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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단원들이 6일 저녁 서울 강서구 경향교회에 있는 연습실에서 창작뮤지컬 ‘원앤원’을 연습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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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 소통이 나눔이다 : 사랑의열매-한겨레 공동기획]
⑦ 창작뮤지컬 만든 장애인국제예술단
안면장애로 가수 꿈 꺾이고 사고로 발레리나 접어야했던
22명 단원들 실제 사연 담아
비장애인과의 소통 소망 표현
12월 미국 LA 초청공연 앞두고
목포 등서 서울 오가며 맹연습
운영비·연습비 마련할 길 ‘막막’ “꿈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면서요.” “누구나 오디션을 볼 순 있지, 근데! 허황된 꿈을 꾸는 것들은 원치 않아.” “노래로 사람들의 편견을 바꿀 수 있어요.” “노래로 세상을 바꾼다고? 차라리 기술 배워 먹고살 궁리나 해.” “떨어트리더라도, 최소한 노래는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떨리는 마음으로 연예기획사의 문을 두드렸던 가수지망생 심보준(27)씨는 준비한 노래를 한 소절도 불러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안면종양을 갖고 태어나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생겼을 뿐인데, 그에게 노래할 기회를 주는 곳은 없었다. 심씨는 돌아서 홀로 노래를 불렀다. “어제의 기억을 모두 잊고 하늘 보며 크게 외쳐본다, 난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야,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지난 6일 저녁 서울 강서구 경향교회 지하 2층 강의실에서 안면장애인 심씨를 비롯해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단원들이 창작 뮤지컬 ‘원앤원’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뮤지컬 ‘원앤원’은 단원들의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 드라마다. 연예기획사에서 문전박대당한 심씨, 촉망받는 발레리나였다가 교통사고로 꿈을 접어야 했던 최혜영(33)씨,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으면서 의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난타 공연에 도전하는 정유미(35)씨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중심엔 예술단 대표를 맡고 있는 배은주(43)씨가 있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은 배씨는 지난 1996년 <한국방송>(KBS) 장애인 가요제에서 은상을 받으며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배씨는 자신처럼 무대를 갈망하는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꿈을 실현하기 위해 4년 전 예술단을 만들었다. 장애인 인터넷 방송에서 디제이를 하던 정유미씨에게 북채를 쥐어준 사람도 배 대표였다. “난타를 해볼래?”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정씨는 배 대표의 제안이 처음엔 황당했다. 의사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씨는 호기심에 이끌려 북채를 잡았다. “처음엔 3분만 북채를 쥐어도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였어요. 이젠 10분 넘게 북을 칠 수 있어요. 도전하고 이겨내는 과정이 뿌듯했고,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전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기뻐요.” 정씨가 말했다. 22명의 장애인이 모인 예술단은 주로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수화 무용과 클래식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콘서트를 열어왔다. 그러다 ‘우리만의 노래와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자’는 뜻을 모아 2년 전 뮤지컬 제작에 도전했다. <한국방송> 소속 성우인 백승철(39)씨가 선뜻 연출을 맡아 2년째 단원을 이끌고 있다. 백씨 외에도 안무가 등 스태프 7~8명이 무대 뒤에서 돕는다. 처음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마음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백승철씨는 “처음엔 초보 배우들의 불편한 몸 때문에 동선이나 안무가 제한적이어서 힘들었지만, 오랜 시간 대화하면서 그들의 일상을 이해하고 나니 세상을 향한 열정과 의지가 보였고 서로 눈높이를 맞추는 지혜가 생겼다”고 말했다. 개인과 개인이 서로 마음을 열고 이해하자는 단원들의 뜻이 뮤지컬 제목 ‘원앤원’(one & one)’에 담겨있다. 2010년 11월 초연을 올린 뒤 이들의 공연 영상을 본 프랑스 공연기획사의 초청을 받아 파리 마들렌느 성당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20여 차례 공연을 올렸고, 올 12월엔 미국 장애인단체 초청으로 로스엔젤레스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연습 환경을 보면 이런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 벽면 거울이 있는 연습실은 휠체어 때문에 거울이 깨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학교나 공공기관의 강의실을 빌렸지만 시끄럽다는 민원 때문에 쫓겨나기 일쑤였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는 스태프들이 배우들을 업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경향교회가 3년 전부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지하 강의실을 내주고 있다. 매주 2차례 인천·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기차나 전철 등을 타고 오는 단원들의 꿈이 교회 지하 2층에서 무르익고 있다. 지난해 예비 사회적기업이 됐지만 예술단은 여전히 운영비 부족에 시달린다. 당장 12월 미국 공연도 항공료를 지원받았지만 체류비와 연습비 마련에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배 대표는 “계란으로 바위를 깨트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우리들이 가진 재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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