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2012, <한겨레>토요판이 만난 인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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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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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친형 이상득
감방에서도 눈을 감고 있을까
“하루하루가 힘들다”며 초조해하기는 했지만,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그는 나름 당당했다. 당시 장롱 속의 현금 7억원과 이국철 에스엘에스(SLS) 회장과의 관계 등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어렵게 성사된 <한겨레>와의 단독 인터뷰(5월19일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둘째 형인 이상득(77) 전 의원은 “인사나 이권에 내가 개입했다고 하는데 상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안 했다. 월급쟁이 사장을 약 10년간 하면서 그런 면에서는 나는 상당히 훈련받았다”며 비리 연루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대통령 형이라는 것 때문에 이런 시달림을 피하기도 견디기도 어렵다”며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권력은 저물고 보호막이 사라지자, 영일대군, 상왕, 만사형통으로 불렸던 이명박 정권 최고의 실세도 법의 심판대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한테 각각 3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과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 7월26일 구속기소됐다. 또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의원실 운영비 명목으로 모두 1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그는 마침내 “죄송하다”고 국민들께 고개 숙였다. 그는 요즈음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거실에 기거하고 있다.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자신의 보좌관 출신의 영포라인 실세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먼저 들어와 있는 곳이다. 수감생활 다섯달을 넘겼지만, 여전히 구치소 생활을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6일 옅은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의 피고인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주일에 두번씩 심리가 이뤄지고 있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증인은 임 회장이 준 3억원의 행방과 관련된 권오을 전 의원과 권 전 의원의 비서 권아무개씨였다. 증인 심문이 계속되는 동안 그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지그시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방청석에 자리잡은 저축은행 피해자 20여명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5년 전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주변에서는 그에게 총선 불출마 등 정계 은퇴를 권유했다. 권력다툼 성격도 있었지만, 정권 말 실세들이 처하는 불행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권력을 누리는 쪽을 택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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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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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사장 김재철
얼굴만 말끔하면 뭐하나
지난 1년간 <한겨레> 토요판을 통해 수많은 ‘셀레브리티’(유명인사)가 얼굴을 알렸다. 그들 가운데 한명에게 ‘맑은 얼굴’상을 준다면, 주인공으로는 단연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을 꼽을 만하다. 5월26일치 한겨레 토요판(‘앗, 김재철 사장님?’)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의 김재철 사장 사진을 1면에 실었다. 말쑥한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왼손을 치켜드는 당시 김 사장의 모습은 5월21일 서울 중구 만리동의 한 대중목욕탕에서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1면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오른손에는 수건이 살짝 삐져나온 ‘프라다풍’ 가방이 쥐어져 있었다. 그렇다. 한겨레 토요판의 김재철 사장 인터뷰는 월요일이었던 이날 오후 1시30분께 ○○목욕탕 안에서 이뤄진 것이다. 당시 파업중이던 문화방송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은 채 서울 곳곳의 호텔과 공원, 오피스텔 등을 전전하던 김 사장은 이날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아무도 없는 만리동의 한 목욕탕을 찾았다. ‘손님’은 없었는데 단 한 사람, 한겨레 기자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모두가 똑같은 ‘인간’일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김 사장은 문화방송 파업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 사장의 최측근인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은 한겨레 토요판 보도 직후 김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마침 목욕 전 이발까지 깔끔하게 한데다 갓 목욕을 끝낸 말끔한 얼굴이 사진으로 실렸으니 그것도 행운”이라며 그를 위로했다. 