 사장은 지난해 말 삼성선물 사장으로 다시 그룹으로 복귀했다.

겉모습은 완전히 회복됐지만 김 변호사의 폭로에서 몇 가지 변화가 빚어졌다. 삼성 비자금 특검 결과 김 변호사가 비자금이라고 주장했던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으로 인정받은 것이 핵심 요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그룹 지분은 늘어났고 지배구조는 더욱 확고해졌다. 이를 기화로 이재용 사장 등으로의 그룹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헐값 주식 발행 논란 속에 여러 주주소송이 잇따랐지만 특검을 지나며 마무리됐고,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를 이재용 사장 등이 대주주로서 보유함으로써 형식상 완료됐다. 아울러 이미 2010년 말 이재용·부진씨는 사장으로, 이서현씨는 부사장으로 일제히 승진했다. 또한 이재용 사장의 ‘가정교사’로 불려온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지난 6월 미래전략실장으로 올라서면서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이 이미 본격화됐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재용 사장은 올해 들어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선정하고 전면에 나설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이뤄질 인사에서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도 점쳐지고 있다.

소유지배구조 문제는 거의 풀지 못해

역풍도 같은 지점에서 비롯됐다. 올 들어 이건희 회장의 맏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이 제기한 유산 소송은, 삼성 비자금 특검이 차명재산을 상속재산으로 결론내린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 회장이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특검이 받아들임으로써, 형과 누나들이 제 몫을 주장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데, 만에 하나 이 회장이 패소하고 3남4녀의 형제들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을 나눠 가질 경우 순조롭게 진행돼온 후계 승계에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 변호사가 폭로했던 문제 중 로비 의혹은 특검에서도 밝히지 못했다. 법조계와 정관계에 폭넓게 벌여왔다는 삼성의 로비가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보다는 삼성이 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막대해지면서 오히려 사회 각계의 여론주도층들이 자발적으로 삼성 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관측이 더 많다. 다만 김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이전으로 삼성이 완전 회복되던 2010년, 삼성 비자금 특검을 지낸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이 삼성전자에 과장급으로 특혜 입사한 것을 두고, 법망을 피해가는 은밀한 방식으로 로비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이 적극적으로 풀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소유지배구조의 문제다. 삼성의 비자금·로비 의혹 등의 근본 원인은 소유지배구조의 후진성이라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은, 곧 삼성을 비롯한 재벌그룹들의 소유지배구조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졌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건희 회장은 총수로서 그룹의 최고결정권을 행사하면서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어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삼성의 해묵은 난제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발병, 삼성의 무노조 경영 등의 문제는 전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8년 4월22일 “지난날의 허물을 떠안고 가겠다”던 이건희 회장은 오는 12월1일 회장 취임 25돌을 맞는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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