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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열(62) 성우이용원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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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이 사람] 이남열 성우이용원 이발사
일본강점기부터 3대째 가업이어…“인터뷰만 180번”
서울역 뒤편 만리동 시장 모퉁이에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가 있다. 성우이용원. 주인 이남열(62)씨는 유명인사다. “152번 버스 타고 가는데 사장님 얼굴이 딱 붙었던데요.” 손님이 이발 의자에 누운 채 묻는다. “지금은 떼졌어.” ‘뭐 그만한 일로’라는 투다. 아침 뉴스에서도 봤다고 하자 “그건 지난달이고”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한다. “케이티엑스 열차 칸에 꽂힌 잡지에서 보고 찾아오는 이도 있어”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이발소 나무 유리창 뒤에서 까치발로 들여다보던 사람들의 손에 들린 카메라가 보인다. “아이구, 오늘은 좀 힘드네. 180번쯤 인터뷰한 것 같아. 160번까지 세다가 그만뒀어.”
이 이발소의 창업자는 일본강점기 때 조선 사람 가운데 두 번째로 이발면허증을 딴 서재덕씨. 이씨의 외할아버지다. 서씨의 조수였던 아버지는 7남매 중 다섯 번째 아들인 그에게 가위를 잡게 해 3대째 가업을 이어받도록 했다. 1927년 문을 연 성우이발소. 해가 거듭하고 세월이 흐르며 주인이 바뀌고 드나드는 손님이 바뀌었지만 이발소는 별로 변한 게 없다. 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가게로 사람들이 찾아 온다. “내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곳은 역시 이곳 뿐이야.” 15년 전 강원도로 떠난 이웃도 찾아오고, 점심께 들어온 금발머리 외국 손님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주인공처럼 수염을 깎아 달라며, 복사해온 레트 버틀러 사진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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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배우처럼 깎아주세요.” 성우 이용원 주인 이남열(62)씨가 레트버틀러 사진을 갖고 가게를 찾은 미국인 손님의 수염을 깎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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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떠났다. 간신히 성우이용원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지금이다. 아내는 “저녁으로 자장라면을 먹을래요”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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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만리동 고개 시장통 한 모퉁이에 1927년 문을 연 성우이용원이 옛날 방식의 이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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