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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사진 김경호 이정용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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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 성완종과 홍문종 의혹
성완종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는
그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성완종 국면’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완종(사망 당시 64) 전 경남기업 회장 관련 검찰 수사가 메르스 이슈에 묻혔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남긴 메모에 8명에게 돈을 줬다고 기록했다. 그중 특히 3명에게 관심이 쏠렸다. 첫째 메모가 사실이라면 공소시효가 남아 있으며, 둘째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기 때문이다.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60)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장, 사무총장, 조직총괄본부장을 지냈다. <한겨레>는 검찰의 핵심 수사 대상 3명 중에서 먼저 홍문종 의원과 관련해 아직 해소되지 않은 혐의를 짚는다. 그는 최근 새누리당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아버지에 이어 의정부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홍 의원의 ‘2세 정치’의 역사도 소개한다.
▶ 핵심 의혹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어떤 관계냐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전 남긴 메모에서 ‘홍문종 2억’이라고 썼다. 성 전 회장은 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반면 홍 의원은 보도자료와 방송 등을 통해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둘 중에 한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홍 의원과 성 전 회장의 관계, 홍 의원이 검찰 수사를 피해갔던 과거 사례 등을 분석했다.
두 번 검찰수사 어떻게 피했나, 특별사면 어떻게 받았나
홍문종(60) 새누리당 의원과 관련해 두가지 의혹과 쟁점을 정리한다. 첫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의 실체다. 특히 의정부 지역구에서 1981~1988년 민주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아버지 홍우준 경민학원 초대 이사장이 성 전 회장과 알고 지낸 사이인지를 살폈다. 둘째, 홍 의원 또는 측근이 검찰 수사를 받았던 사건을 훑어봤다. ‘성완종 리스트’와 무관하지만 집권당 사무총장을 지낸 정치인을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라 생각했다. 독자가 정치인 홍문종을 이해할 수 있는 사실들이 부족하다고 봤다. 홍 의원은 지역에서는 다선 의원이지만 전국민을 상대로 한 정책 활동이나 어젠다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아버지 홍우준과 성완종의 관계는?
홍 의원과 성 전 회장의 관계에 대해, 두 사람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죽은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것이거나 살아 있는 전 집권당 사무총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 전 회장과 홍 의원의 아버지인 홍우준(92) 전 경민학원 이사장의 관계가 특히 주목된다. <경향신문>이 지난 4월 공개한 성 전 회장과 이 언론사의 대화 녹취록에서 성 전 회장은 홍 의원의 아버지(홍우준)에 대해 “잘 안다”고 표현했다. 녹취록을 보면, <경향신문> 기자가 “홍문종 본부장 2억 줬을 때는 그때는 어디서 줬는지 기억나세요”라고 묻자, 성 전 회장은 “(홍문종 의원과) 같이 사무실 쓰고 그랬으니까요. 어울려 다니고 했으니까요. 홍문종 아버지하고 잘 알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기자가 “(국회의원 지역구가) 의정부잖아요”라고 묻자, 성 전 회장은 “이 양반은 국회의원 되고 알았지만, 잘 알거든요. 아버지하고 친하고. 지방선거 때도 자기는 사무총장 하고 나하고 같이 선거도 치르고. 그런데 이렇게 의리 없고 그러면 안 되잖아요.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말했다.
대화에 주어·목적어가 많이 빠져 있어 여러 개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 양반(홍문종 의원)은 국회의원 되고 알았지만’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지만’이라는 어미를 염두에 두고 해석하면, 성 전 회장은 아들인 홍 의원은 성 전 회장 본인이 처음 국회의원이 된 2012년 4월 이후에 처음 알게됐지‘만’ 아버지인 홍 전 이사장은 그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전 이사장은 경민대학 등을 거느린 사학재단 경민학원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이다. 목사, 정치인, 부동산 사업가 등 많은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1923년 평북 곽산에서 태어났으나 분단 뒤 6·25 전쟁 직전 월남했다. 목사였는데 부동산 투자 수완이 좋아 곧 자산가가 됐다. 경민학원을 만들고 지역에서의 명망과 부를 토대로 1981~1988년 의정부·양주 지역구 민주정의당(민정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2012년 전 어느 시점에 어떤 계기로 홍 전 이사장이 성 전 회장을 알게 됐을까. 홍 전 이사장은 1923년생이고 성 전 회장은 1951년생으로 1955년생인 아들 홍문종 의원과 비슷한 연배다. 지역활동을 통해 알게 됐을 가능성도 높지않다. <경인일보> 누리집에서 ‘성완종’으로 검색되는 1980~2000년대 기사를 검토해보면, 성 전 회장이 만든 서산장학재단이 경기·인천지역에서 충청 출신 학생을 상대로 장학금 수여식 등을 연 것은 2000년대 이후다. <한겨레>가 의정부에서 접촉한 2명의 전 기초·광역의회 의원 등은 모두 성 전 회장의 이름을 자살 사건 이후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은 모두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했고 이 중 1명은 여야를 모두 경험했다. 