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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19 21:27 수정 : 2013.04.19 22:23

[토요판] 커버스토리/ 보스턴 테러 용의자 추격전
테러 용의자들 격렬 저항
경찰 1명 피살·1명 중태
보스턴 인근 사실상 통행금지

슬픔에 잠길 틈도 없었다. 마라톤 테러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미국 보스턴 일대는 전쟁영화를 방불케 하는 시가지 총격전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의 유력 용의자 두명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한명은 숨지고 다른 한명은 무장한 채 도주중이다. 이들은 러시아 국적의 체첸계 형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드 데이비스 보스턴 경찰청장은 19일(현지시각) 아침 보스턴 인근 워터타운에서 전날 밤부터 벌어진 총격전의 범인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믿는다”면서, 이들이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의 용의자라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사람들을 죽이려고 여기에 왔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체첸계로 차르나예프라는 성을 가진 용의자들은 합법적 영주권자라고 미국 <엔비시>(NBC) 방송이 수사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숨진 용의자는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이며, 달아난 용의자는 동생인 조하르(19)로 매사추세츠주의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다. 이들 형제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체류한 지 수년이 됐고 군사훈련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내 이슬람계 공화국인 체첸은 1990년대에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하기 위한 전쟁을 치렀고, 이 과정에서 약 10만명의 체첸인이 숨졌다. 체첸계 이슬람 무장세력들은 알카에다 등 이슬람주의 국제테러조직의 주요 구성원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의 용의자들이 체첸계로 드러나면서, 테러사건에 이슬람주의 테러조직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이슬람주의 세력을 겨냥해 벌여온 ‘테러와의 전쟁’ 파고가 다시 거세지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추격전은 18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정에서 대학 경찰관이 괴한들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는 신고로 시작됐다. 연방수사국(FBI)이 이날 오전 마라톤 테러 현장에서 찍힌 영상에서 용의자 두명의 모습을 발견해 공개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신호탄은 18일 밤 10시30분께 마라톤 테러 발생지점인 보스턴의 코플리 광장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둔 케임브리지시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근처에서 울렸다. 대학 근처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친 용의자 형제들은 대학으로 들어갔다. 연방수사국이 이날 오전 공개한 용의자들 가운데 ‘하얀 모자’인 동생 조하르 차르나예프는 편의점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선명한 영상을 남겼다. 교내에 수상한 이들이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은 대학 경찰이 달려갔으나 32동 건물 앞에서 범인들이 쏜 여러발의 총탄에 힘없이 쓰러졌다. 경찰관은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곧 숨졌다.

이어 무장한 청년들에게 검은색 메르세데스 사륜구동차가 탈취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메르세데스가 향한 방향은 보스턴 외곽 서쪽 주거지인 워터타운 쪽이었다. 범인들은 30분간 달리다 케임브리지 시내 주유소에 차 주인을 내려놓고 계속 질주했다. 차를 빼앗긴 이 남자는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들은 바짝 추격하는 경찰을 향해 총질을 해대고 폭탄을 던지며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교통경찰 한명이 추가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중태다.

범인들에게 다가가던 경찰차 한대는 총탄에 맞아 벌집이 돼 길가에 주차된 차 두대를 들이받으며 멈췄다. 3층 창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주민 앤드루 키첸버그(29)는 “범인 한명이 압력밥솥 같은 커다란 폭탄에 불을 붙여 던졌다”고 말했다. 공개수배된 영상 속 ‘검은 모자’인 형 타메를란이었다. 그는 이내 경찰 쪽으로 달려갔으나 제압당했다. 그가 체포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사지를 뻗고 땅바닥에 뒹구는 장면이 지역 텔레비전에 보도됐다. 그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그 와중에 동생 조하르는 다시 메르세데스를 잡아타고 경찰들을 향해 돌진했다. 경찰들을 이리저리 헤치며 서쪽으로 질주하다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차가 멈춰선 자리에 그가 남긴 배낭에는 원격조종 폭탄이 들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추격전이 계속되면서,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워터타운 등 보스턴 인근 도시들의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가게들의 문을 닫게 하는 등 사실상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정의길 선임기자, 이유주현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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