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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트는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기업, 시민단체 등이 아기를 키우는 데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모성’이 담긴 프로그램이다. 북스타트 자원봉사자가 예방 접종을 위해 아기와 함께 연수보건소를 찾은 한 엄마에게 책읽어주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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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안뗐는데…” “책 읽어주면 사랑이 스며요”
지자체·보건소 등 “책을 장난감으로”북스타트운동 확산 정서적 교감 쑥쑥
집중력 언어력은 덤 지난 4일 인천시 연수구보건소. 북스타트 자원봉사자 강영숙(45·여)씨가 생후 6개월 된 아기에게 비형 간염 예방접종을 위해 이곳을 찾은 박진희(20·여·가명)씨를 앞에 두고 아기에게 책 읽어주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아기는 6개월부터 소리에 민감해지는데 엄마와 주위 사람이 함께 책을 읽어주고 장난감처럼 갖고 놀 수 있게 해주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납니다.” 강씨가 책을 넘기며 설명하자 박씨 품에 안긴 아기가 손을 뻗어 책을 만졌다.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자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책을 바라본다. 설명이 끝난 뒤 강씨는 작은 가방을 건넸다. ‘북키트’로 불리는 가방에는 그림책 두 권과 부모를 위한 북스타트 가이드북, 추천도서 목록, 연수구 도서관 프로그램 안내 책자, 손수건 등이 들어 있다. 매일 오전 보건소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는 북스타트한국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아가에게 책을’을 구호로 내걸고 2003년부터 시작한 북스타트 프로그램이다. 이는 영국에서 시작된 운동인데, 우리나라는 서울 중랑구보건소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전국 23개 지역에서 진행중이다. 지난해 말까지 2만6천여명의 아기들이 참여했다. 북스타트에는 지방자치단체, 기업, 도서관,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한다. 북키트 제작에 드는 비용은 해당 지자체나 기업 등이 나눠 맡는다. 연수구처럼 지자체가 모두 지원하는 곳도 있다. 도서관, 보건소, 기초자치단체 등은 북키트 보급과 후속 프로그램을 맡고,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이를 돕는다. 북스타트를 처음 접한 이들은 돌도 되지 않은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자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날 연수도서관의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신현미(38·여)씨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놀라운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4년 북스타트에 참여한 신씨는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달쯤 됐나요. 아이가 책을 골라잡아 읽어달라고 하기 시작했어요. 북스타트에서 받은 〈까꿍놀이〉와 〈얌냠 짭짭〉은 숫제 달달 욀 정도예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북스타트에 참여한 아이들의 집중력, 언어습득능력 등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빠르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북스타트에 참여한 뒤 5년이 지난 아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참여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 읽기, 수리 등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북스타트는 훌륭한 유아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책 읽어주기가 지적 성장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에도 크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이영자 교수는 “부모의 품 안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이 될 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북스타트는 빠른 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영국은 65만명 신생아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은 2000년에 이를 도입해 현재 2213개 시·구·정·촌 가운데 630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타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칠레, 남아공, 폴란드, 이탈리아 등도 이름은 다르지만 북스타트와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있다. 북스타트한국위원회 도정일 대표는 “북스타트는 조기교육이 아니라 책을 장난감으로 주는 것”이라며 “가족들이 책을 매개로 아가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도록 도와주는 양육 프로그램이자 소외된 아기들을 위한 교육복지 안전망”이라고 말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보고 또 보고’ 아이에 가장 좋은 선물 늦둥이 키우는 안경화씨
보건소서 권유받고 시작
“아이 키우기도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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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접할수록 수리·말하기·듣기 뛰어나 북스타트 효과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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