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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안철수 의원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이사장은 “민주당은 스스로 개혁할 수 없고, 외부에서 충격을 줘야 한다. 그게 안철수 의원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이고, 민주당 안에 들어가서는 역할을 못한다”며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터뷰 김종철 윤형중 기자 philkim@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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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안철수와 손잡은 대표적 정치이론가
신당과 한국정치의 미래상을 말하다
‘민주당과의 경쟁’ 어떤 논리로도 억압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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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안철수 의원은 지금도 진화하는 정치인이고, 내가 그 과정에서 진보적인 자극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실은 원서로 된 정치학 서적과 스크랩한 신문기사, 사설로 가득 차 있었고, 책상에서 가장 위에 놓인 책은 원서로 쓰인 플라톤의 <국가>(Republic)였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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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에서 실제 정치 경험한
안철수는 달라졌다는 생각
대선 전엔 모호하기도 했는데
대선 후엔 상당히 변화해
내가 진보적 측면에서 자극 민주당은 계파 교착상태에다
자해 개혁으로 정당구조 해체
국회의원 127명이 다 쪼개져
외부에서의 충격이 필요
그 안에 들어가선 역할 못해 창당은 선거가 중요한 계기 될 것 -내일 이사장을 맡으면서 안철수 의원의 조언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안 의원이 조언을 자주 요청하나? “뭐 그렇게 자주 요청한다기보다는…. 이번에 연구소 심포지엄을 준비할 때 여러차례 안 의원이나 주변의 인사들과 토론을 하고 했다. 하지만 특별히 개인적으로 얘기할 시간은 없었다.” -이사장께서는 평소 노동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라고 얘기했다. 학문적인 신념에서 본다면 진보정당의 조력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정치학자는 최 이사장의 선택을 당혹스러워하더라. “그건 저도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치적인 행위나 판단은 실현 가능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 제가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강조한다고 해서 노동자 중심의 정당을 통해서만 기여해야 한다고 볼 순 없다. 지금은 (진보정당이) 대안이 될 수 없을 정도로 해체된 상태다. (지금의 선택에) 이질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현실이니까 이 사람(안철수)이 좋은 의지와 뜻을 가지고 하겠다면 수수방관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서 그런 결정을 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9일 ‘내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열어 새 정당의 정치노선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제시했다. 최 이사장은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 “자유 향유의 평등한 권리에 바탕해 정부와 법의 영역을 제한하고, 결사의 자유에 바탕한 시민사회를 강조한 것”이라며, ‘진보적’의 의미에 대해선 “신자유주의의 시장근본주의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결과를 비판적으로 보고 이로 인한 양극화와 불평등 같은 사회문제를 민주적 방법으로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주의가 민주주의의 바탕을 이루기에 진보의 내용을 이루는 측면이 있지만, 그동안 보수가 강조했던 이념이라는 점에서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건 안철수 신당의 성격은 여전히 모호해 보인다. -안철수 정당이 진보정당은 아닌 것으로 정리됐다. 그렇다면 정치 성향상 중도정당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맞는가? “진보적인 중도라고 얘기할 수 있다. 정당 체제 내에서 안철수 정당의 정치적 포지셔닝이 어떠냐 이런 문제는 뭐라고 딱히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우리 정당 체제는 보수로 대표되는 새누리당이 있고 그와 다른 민주당이 있다. 안철수 정당은 민주당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고, 어쨌든 대체로 중도라고 할 수 있다.” -신당을 현실 정치에서 위치지을 때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인가, 아니면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인가? “제 머릿속에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안철수씨와 제가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지 않나. 저는 학자로서 이론을 얘기하면서 가능의 공간을 얘기하는 것이고, 안철수씨는 이를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현실 정치인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과 안 의원이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저는 하여튼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로 나타날 땐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사이일 수도 있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그건 현실 정치의 다이너미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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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최장집 교수. 최 교수는 학문적인 신념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아들이면서도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꼭 노동자 중심의 정당을 통해서만 기여한다고 볼 순 없다”고 덧붙였다. 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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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무소속)과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최장집 이사장이 9일 오후 연구소 개소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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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과도한 후보단일화가
그동안 정당정치 발전에 해악
선거에 질 땐 지더라도
각자 정당 정체성 발전시켜야 신당은 기존의 진영 논리와
보수-진보 이분법 뛰어넘겠지만
기존의 보수인 새누리당과
연대하는 식으로 가진 않을 것
