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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실에서 만난 홍재철 대표회장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한기총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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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홍재철 한기총 회장 인터뷰
남색, 여색 처형하고남녀 만나 가정 이루라는 게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말씀
법 통과되면 전도 못하고
벌금 3000만원 내야 한다 게이 돼선 절대 안 된다는 걸
교과서에 넣고 교육해야
동성애는 방종이고 타락이며
치료해야 할 정신적 질병
약물로도 안 돼, 교회 나와야 차별금지법에 대한 한국 기독교 보수교단의 반발이 거세다. 4만5000개 교회가 속한 국내 최대의 교회연합조직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차별금지법은 (이 법을 발의한) 66명의 극소수 국회의원이 1200만 성도를 괴롭히는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해 11월 김재연 의원(통합진보당)이 발의한 데 이어 2월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이상 민주통합당)이 각각 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학력, 전과, 언어, 사상, 성적 지향, 임신 및 출산 등 20여개 부문에서 차별을 당한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를 진정하면, 인권위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시정명령 등을 내리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가해자는 최고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해당 기관장에게 시정권고를 하거나 경찰 등 국가기관에 넘기는 데서 끝내야 했던 기존 국가인권위원회법보다 좀더 적극적인 차별 구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차별금지 항목은 ‘성적 지향’이다. 지난 2일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경기도 부천시 경서교회 담임목사)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의 대표회장실에서 만났다. -교회의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독교계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반대범국민연대’도 만들어졌다면서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했는데, 문제가 잘못되면 우리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전 기독교 운동을 일으킬 겁니다. 낙선운동 내지는 정당 해체까지 주장할 예정입니다. 이미 1000만명 서명운동도 선포했습니다. 4월 중순부터는 국회의원들의 전화가 불이 날 겁니다. 차별금지법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태생이 잘못됐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왜 문제입니까? “차별금지법은 모든 종류의 차별을 포괄적으로 다룹니다. 거기에 ‘동성애’(차별금지 항목)가 끼어들어갔습니다. 우리도 학력, 전과 등 다른 차별 금지는 적극 지지합니다.” -법안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닌가요? “아이엠에프(IMF) 때 부인이 외간남자랑 자고 온 거 알면서도 남편이 참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달걀 한판 훔친 사람도 교도소 갔다 옵니다. 장 발장처럼 두번 하면 상습범이 되어서 감호소로 갑니다.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전과자가 1000만명입니다. 그리고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세상인데, 장애인에게 고용 기회를 안 줍니다. 이런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국회에 발의되면 만장일치로 통과될 겁니다. 그런데 동성연애, 어린아이의 임신, ‘12살 이상 아이들이 학교에서 정치적 논쟁 해도 괜찮다’ 등 이건 있을 수 없거든요. 나라 망치는 일을 차별금지법에 끼워넣은 국회의원들의 정신 상태와 사상을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의 자체가 아주 음흉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습니다.” -‘임신 및 출산’ 항목도 문제라는 말씀이군요. “학생인권조례를 만들 때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에게 ‘당신 열두살 딸이 임신해 오면 어쩔 거냐’고 내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답이 없어요. 남의 일 하듯이 만드니까 사회가 혼란이 옵니다. 이걸 법으로 통과시키는 사람들을 좌파라고 합니다. 좌파가 누구냐?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 사회 혼란으로 말미암아 북한을 유익하게 만드는 사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사람입니다.” -임신한 청소년을 학교에서 징계하느냐 마느냐, 동성애를 하느냐 마느냐는 공산주의와 관련이 없는데요. “관련 없습니다. 그런데 (확산되면) 사회적으로 혼란이 옵니다. 그게 누구를 이롭게 합니까? 정치, 사회, 문화 어느 쪽이라도 혼란이 오면 이익을 보는 곳은 북한입니다. 좌파는 그런 일만 고집하면서 해왔습니다. 그래서 한기총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려고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단 말인가요. “그렇게는 생각 안 합니다. 빵 한쪽을 훔친 것일 뿐이지만 그런 범죄를 통해 사회가 혼란해집니다. 의원들은 소수 인권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다수 인권이 더 중요합니다. 교회는 ‘동성연애를 해선 안 됩니다’고 말합니다. 성경 레위기를 보면, 여자와 여자가 여색을 하고, 남자와 남자가 남색을 하면 즉시 사형에 처하라고 했습니다. 소위 말세 아닙니까? 그동안 기독교인들이 ‘정신 차리자’ 하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법안 통과되면 그럴 수 있습니까? 벌금 3000만원 먹어요. 못합니다.” -동성애 자체에 대한 비판인데 교회는 가장 낮은 자의 손을 잡아줘야 하지 않나요. “학력, 전과 등의 차별은 기독교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동성연애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목사가 창녀촌에 가서 창녀들 손 어루만져주면서 이런 거(성매매) 하지 말라고 합니다. 동성연애자들한테도 손을 잡고 ‘게이 노릇 하면 되겠나’ 하면서 기도해주고 위로합니다. 웬만하면 돌아옵니다. 하지만 법이 제정되면 전도를 못합니다.” 