김 사장은 이후 10월13일치 한겨레 토요판 1면에도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방송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도 모르게,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과 함께 문화방송 민영화를 계획·추진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과 최 이사장은 지난 한해 한겨레 토요판 1면에 두 차례씩 얼굴을 내민 ‘유이한’ 두 사람이기도 했다. 문화방송 민영화 밀실·졸속 추진, 해고 등 각종 징계를 통한 노동조합 탄압, 횡령 및 배임 의혹 등 올 한해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온 김 사장은 12월28일 지금까지도 꿋꿋이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신 방송 공공성 훼손 등의 책임을 물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해왔던 문화방송 노조 집행부는 사쪽으로부터 19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노조원 가운데 8명은 해고됐고, 상당수 조합원은 ‘신천교육대’라 불리는 곳에서 징계성 단체교육을 받고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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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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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버스노동자 정임초
나는 찍혔네, 아무 차나 막 모네
그는 이제 ‘호남고속 1774호 버스 기사’가 아니다. 전북 전주의 시내버스 호남고속의 버스노동자 정임초(53)씨. 6월9일치 <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유령들의 파업’)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지난 7월3일, 2차 파업을 끝내고 일터로 돌아갔다. 파업 시작 이후 114일 만이었다. 하루 16시간, 14일 만근(격일 근무 28일)을 일하는 버스기사의 삶을 되찾았지만, 일상은 온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돌아온 일터에서 그는 “언론 인터뷰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요주의’ 인물”로 단단히 찍혔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고정 배차에서 배제됐다. 그의 손때가 묻은 1774호 버스 운전대는 다른 이의 손에 넘어갔다. 이 차, 저 차 그는 매일 근무 때마다 다른 차를 몰고 있다. 분신을 하려다 차마 불을 댕기지 못했던 4월23일 밤의 절망은 법 앞에선 그저 ‘현주건조물 방화’(사무실에 불을 내려고 했다) 예비 행위로 읽힐 뿐이다. 법원은 1심에서 그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명령 80시간형을 내렸다. 검찰은 “양형기준에 미흡하다”며 항소했고, 그는 지난 21일 또다시 재판정에 서야 했다. 그리고 겨울, 크리스마스는 변함없이 돌아왔다. 오랜 파업으로 헐거워진 지갑은 여전히 찰 줄 모른다. “올해 크리스마스도 외식이나 선물 없이 지나갔다”고 그가 말했다. 그와 함께 파업에 나섰던 동료들의 삶도 매한가지로 휘청거린다. 전주 시내버스 5개사 노동자 중 파업과 관련해 징계를 받은 이는 9명에 달한다. “사쪽에선 직장폐쇄로 맞서고, 길어진 싸움에 노조원들이 지쳐가면서 어쩔 수 없이” 지도부를 제외한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할 때부터 예견했던 일들이다. 2차 파업 이후에도 임단협을 둘러싼 교섭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1월29·30일 3차 파업을 비롯해 시청 앞 천막농성·삼보일배 등 지난한 싸움이 계속된 까닭이다. 전북고속 노조 간부 2명은 지난 2일부터 열흘간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철탑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 11일 전주시가 ‘버스 임단협 교섭의 연내 타결을 위한 노력’과 ‘법정근로시간 준수를 위한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중재에 나서면서 파업 해결에 돌파구가 보이는 듯도 했다. 31일이 협상 마감 시한이다. 하지만 “합의안에 도장을 찍기엔 협상이 진척된 게 너무 없다”는 게 민주노총 관계자의 얘기다. 2010년 12월8일 시작된 전주 시내버스 파업은 2년이 넘도록 현재진행형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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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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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잠시 쉬어도 다이어트는 계속~
‘연재의 첫번째 올림픽’은 감동이었다.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는 2012년 8월 열린 런던올림픽에서 동양인 최초로 결선에 진출한 데 이어 최종순위 5위에 올랐다. 외모만큼 실력도 세계 정상급임을 인정받은 한 해였다. 성실한 훈련태도와 목표에 대한 굳은 의지가 남다른 선수라는 점에서 손연재의 비상을 예상했던 ‘토요판’(<한겨레> 7월14일치 1면)은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에 머물던 손연재와의 전자우편 인터뷰를 했다. 경기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손연재는 “실수하지 않는다면 5위권에는 들 수 있다”는 리듬체조계의 전망 그대로의 결과를 얻었다. 한국 리듬체조계의 쾌거였다. 올림픽이 끝난 뒤 손연재는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높아진 위상만큼 부르는 곳이 많았다. 문화방송 <무한도전>과 에스비에스 <런닝맨>, 한국방송 <승승장구>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밝은 모습을 보였다. 10월 말 새누리당의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을 ‘강요’당해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 역시 손연재가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증이었다. 