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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씨가 2인극 <댄스 레슨>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상대역 지현준씨와 춤을 추고 있다.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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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경의 TV남녀
배우 고두심씨의 모습이 요즘 안방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는 목하 춤바람이 나서 외도중이다. 1972년 단역으로 드라마에 데뷔했으니, 올해로 만 40년.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안방 시청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남들은 한 번도 어렵다는 지상파방송 3사의 연기대상을 석권하고도 모자라, 도합 다섯 번이나 받은 유일한 배우인데, 그 화려함보다는 늘 곁에 있을 것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연기자다. 그는 “잘났어, 정말”이란 유행어를 히트시킨 <사랑의 굴레>(1989·한국방송 연기대상 수상작)에서 자기 욕망에 솔직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뱉어내는 도회 아줌마였으며, 무엇보다 <춤추는 가얏고>(1990·문화방송 연기대상 작)에서 열정과 집념의 예술혼 ‘가야금 명인’ 죽사 이금화의 한평생을 연기했다. 알고 보면 그는 참 다양한 얼굴로 살았다. 그런데도 그는 대개 며느리나 어머니로 기억된다. 연기인생 40년 중 22년을 <전원일기> 속 맏며느리 ‘영남 엄마’로 살았기 때문이다. ‘국민’이란 수식어를 좋아하는 이들은 그를 ‘국민 어머니’라 부른다. 그렇게 시청자와 함께 나이 먹은 61살 여배우가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는 이제 싫다. 사랑하다가 죽는 역할을 맡고 싶다.” 그는 시작부터 엄마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오빠의 밥을 해주겠다며 상경해 “배역도 없이 녹화장 주변을 서성거리는 신세”로, “고작 가정부나 호스티스” 같은 단역을 맡던 4년의 시절을 거쳐 “24살 늦깎이로” 첫 주인공을 맡았는데, 엄마였다. 2011년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친딸과 키운 딸 사이에서 가슴을 치는 어머니도 가슴을 울렸지만, <꽃보다 아름다워>(2004년 연기대상)에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엄마 ‘영자’였을 때 그는 정말 바보처럼 퍼주는 우리네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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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씨가 2인극 <댄스 레슨>에서 상대역 지현준씨와 춤을 추고 있다.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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