트로이전쟁에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12명의 젊은 여자 노예가 부정을 범했다는 이유로 밧줄 하나에 목을 매달아 죽였다. 당시에는 노예가 ‘재산’이므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윤리는 시대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성경에서도 일부다처제, 노예제, 근친상간, 남녀차별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시대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성경 읽기를 ‘문자주의’라고 비판하는 신학자들도 있다. -성경도 시대의 한계를 담은 역사적 텍스트입니다. 수천년 전 이야기인데, 좀 유연하게 해석할 수는 없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이 진보고 좌파입니다. 성경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말씀은 6000년 동안 변함이 없었어요. 그때도 남색, 여색을 처형하라고 했습니다. 도둑질, 살인, 부모 공경 못하는 것에 대해 당시에도 지적했어요. 지금 부부와 자식과 부모 사이가 찢어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있잖아요. 이걸 막자는 겁니다. 우리 사회를 평화롭게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세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조금 차이가 있지만, 차별금지법안은 성별 등을 이유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한기총은 차별금지법이 처리되면, 동성애를 비판하는 목사의 설교나 교회의 동성애 반대 캠페인 등이 ‘정신적 고통’으로 동성애자에게 받아들여져 결국 ‘3000만원 이행강제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고용, 교육 등에서 차별해서 안 된다는 것이지, 동성애에 대한 종교적 의사 표현은 차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법안 발의자들은 주장합니다. “만약 ‘동성연애 하지 말라’고 목사가 교회 강단에서 외쳤다고 쳐요. 이게 단순히 (의견 표명 수준의) 반대냐 인권침해냐는 고발당한 뒤 담당 조사관이 결정하는 문제가 됩니다. 선거법과 비슷합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닙니까. 지난해 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해 김용민(당시 ‘나는 꼼수다’ 진행)이 막말할 때 내가 성명서 낸 적이 있어요.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그렇게 말하면 되느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선거법 위반이 된 거예요. 도덕과 윤리, 사상을 다루는 게 목사입니다. (법을 제정하면) 모든 게 위축됩니다. 사회가 목사 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정신적 고통을 줬을 때 문제가 되므로, 개인을 향한 공격적이고 직접적인 비난만 해당할 것 같습니다. “아, 구체적으로 들어갈 필요 없습니다. 사례별로 문제인지 아닌지를 법에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차별금지법은) 우리 쪽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니 논쟁거리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이야깁니다.” -한기총이 낸 성명서를 보면,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성 인식을 왜곡시키고 혼란시킨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남녀가 만나 자식 낳고 행복한 가정 이루라는 게 하나님 말씀입니다. 유교나 불교, 정상적이고 역사적인 종교는 (동성애를) 반대하잖아요. 행복한 개인과 가정,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게 성입니다.” -그럼 동성애는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십니까? “교과서에 동성애 비판하는 내용을 넣어야 합니다. 게이가 있어선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내년부터 정부와 의논해 (동성애 비판 교육을) 넣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권단체에서는 동성애를 개인 취향의 문제로 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남자가 좋은 걸 어떡해’ 하는 남자도 있습니다. “그들은 극소수입니다. 정신교육을 시켜서라도 올바르게 만들어주는 게 국가가 할 일이에요. 동성애는 방종이고 타락이죠. 정신적인 질병이에요. 치료해야 됩니다. 약물로도 안 돼요. 정신을, 영성을 바꿔야 합니다. 교회에 나오면 됩니다.” -한기총의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이 비기독교도의 공감을 얻을 거라고 보십니까? “동성연애 찬성하는 극단주의자 말고는 호응하리라 봅니다. 한꺼번에 몰아치기로 통과시키지 말고 한가지씩 국회에 회부시킨 뒤 검증하자는 겁니다.” -학력차별금지법, 인종차별금지법 등 개별 입법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네. 뺄 것은 빼고 국민이 보기에 합리적인 것만 제정을 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나라가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엔 등의 제정 권고도 있었고요.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따라갈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개인이 권총을 소유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허가하자고 법을 발의해 봐요. 소수의 인권을 위해서 총기 허가 법률을 만들어야 합니까?” -둘 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지만, 총기 소지는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 피해를 주는 반면 동성애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앞의 기자 두분이 남자라고 생각해봐요. 동성연애를 하고 있어요. 그럼 난 혐오감을 느끼게 됩니다. 권총이 생명을 위협한다면, 동성애는 정신을 위협합니다.” -반대가 워낙 강해서 협의 과정에서 ‘성적 지향’이 빠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최근에 새누리당 법사위원들 만났는데 나하고 똑같은 의견이에요. ‘목사님 염려 마세요. 감히 어딜 통과합니까’ 이럽디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정당한 정신을 가지라 이겁니다. 그래서 뿌리를 뽑으려고 합니다. (법안 발의에 서명한) 민주당 의원들도 ‘너무 몰랐습니다’ 하는데, 내가 ‘법안도 모르고 발의해줬나’ 했습니다. 코피 한번 터져봐야 국민 정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남종영 최우리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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