홍 전 이사장은 지역의 명망가다. 이들 둘 다 홍 전 이사장의 활동과 역사, 경민학원의 역사 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성 전 회장의 이름을 지역에서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의정부 현지 취재 등을 종합하면, 홍 전 이사장이 성 전 회장과 알고 지냈다 해도 ‘측근이나 지역사회 지인에게 알릴 만한 깊은 관계’로 여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홍 전 이사장이 민정당 혹은 민자당 시절 성 전 회장을 알았을 개연성은 존재한다. ‘민정당 혹은 민자당 활동을 했던 어느 시점’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홍 전 이사장은 1988년 총선에서 낙선했다. 과거 <한겨레> 보도 등을 보면, 1990년 민자당 창당 뒤 당적을 가졌다가 1992년께 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1~1992년 민정당·민자당 정치활동을 한 것이다. 한편 성 전 회장이 민자당 재정위원이었고 그의 회사 계좌에서 불법선거운동 자금이 나간 사실이 1992년 밝혀졌다. 성 전 회장이 민정당 재정위원이라는 설도 있으나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홍 전 이사장은 1982년 민족사관정립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민정당이 국민의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 등의 명분으로 만든 특위다. 독립기념관 설립에도 어느 정도 관여했다. 성 전 회장은 1982년 독립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홍문종 의원은 “당시 민족사관정립특별위원회가 독립기념관 건립에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정확하지 않아, 확대해석이다”라고 밝혔다.
1979~1992년 공화당·민정당·민자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남재희(81) 전 노동부 장관은 지난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홍 전 의원은 기억하지만 ‘성완종’ 이름은 이번 사건(자살 사건) 이전에 들어본 기억이 없다. 둘이 아는 사이라는 말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적 거리, 세대 차이, 재산과 사회적 권력 등에서 1992년 전까지 성 전 회장은 홍 전 이사장과 격차가 커 보인다.
성완종은 언론 인터뷰 녹취록서“아버지(홍우준)를 잘 안다” 언급
성완종 전 회장은 민자당 활동
민정당·민자당 시절 알았을까
홍 의원 “민정당 시절 아는 사이 아냐” 해명 2005년 경민학원 횡령사건 때
이사장 홍문종은 검찰수사 불분명
경민대 학장이던 아버지만
불구속기소하고 교직원 2명 구속
“아들 대신 아버지 기소” 뒷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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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일 낮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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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바른포럼’ 간부들 4명
기소 때도 외곽조직 총괄하는
조직총괄본부장 홍문종은
검찰조사 받았는지 불분명 성완종 특별사면 비난하지만
홍문종 본인이 특별사면 수혜자
2010년 특별사면 안 받았으면
총선 때 정당공천 못 받았을 것
홍 의원 “로비 없었다” 해명 홍문종 측근 이양수의 ‘이상한 정치평론’ 당시 사면심사위원인 오영근 교수는 “당시 홍 의원 사면 여부는 위원회 안에서 논의된 기억이 없다. 주로 경제인 사면을 두고 심사 논의를 벌였다. 홍 의원이 사면신청을 낸 취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그 당시에는 사면이 논란이 될 만큼 홍 의원이 주목받는 정치인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심의서를 보면, ‘홍문종’ 이름 옆에 특별복권을 의미하는 숫자 ‘4’가 찍혀 있다. 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로 정지된 자격이나 권리를 되찾게 된 것이다. 홍 의원의 측근으로 검찰 수사·조사를 받을 법한 인사가 갑자기 ‘정치평론가’로 성 전 회장 사건을 평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양수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홍 의원과 함께 조직본부에서 활동했다. 그 전에는 경민대 겸임교수 등을 했다. 성 전 회장 사건과 관련해 조직총괄본부장인 홍 의원이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직본부에서 활동했던 이양수 전 행정관이 조사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를 나온 뒤 지금은 ‘정치평론가’로 활동중이다. 성 전 회장 자살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올 4월 중순부터 종편 <티브이 조선> <엠비엔> <연합뉴스 티브이> 등에서 성 전 회장 자살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 전망, 정치 전망 등을 자주 논평했다. ‘홍우준 전 이사장 및 홍 의원과 성 전 회장의 관계’ ‘경민대 횡령 사건에서 수사·조사 받았는지 여부’ ‘서강바른포럼 사건에서 수사·조사 받았는지 여부’ ‘왜 어떻게 사면을 신청했는지’ 등, 핵심 취재 주제에 대해 <한겨레>가 의원실을 통해 홍 의원에게 전화와 전자우편으로 10여가지를 질문했으나 홍 의원은 아무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경민대학 홍보팀을 통해 2005년 횡령 사건에 대해 물었으나 경민대학 쪽은 “과거 사건으로 연루된 직원들은 현재 재단에 남아 있지 않으며, 홍 전 이사장이 병환이라 답을 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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