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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7 15:39 수정 : 2012.03.14 16:24

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의 배우 김수현.

허미경의 TV남녀

<해를 품은 달>(해품달)은 요즘 드라마 제작판에선 ‘시청률을 품은 달’로 불린다. 이 판타지 사극과 지상파 수목극 경쟁에서 맞붙었다 나가떨어진 <난폭한 로맨스>와 <부탁해요 캡틴>은 각각 ‘난폭한 시청률’, ‘부탁해요 시청률’이란다. <에스비에스> 구본근 드라마제작본부장의 부러움 어린 전언이다.

시청률 40%대. 김도훈 <해품달> 피디도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해품달의 숙명론적 어법대로 말하자면, 저 하늘의 ‘해’와 ‘달’이 내린 시청률이랄까.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왕’의 이야기란 점이다. 해품달은 <용의 눈물>과 <주몽>, <선덕여왕> 같은 ‘대박 시청률’ 군주 사극의 계보를 잇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얘기했듯이 “한국 시청자들은 왕을 너무나 사랑한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원초적 희구랄까, 권력에 대한 판타지랄까. 한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금껏 사랑받는 서양의 고대 그리스 희비극도 거개가 왕의 이야기 아니던가. 해품달은 <주몽>과 <뿌리깊은 나무>가 드러냈던 역사와 정치에 대한 담론이 없이도, 아니 그런 담론이 없었기에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혹자의 분석대로 ‘역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는 세대’의 등장을 해품달은 일러주고 있다. 역사의 부담을 덜어낸 조선 왕의 연애담! 그 시청 연령층의 밑돌을 ‘가상 판타지 로맨스 소설물’에 익숙한 10~30대 젊은 인터넷 세대들이 채워넣고 있다.


드라마 (해품달)
또 하나는 그런 왕을 김수현이 연기한다는 점이다. 시청률의 적어도 1할가량은 1988년생, 스물넷 ‘젊은’ 배우가 감당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선 1988년의 2대 경사가 올림픽 개최와 김수현 탄생이라는 농담이 돌 정도로 ‘김수현 현상’이 몰아친다.

첫인상은 좀 느끼했다. 목소리의 기름기. 과한 듯한 표정. 조금 치켜올라간 입꼬리. 분명한 건 짙은 눈썹 밑 눈빛이 묘하게 강한 당길심을 지녔다는 점.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에서 반항기 많은 아역을 연기하던 어린 배우는 그랬다.

“내게 가까이 오지 말라. 내게서 멀어지지도 말라. 어명이다.”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해품달의 김수현이 한가인을 향해 내뱉는 연정의 대사에 팬들은 열광한다.


허미경 방송미디어팀장
최종 캐스팅에선 반대가 컸다고 한다. 문근영이 여주인공 역을 고사하자 한가인이 낙점된 뒤였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드라마를 하고 싶었던” 김도훈 피디는 소년과 성인 중간 느낌의 눈빛 좋은 배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눈빛이 좋다는 건 연기의 시발점이 마음이라는 거다. 또래 연기자들이 거울을 보며 연습한다면 이 친구는 마음을 어떻게 먹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고교생 김수현을 기용했던 최문석 피디는 “비주얼과 목소리”를 꼽았다. 비주얼이 ‘시청자들에게 보이는 것’이라면 목소리는 ‘들리는 것’. 배우의 기본 자질은 그 두 가지라고 했다. 그는 “김수현은 장동건, 원빈, 소지섭 등 30대 중후반 톱스타들의 20대 초 시절과 견줄 때 연기력, 자질에서 앞선다”고 평했다. 김수현은 이제 20대 초반 배우의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최 피디의 말처럼 “단거리선수인지 1만미터짜리인지, 마라톤까지 할 수 있는지는” 오직 그한테 달려 있다.

허미경 방송미디어팀장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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