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13 18:32
수정 : 2012.10.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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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온 나문(가운데)이가 지난 7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에서 엄마와 간호사의 손을 잡고 진료를 받으러 소아암센터로 걸어가고 있다. 고양/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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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열매-한겨레 공동기획] RT. 소통이 나눔이다
③ 신장암 투병 몽골아이 나문
두살부터 항암치료 고통 몽골서 치료못해 한국행
암세포 폐로 전이됐지만 헌신적 부모사랑에 생기
“아이 꿈 지켜주고 싶어요”
다섯 살 나문이는 아픈 아이 같지 않다. 신장암으로 수술을 두 번 했고, 계속되는 항암치료에 구토를 밥 먹듯 해도, 돌아서면 다시 웃는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눈이 사시가 되고 시력이 나빠져 두꺼운 안경을 쓰지만, 환한 미소가 얼굴의 그늘을 걷어낸다.
지난 7일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 온 나문은 천진하게 웃으며 진료실에 들어왔다. “나문이 왔구나.” 박병규 소아암센터장과 간호사들 모두 반가워했다. 나문은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보이자 달려가 안겼다. 나문을 돌보는 박아경(31) 의료사회복지사는 “감당하기 힘든 치료를 하는데도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명랑하고 사교성이 좋아 병원 사람들이 모두 나문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문은 몽골 아이다. 두 살 때 소아 신장암의 일종인 빌름스 종양이 생겼다. 몽골에서 종양 제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곧 재발했다. 이미 첫 치료에서 항암제 내성이 생긴 탓에 더욱 강한 항암제를 써야 했다. 몽골에는 그런 치료약이 없었다. 병원에서도 “가망이 없다”고 했다. 나문의 부모는 몽골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지인에게 희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한국은 의료기술이 좋으니 나문이 완치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경비일을 하며 한 달에 우리 돈으로 50만원 정도 벌던 나문 아버지는 집을 담보로 2천만원을 대출했다. 나문의 오빠인 여섯 살짜리 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겼다. 지난해 12월 직장을 그만두고 부인과 함께 나문을 데리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대학병원,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병원을 찾아다녔다. 병원에선 나문을 입원시키려면 예치금 1억원을 내라고 했다. ‘우리 병원에선 치료를 못해주겠다’는 뜻이었다. 나문의 부모는 여러 병원의 문을 두드리다 결국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검사를 다시 해보니, 신장에 있던 암세포가 폐로 전이됐다. 일단 폐 종양 제거 수술부터 받았다. 신장 종양도 제거해야 하지만, 아직 나문의 나이가 어려, 일단 항암제를 투여하고 있는 중이다. 6개월이나 1년 뒤에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행히 종양이 더 커지지 않고 제자리 상태다.
이곳에 처음 올 때만 해도 나문은 축 늘어지고 눈에 초점도 없었다. 그러나 다섯 달이 지난 지금 생기를 찾았다. 박아경 복지사는 나문이 부모의 헌신적 사랑 덕분이라고 했다. “보통 큰 병을 앓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표정이 어둡지요.” 박 복지사가 말했다. “그런데 나문 부모님의 표정은 놀랄 만큼 평온해서 저도 놀랐어요. 부모님이 항상 나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나문 가족의 긍정적 에너지에 병원 사람들도 감동하고 있지요.”
나문의 부모는 한국에 있는 나문 삼촌네 집에 얹혀 지내고 있다. 막노동을 하는 삼촌은 서울 변두리의 한 쪽방에서 산다. 2평 남짓한 방에서 어른 세명이 지낸다. 삼촌도 불평이 없다고 한다. 막노동으로 한 달에 100만원 버는 돈을 나문 부모의 생활비에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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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광고 후원 : SK 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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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문의 치료비가 6천만원가량 나왔다. 외국인이라 의료보험 적용도 못 받고 있다. 나문 부모가 한국에 올 때 가져온 2천만원은 진작에 다 썼다. 한 민간단체에서 1천만원을 지원했지만, 턱없이 모자라다. 나문 아버지는 돈을 빌리러 지난주 다시 몽골로 갔다. 병원 쪽에서도 나문 가족의 딱한 사정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민간 후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노동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조차 나문 가족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도 나문의 부모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처음 한국 왔을 때 대형 병원에서 퇴짜 맞은 일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치료를 할 수 있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문의 엄마가 말했다. “나중에 선생님이 되고 싶은 나문의 꿈을 지켜주고 싶어요. 치료가 잘 되면 몽골로 돌아가서도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아직 한국말을 배우지 못한 나문 가족은 그때그때 통역사를 구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트위터를 달군 독자들 응원 메시지
지난 3월부터 ‘RT, 소통이 나눔이다’ 캠페인이 시작된 뒤, 사연의 주인공을 응원하는 독자들의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최진석(20)씨와 그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엄마의 사연(<한겨레> 3월12일치 11면)이 소개되자, 소설가 이외수씨가 “만번이라도 알티를”이라며 진석씨의 사연을 인용(RT)한 것을 비롯해 소설가 공지영씨 등 모두 1996명이 트위터로 사연을 전파했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게 소원인 지체장애 1급 김준열(23)씨의 사연(<한겨레> 4월16일치 14면)에도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벚꽃길을 걸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준열씨의 사연을 인용(RT)하는 등 총 567명이 리트위트에 동참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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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위트(RT)로 행복에 투자하세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착하고 강한 도구입니다. 한 번의 리트위트(RT)가 모이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한겨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와 손잡고 ‘소셜 기부’를 통해 나눔의 소통과 에너지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한겨레>와 ‘사랑의열매’ 트위터에 소개된 사연을 독자들이 리트위트할 때마다 5000원씩 기부금이 적립됩니다. 사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나눔의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사랑의열매 온라인 나눔소통공간인 ‘행복주식거래소’에서도 사연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행복주식거래소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과 나눔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부자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나눔거래 공간입니다. 기부자들은 1주에 5천원 단위로 책정된 행복주식을 사연에 투자하며, 신용카드·휴대폰·실시간 계좌이체 등을 통해 실질적인 기부를 할 수 있습니다.
리트위트 참여 @happyexchange, @hanitweet 직접 기부 온라인(happyexchange.chest.or.kr) 또는 후원계좌 085-01-107501(농협·예금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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