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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발·머리되어 20년…엄마의 벼랑끝 사투
① 뇌병변 1급 진석씨네
직경 10㎝나 되는 아이의 머리가 빠져나오기에는 엄마의 골반이 작았다. 의사는 무리하게 분만을 유도했다. 결국 아이의 머리가 엄마의 골반에 끼자, 의료진은 흡입기로 아이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겨우 엄마의 몸 밖으로 나온 아이는 10분간 울지 않았다. 호흡도 없었다. 이미 뇌를 다친 상태였다.
무리한 분만과정서 뇌 다쳐혼자선 먹지도 배설도 못해
10분마다 호흡보조기 써야 아이는 곧장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의사는 엄마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아이는 호흡이 가빴다. 이번에는 의사가 아이의 목에 구멍을 뚫어 인공호흡기를 달자고 했다. 엄마가 물었다. “호흡기 달면 병이 나을 수 있나요?” 의사는 그건 아니라고 했다. 엄마는 거절했다. 며칠을 살지 몇 년을 살지 모르지만,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평생 중환자실에서만 지내게 할 수는 없었다. 엄마는 각오했다. ‘삶이 다하는 날까지 아이가 행복하게 살다 가게 해주겠다’고.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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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1급 장애인인 최진석씨의 어머니 김혜숙(가명·왼쪽)씨가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서울재활병원에서 아들의 호흡기 치료를 도와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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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입원 1회 ‘500만원’
퇴직 남편도 벌이 없이 투병중 진석씨가 유치원 들어갈 나이가 됐을 때, 엄마는 일반유치원을 찾아가 원장에게 “제발 아이들 노는 모습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간청해, 둘은 함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다 돌아오곤 했다. 특수학교인 한국우진학교에도 입학했다. 수업시간에 엄마는 교실밖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아들이 기침을 하면 쫓아 들어와 가래를 뱉어내게 하고, 또 교실 밖으로 나가 대기했다. 진석씨는 그렇게 3년을 보내고 지난해 지난해 2월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김씨는 “진심으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진석씨 치료비로 쓴 돈이 3억원가량 된다. 감당이 어려워 7년 전 아파트를 처분하고, 진석이 고모 집으로 온 가족이 들어갔다. 김씨 남편은 30년간 대기업에 다니다가 3년 전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뒤, 우울증을 겪고 있다. 지병인 고혈압과 디스크가 악화돼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처지다. 현재 진석씨의 누나(30)가 일을 해 가족의 생계 일부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한번 중환자실에 입원할 때마다 500만원가량 비용이 드는 데다,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의료용품 구입 비용도 만만찮아 생계유지가 쉽지 않다. 진석씨는 지난해부터 호흡기능이 악화돼 결국 위루관 수술을 받았다. 가족은 진석씨가 수술 후유증으로 합병증이 생길 것을 염려하며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지내고 있다. 이야기 도중 김씨는 눈물이 나도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감정을 억눌렀다. 진석씨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이 절박해요. 애를 시설에 맡기는 건 최후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버티고 있어요. 진석이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어서예요. 진석이와 저, 이것도 인연이라고 받아들여요.”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뇌병변 치료에 생계는 ‘곤두박질’ 희귀질환 불인정, 비급여 항목 많아
환자가구 38% ‘월소득 100만원↓’ 최진석씨 같은 뇌병변 환자들은 전국에 21만9156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되는 1~2급의 비율이 55%로 절반을 넘는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며, 비싼 치료비 탓에 가족 전체가 고통받고 있다. 진석씨의 경우, 매일 항생제·근육이완제 등을 투여하고 있다. 그러나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해 비급여 항목이 많은 탓에 고액의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그 바람에 가족 생계가 곤두박질쳤다. 보건복지부의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뇌병변 환자들의 68.7%는 자신을 ‘하층’이라고 생각했다. 뇌병변 환자 가구의 월 소득액은 100만원 미만이 37.7%로 가장 많고, 100만~200만원 사이가 25.6%였다. 이들은 외출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뇌병변 환자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비율은 69.3%로 조사됐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시행해, 활동보조인 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1급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한달 평균 100여시간이 지원된다. 올해 책정된 예산을 기준으로 약 5만5천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일반적인 생활을 누리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진석씨를 담당하고 있는 김미연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외부활동 지원도 부족한데다, 교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순회교육 제도도 유명무실하다”며 “중증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외부 활동과 교육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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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근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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