안 의원이 그렇다고 보진 않아 2017년엔 단일화와 민주-반민주 구도를 넘어 -경쟁을 통해 서로 자극받는 것은 좋은 측면이다. 그러나 앞으로 지방선거, 총선, 대선이 쭈욱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안철수 정당이 민주당을 완전히 대체한다면 그래도 덜하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결국 민주당과 야권 표를 나누게 된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다. 그래서 선거에서의 야권연대와 정치연합의 필요성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이러한 야권연대에 대해 대선 이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는데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그건 선거 등 정치경쟁을 할 때 하는 정치의 기술이나 정치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연대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정치세력들이 현실 정치에서 제도의 문제, 즉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제에서 불가피하게 단일화 압박이 요구될 땐 정치 협상의 테크닉이랄까 이런 것을 통해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그건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 선거에 질 땐 지더라도 각자 정당의 아이덴티티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다행인 것은 지방선거가 있고 그다음에 총선과 대선이 있다. 한번 선거를 거치는 과정에서 각자 뛰어서 안 되더라고 하면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방도가 요구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일방적으로 사전에 주어진 단일화라고 하는 프레임, 그 명분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정권교체의 명분은 민주 대 반민주라고 하는 보다 큰 가치에 의해서 결정돼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지 말고 밑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올라와야 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좋다고 하면 지지하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고 하면 안 된다고 본다.” 안철수 의원은 재보선에 나서면서부터 민주당과 새누리당에 대해 철저하게 등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재보궐선거로 함께 국회에 들어온 새누리당의 김무성·이완구 의원과 만났다. 반면에 대선 때 힘을 합했던 문재인 의원과는 아직 만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안 의원이 차기 대선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결합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관측을 한다. 박근혜 이후에 새누리당에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이 그럴듯한 근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새누리당도 정치연대의 대상이 될 수 있나? “그건 제가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물론 보수와 진보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대 정당을 고정적인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두 당은 기존의 진영 논리와 보수-진보라는 이념적 이데올로기의 양극화를 표현하는 정치제도와 정당으로서 볼 수 있다. 그럴 때 안철수씨가 취하는 행동은 이런 이데올로기적인 기존의 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내용을 갖지 않는 정치적인 대결이나 경쟁, 적대적 언어의 사용 등은 사실상 불필요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것을 넘어서서 행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의 보수를 대표하는 새누리당과 연대하는 식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저는 (안철수씨가) 그렇다고 보진 않는다.” -안철수 의원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교감을 이루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진보정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안철수씨가 정치리더로서 어떤 스탠스를 잡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진보정의당과의 결합은) 진보적인 쪽으로 가면서 센터를 비워두고 더 진보로 이동하는 문제가 있지 않겠나. 그럴 땐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진보정의당의 입장에서 볼 때도 그것이 정치 아이덴티티를 만들 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여러 질문이 가능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이 대선 이후 자신이 야권인지 여권인지 말을 안 하지만 실제로는 야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안 의원과 민주당의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3인이 2017년 대선을 향해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시점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 정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 않나. 여러 변수도 있고, 상황이 변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다만 2017년을 준비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 대선처럼 하지 말고, 경쟁하는 세력들이 보편적인 정치이념과 구체적인 정책대안, 무엇을 하겠다는 정치적 목표를 제시하고 경쟁했으면 좋겠다. 그것을 통해 시민들에게 여기서 한 사람을 뽑아서 연합이 되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신뢰를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는 희망이 없다. 지난번처럼 어쩔 수 없이 한사람 뽑아야 하니까 하는 식이 됐을 때 과연 새누리당 등 여권 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결선투표제 도입을… 박근혜는 민주주의 약해 -현시점에서 정치개혁의 가장 큰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각 정당들이 각자의 것을 추구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에 결선투표제는 정당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 다른 제도개혁의 경우 일단 그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 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초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이명박 정부와 비교할 때 나름대로 일관성과 말의 신뢰성, 약속을 지킨다는 자세는 상당히 좋다고 본다. 사익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의 원리를 보여주는 정부로 보이지 않는다. 권력을 분할하지 않고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행사한다. 내각이 보이지 않고, 청와대 비서 등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이 테크노크라틱한 방법으로 정부를 운영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국가 권력기관들의 문제, 국정원장이 선거에 개입한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조사되고 무언가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두 시간이 넘는 인터뷰 동안 최 이사장은 자신의 구상이나 생각과 안 의원이 추구하는 정당의 지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안 의원의 ‘독자적 행보’에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막일까? 모르겠다. 그의 사무실을 나서면서 그의 바람대로 안 의원이 진보적인 자극을 나침반 삼아 정치 행로에서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철 윤형중 기자 phillkim@hani.co.kr
