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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14 21:08 수정 : 2013.01.14 21:08

곽윤정(가명·60)씨가 9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 자택에서 산소 호흡기를 낀 채 햇볕을 쬐며 운동하고 있다. 폐질환에 골다공증까지 앓고 있어 매일 일광욕을 해야 하는 곽씨는 외출할 때 필요한 휴대용 산소호흡기의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방안에서 창문을 열어 햇빛을 쬐고 있다. 안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RT, 소통이 나눔이다
⑪ 호흡기 1급 장애 할머니의 조손가정

별거뒤 세딸 키우던 중 난치병에
산소발생기 없으면 5분 안 뇌사
기초수급비 월 59만원으로 생활
입원땐 수급비마저 깎여 한숨만
“가스비 석달째 못내 난방 못해”

올해 환갑을 맞은 곽윤정(가명·60)씨의 삶은 고무 튜브에 달려 있다. 산소발생기에 매달린 고무튜브는 곽씨의 코로 연결된다. ‘후웅~ 텅, 후웅~ 텅.’ 경기 안산시 방 두칸짜리 연립주택 전세방에는 24시간 내내 둔탁한 기계음이 울린다.

“저게 없으면 그냥 죽지요.” 곽씨는 호흡기 1급 장애인이다. 산소를 만들어 허파로 밀어넣는 기계의 도움이 없으면, 곽씨는 3~5분 만에 뇌사 상태에 빠진다. 고무 튜브에 매달려서라도 삶을 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24시간 산소발생기에 폐를 맡긴 곽씨에게 여린 삶을 의탁한 두 손자가 있다. 곽씨가 쓰러지면,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각각 다니는 그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 곽씨는 산소발생기를 밀고 끌며,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한다.

그의 남편은 육군 장교였다. 전역 뒤엔 출판업과 건축업을 했다. 곽씨는 간호사로 맞벌이를 하며 딸 셋을 낳아 단란하게 지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남편의 사업이 망하면서 가정의 화목에도 금이 갔다. 부부는 15년째 따로 떨어져 살고 있다.

혼자 세 딸을 키우게 된 곽씨는 일에 더 몰입했다. 2002년 전남 장흥군 회진면 노력도 보건진료소 소장으로 부임했다. 촌부들의 건강을 보살피던 그에게 병마가 찾아왔다. 2005년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병을 진단받았다. 외부 병균을 막아야할 백혈구가 오히려 자신의 신체세포를 공격하는 희귀난치성 병이었다. 스테로이드를 오랫동안 복용하다 폐렴까지 걸렸고, 급기야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증까지 앓게 됐다.

2008년 4월 곽씨는 호흡기 1급장애 판정을 받았다. 경제활동 능력을 잃어버린 그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세 딸의 운명도 여의치 않았다. 맏딸은 어머니의 뒤를 이어 간호사가 됐지만 이혼 뒤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둘째 딸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했다.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은 딸은 두 아들을 어머니 곽씨에게 맡겼다. 둘째 딸 부부는 치킨 배달을 하며 근근이 빚을 갚고 있다. 캐나다로 이민간 셋째 딸이 그나마 큰 탈 없는 편이지만, 어머니에게 도움을 줄 형편은 안된다.

두 손자를 돌보는 곽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더해 매달 59만원의 돈을 받아 생활한다. 그 빠듯한 돈이 이번 겨울에는 더 줄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 동안 기초생활수급비가 기존의 절반 정도로 줄어 한달에 36만원만 받았다. 폐렴이 심해져 4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이유로 수급비가 그만큼 삭감된 것이다. 해마다 한번씩은 폐렴이 악화돼 입원을 해야 하는 곽씨로선 정부의 ‘셈법’을 이해하기 어렵다.

곽씨의 셈법으론 세 식구의 삶이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월세 20만원, 대출이자 11만원, 전기요금 10만원을 내면 벌써 41만원의 지출이 발생한다. 전기요금의 70%는 산소발생기의 작동에 쓰인다. 산소발생기가 없으면 한 순간도 버틸 수 없으니 전기료를 줄일 수도 없다. 결국 난방을 줄였다. “(난방용) 가스비 3개월치를 못내고 있어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하는 곽씨와 함께 추운 겨울을 나는 손자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도움이 두가지 있다. 동네 교회가 두 아이에게 매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 준다. 곽씨를 돕는 생활보조사가 아이들 빨래와 식사를 거든다. 그밖에는 온전히 곽씨의 몫이다. 조현아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이렇게 추운 겨울에 수급비까지 삭감해버렸으니, 장애인 가정이 더욱 피폐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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