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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19 22:42 수정 : 2013.04.19 22:42

[토요판] 커버스토리/ 보스턴 테러 용의자 추격전

몸에 폭탄 두르고 격렬 저항
전형적 ‘지하드 순교’ 모습
미국 오기전 테러훈련 가능성 

체첸 분리독립투쟁 거치며
이슬람무장세력 양성소 돼
9·11테러 용의자 4명도
애초 체첸전쟁 참전하려해

미, 테러와의 10년전쟁 무색
이슬람 경계 다시 높아질듯

미국을 뒤흔든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의 용의자는 러시아 국적의 체첸계 형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파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회가 이를 ‘제2의 9·11 테러’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용의자 형제의 신원은 러시아 체첸 지역 출신으로 합법적 미국 영주권자라는 것 정도다. 범행 동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18일 총격전과 용의자 한명의 죽음, 또 한명의 도주 과정에서 이들은 지하드(성전)를 벌이다 ‘순교’하는 전형적인 이슬람주의자의 모습을 보였다.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는 몸에 폭탄을 두르고 경찰을 향해 돌진하다가 사살당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지하드에 나서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자살폭탄 테러를 연상케 한다. 이들이 이슬람주의 국제테러조직과 관련돼 있다면,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은 9·11 테러 이후 미국 본토에서 벌어진 첫 이슬람주의 관련 테러로 기록되게 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당국이 모든 국력을 동원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며 막으려 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1990년대에 두 차례나 러시아에 대항해 분리독립 전쟁을 벌인 체첸인들의 ‘투쟁’은 이슬람권에선 1980년대 소련의 침공에 저항해 이슬람주의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성전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아프간에서 활약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무자헤딘(전사)들이 체젠 분리독립 전쟁에 참전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권의 다른 국가에서 온 새로운 이슬람 전사들도 이곳에서 양산됐다. 체첸 분리독립 전쟁이 국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테러리스트들의 양성소가 된 것이다.

특히 1999년부터 시작된 2차 체첸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경 진압과 반군의 참혹한 패배로 종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알카에다 등 이슬람주의 국제테러조직 구성원들이 더욱 성장하고 결집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9·11 테러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던 범인들 중 일부도 애초는 체첸전쟁에 참전하려 했다. 9·11 테러에서 비행기를 직접 조종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부딪히게 한 무함마드 아타 등 4명은 체첸 독립전쟁에 참전하려고 알카에다 지도부와 접촉했다가 9·11 테러를 수행하라는 임무를 맡았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공부하던 유학생인 아타 등은 1999년 체첸 2차 전쟁의 발발에 분노해, 자발적 참전을 결의했다. 이들은 체첸에 가려다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라덴과 직접 만나 9·11 테러에 참가하게 된다. 9·11 뒤 러시아는 체첸 반군들이 국제테러조직의 주축 세력이라며 진압을 정당화하고, 이슬람주의 세력에 대한 탄압을 더욱 강화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들이 체첸계라는 사실은 이들의 테러가 9·11 테러의 연장선상에 있을 가능성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이들은 군사훈련까지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오기 전 국제테러조직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들이 체첸 사태에 영향을 받아 자발적으로 테러에 나선 ‘외로운 늑대’ 형의 테러리스트로 밝혀진다 해도 미국 사회 내에서 이슬람주의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경계감은 높아질 것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10년 동안 벌여왔던 테러와의 전쟁이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서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본토를 겨냥한 테러도 못 막는 사태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을 폐기하고, 전쟁에서 출구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라크전에서 미군을 철수시켰고, 아프간에서도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시도하면서 철군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또다시 테러의 위협 앞에서 큰 부담을 지게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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