“반정치적 태도와 노동없는 민주주의는 가라” 최장집 교수의 정치담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학자다. 1983년 9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취임한 그는 <한국 현대사>(1985년)를 시작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이론>(1993년),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1996년) 등 한국 민주주의와 현대사에 관한 저서 20여권을 남겼다. 특히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02), <민주주의의 민주화>(2006), <어떤 민주주의인가>(2007) 등 그의 ‘민주주의 3부작’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8월 고려대에서 정년퇴임한 뒤에도 민주주의에 관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및 정당 체제를 설명할 때마다 △정당정치의 정상화에 대한 강조 △‘운동의 정치’에 대한 경계 △‘노동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등을 빠뜨리지 않았다. 최 교수가 지난 19일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 등에서 제시한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도 평소 그의 논점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의 각종 저서를 보면, 민주주의는 일회적으로 도달해서 완성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아니다. 권위주의적 통치체제와의 단절을 통해 민주화를 이룬 뒤에도 여전히 개선하고 보완해야 하는 과정이 곧 민주주의라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나 ‘민주주의의 민주화’라는 책 제목이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가 바로 이런 내용이다. 최 교수가 민주주의 실천의 핵심 주체로 여기는 것은 정당이다. 그는 정당을 가리켜 “선거에서 승리해 통치를 위임받고 국가를 관리하기 때문에 그 어떤 사회집단보다 우선한다. 또 사회에서의 다양한 의사와 이익을 표출·집약·조직·대표하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결사체이자, 시민사회의 정치적 표상”이라고 주장했다.(<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 25쪽) 최 교수는 이런 정당 체제의 내용과 수준이 곧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지표라고 주장해 왔는데, 정당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로 그는 ‘운동의 정치’를 꼽았다. 운동의 정치란 정당 등 제도권 안의 정치행위자들이 사회변혁을 위한 대안을 만들거나 실현하지 못한 결과, 정치권 밖에서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요구가 조직되고 그런 운동의 힘이 다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정부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운동’은 정당이 되어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이끌고 사회적 내용을 발전시켜야 했으나, 최 교수가 보는 한국 정치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운동의 퇴조와 함께 정치도 이내 퇴조하고 말았다. (…) 결국 무능력한 정당, 시대에 맞지 않는 정당, 사회의 갈등과 균열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이 민주화 이후 정치의 중심적 행위자가 되면서 사회적 요구와의 괴리가 계속되었던 것이다.”(<민주주의의 민주화>, 82~83쪽) ‘운동의 정치’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이를 바탕으로 한 무능한 정당은 탈정치화, 정치의 폄하, 정치의 축소라는 부작용을 빚을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이를 통해 드러난 결과 가운데 하나로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꼽았다. 주요 정당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모두 보수적이며, 이들 사이의 이념적 거리가 멀지 않다 보니 노동자 등 중하층 서민을 포함하는 사회적 약자, 소외 세력의 이익은 어느 정당을 통해서도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주요 내용이다. 최 교수가 지금의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그동안 민주당에는 ‘민주 대 반민주’라는 진영간 대립 노선과 어떤 정부를 만들 것인지를 준비하는 ‘대안 정부 노선’이라는 두 노선이 존재해 왔다고 주장하며, 이 가운데 민주 대 반민주 노선에 대해 “반권위주의, 반부패, 반권력과 같이 도덕적 가치나 이념적 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상주의적 열정과 정조를 불러일으키고 ‘운동의 정치’를 되살리고자 하는 경향도 강한데, 그러다 보니 이 노선은 자주 반정치적인 태도를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민주당은 그런 종류의 공격에 시간과 당의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아니다. 그런 노선을 지속하는 한, 당 체질을 정비하고 대안 정부로서 실력을 쌓는 일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 346쪽) 시민정치운동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탄탄한 정당, 또 그런 정당 체제를 통해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주장한 최 교수가 손을 잡은 대상이 안철수 의원이라는 사실은 다소 뜻밖이라는 평가도 있다. 제도권 정당 출신이 아닌 안 의원은 2011년 등장할 때부터 최 교수가 비판해온 ‘포퓰리즘’에 기댄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정치에 입문한 뒤에는 누구보다 기성 정당 비판에 앞장선 탓에 정치권 일각으로부터 최 교수가 경계한 ‘반정치적 태도’를 취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안철수라는 인물로부터 ‘노동’이라는 열쇳말을 연상할 수 있는 배경도 희박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최장집의 한국 민주주의론>을 엮은 김정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21일 “안철수 의원이 최장집 교수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실천할 만한 의지와 역량을 갖춘 인물인지, 또 그가 진보적 자유주의를 함께 추진할 정치세력을 모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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