지난 20일 2015년 광주U대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손연재는 22일 한국방송 연예대상 시상자로, 25일 프로농구 전주 케이씨씨와 서울삼성 썬더스 경기 시구자로 나서는 등 한국에서 즐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리듬체조선수 손연재의 꿈은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입상이다. 꿈으로 가는 길. 손연재의 소속사 아이비(IB)스포츠 쪽은 손연재가 지난 시즌 함께한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와 함께 다음 시즌 안무를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리본 종목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 볼은 재즈곡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를 선택했다. 손연재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종목인 후프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에서 골랐고, 실수가 잦았던 곤봉 연기는 이탈리아의 파트리치오 부안네가 부른 ‘벨라 벨라 시그노리나’에 맞춰 곤봉 연기 특유의 경쾌한 느낌을 표현한다. 훈련해오던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이 신축을 하고 있는데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13일 깜짝 입국한 손연재는 다시 1월9일께 러시아로 출국한다. 만 18살 손연재는 다음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소속사 쪽의 전언이다. “키가 조금 자랐어요. 165.5㎝? 166㎝? 옐레나 코치가 훈련은 잠시 쉬어도 되지만 다이어트는 계속 신경쓰라고 했어요. 하하.” 그렇다. 다이어트는 계속된다.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을 향한 소녀의 도전도 계속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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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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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교수 표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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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광주 충장로는 <한겨레> 토요판 신문을 들고 선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신문에 인터뷰가 실린 표창원 경찰대 교수가 ‘프리허그’를 진행하면서 신문에 사인을 해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직 경찰대 교수 신분으로 표 교수는 ‘국정원 댓글알바’ 의혹에 대해 경찰과 국정원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 대통령 선거 기간 논쟁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이날 <한겨레>는 표 교수와 함께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당선인에게 전하는 조언과 당부를 실었다. 한국전쟁 때 월남해 해병으로 근무한 아버지와 경북 포항이 고향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표 교수는 집에서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1980년대에는 전투경찰대 소대장으로 민주화운동의 반대편에 서서 질서유지를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도 관심있게 들었던 ‘소리없는 보수’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인혁당 등) 유가족들에게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하라. 그러면 박근혜 지지할 자신 있다”며 박근혜 당선인에게 직언을 날렸다. 광주 충장로에는 시민 3000명이 운집했고, 표 교수는 시민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민주화운동을 진압하면서 듣던 노래를 제 목소리로 부르게 된 것이다. 표 교수는 28일 “공개적인 장소에서 부른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표 교수가 “직위에 상관없이 말하고 싶어서” 경찰대에 낸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사표를 수리하는 방식 말고도 징계 차원의 ‘파면’도 검토되고 있어 결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 교수는 “경찰 선후배들에게 많은 응원과 격려, 지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징계당할 사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로 명성을 날린 표 교수는 지금 진보·보수가 총결집한 선거에서 패배한 ‘48%의 진보’를 위로하는 ‘힐링 전도사’로 전국을 뛰어다닌다. 30일 오후 1시10분 서울 대학로 씨지브이(CGV)에서는 최근 ‘대선멘붕 치유’ 영화로 떠오른 <레 미제라블>을 시민들과 함께 관람하고 프리허그를 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한국 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전국 순회강연도 벌일 참이다. 표 교수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로 모임이 만들어졌고 이들과 함께 사회적 역할을 하려고 한다. 대선 직후 자살한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 유족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등을 위한 모금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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