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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15 20:14 수정 : 2012.10.15 08:41

12년째 쪽방에 혼자 살고 있는 김갑연 할머니가 지난 4일, 경남 마산시 회원동 골목길에서 작은 손수레에 의지해 걸어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RT, 소통이 나눔이다 ⑤ 월세 버거운 독거노인 김갑연씨
밥보다 절실한 6개월 쪽방값 60만원
20년간 절밥짓다 3년째 폐지줍기
지난 1월 다쳐 일 못해 빚 쌓여
“집주인한테 미안해서 우짤꼬”

김갑연(84) 할머니는 빚지고 산다. 10만원 월세를 6개월째 내지 못하고 있다. “1000원이라도 남한테 빚진 게 있으면 못 사는데, 집주인한테 미안해서 우짤꼬.” 지난 4일 오후 경남 마산에서 만난 할머니는 취재 내내 빚으로 남아있는 집세를 걱정했다. 할머니는 12년 전부터 3평 남짓한 쪽방에 혼자 살고 있다.

김 할머니는 폐지를 줍다 허리를 크게 다친 지난 1월부터 집세를 내지 못했다. 할머니에게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은 정부가 주는 기초노령연금 월 9만4600원이 전부다. 전기세·전화요금 등 공과금 3만5000원이 빠지면 손에 쥐는 돈은 기껏해야 6만원가량이다. 월세 10만원을 내려면 다른 소득이 필요하다.

80대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넝마주이’뿐인데, 허리를 다친 뒤로는 그나마 할 수 없게 됐다. 장바구니가 달린 작은 손수레에 의지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굽었다.

돌봐주는 가족이 없고 일도 할 수 없는 고령의 독거노인에게 집세는 빚이나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도 노인 실태조사’를 보면, 65살 이상 노인의 43.0%는 생활비 지출항목 가운데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이 비율이 56.4%로 평균을 웃돌았다.

김 할머니를 지원하고 있는 금강노인문화센터 안형옥 사회복지사는 “우리가 식사를 배달하는 60명의 독거노인 대다수의 주거형태가 10만원 안팎의 월세”라며 “김 할머니는 자식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기초생활수급권자 자격을 얻을 수 없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류상에 존재하는 자식들은 김 할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할머니는 남편없이 자식 넷을 혼자 키웠다. 17살에 결혼한 남편은 막내딸을 낳은 뒤 집에 발길을 끊었다. 할머니는 술집, 식당, 학교 급식실 등을 돌면서 쉴새없이 일했다. 이름 한 자 쓰지 못하는 무학의 설움을 물려주기 싫었지만, 막내 아들만 고등학교를 나왔고 다른 자녀들은 중학교를 겨우 마쳤다.

노령연금 9만4천원이 수입 전부
자식들 있어 기초수급 못받아
체중 30㎏에 백내장까지 겹쳐

“에미가 못사니, 자식들도 못살아.” 자녀들은 할머니를 부양할 형편이 안 된다. 장남은 30년 전 연락이 끊겨 생사조차 모른다. 당시 아들은 30만원을 빌려 가게를 차리려 했다. 불쑥 나타난 남편이 이를 가로채 달아났다. 그 길로 집을 나간 장남은 다시는 가족을 찾지 않았다. 막노동으로 사는 차남도 어머니를 찾지 않은 지 오래다. 셋째아들이 착실하게 일을 해 용돈을 챙겨주곤 했지만 2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일자리를 잃은 뒤에는 자기 살림도 빠듯하다. 할머니를 만난 지난 4일, 셋째아들은 암이 재발해 재수술을 받으러 서울로 떠났다고 했다. 할머니는 “에미가 복이 없으니, 자식들도 못산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자녀들이 출가한 뒤 김 할머니는 집없이 전국의 절을 돌아다녔다. 스님과 불자의 밥을 해주는 공양주로 20년 가까이 살았다. “자식들 결혼시키면서 진 빚을 공양주하면서 다 갚았다”는 할머니가 공양주 생활을 마쳤을 때, 50대 초반이던 나이가 칠순을 넘겼다. 지난 2000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온 뒤 폐지를 줍고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혼자 힘으로 살았다. 하루라도 폐지를 줍지 않으면 집세를 낼 수 없어서 무료로 해준다는 백내장 수술 날짜도 놓쳤다. 백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오른쪽 눈은 홍채의 4분의 1 정도가 사라졌다.

“내가 하루이틀이라도 먼저 주면 먼저 줬지, 한번도 못 준 적이 없는데…. 집세라도 주면 마음이 편하겄구만.” 빚지고 사는 일을 끔찍하게 두려워하는 할머니는 집세를 모으려고 아예 돈을 쓰지 않는다. “먹는 거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 점심은 경로당에서 해결하고, 나머지 끼니는 된장과 김치만 놓고 밥을 먹는다. 앙상한 할머니의 몸무게는 30㎏도 안 된다. “얼마전 목욕탕에서 체중을 재봤어. 내가 눈금을 볼 수 없어서 아가씨들한테 몇 킬로냐고 물으니 ‘할머니, 바람 불면 나가지 마소’ 그라대. 예전에도 약했지만, 이러지는 않았는데….”

주위에선 부족한 식사와 건강부터 걱정하지만, 정작 할머니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몇십만원의 집세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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