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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02 19:41 수정 : 2012.11.02 21:19

<개그콘서트>코너 핑크레이디

허미경의 TV남녀

‘분홍색 쫄쫄이녀 3인방’의 정체는 누구? 안방 코미디의 선두 주자 <개그콘서트>(개콘)를 보다가 이번에도 웃음이 터진다. 물에 빠진 한 남자가 “도와줘요”를 외치는데, 구해주겠다고 나타난 건 ‘독수리 5형제’가 아니었다.

“악당들아 꼼짝 말아라, 우리는 핑크레이디~, 핑크 핑크 주문을 외쳐라, 우리는 핑크레이디.”

동글동글한 몸을 하고 얼굴을 가린 헬멧을 쓰고 온몸을 분홍 쫄쫄이옷으로 휘감은 ‘핑크레이디 3자매’였음이다.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들만 입는다는 쫄쫄이옷을 입고 위기에 빠진 인간을 구하는 핑크레이디! 지난주 선뵌 새 꼭지 ‘핑크레이디’(사진)는 개콘 코미디의 또다른 진화 양상을 드러낸다.

5~6년 전만 해도, 안방 오락프로그램에서 여자 코미디언이나 엠시(진행자)의 활약이 지금만 못했다. ‘예능프로는 남자들 천국’이었다. 지금처럼 <해피투게더>의 박미선·신봉선도, <안녕하세요>의 이영자도 없던 때였다. 그 까닭을 한 지상파 예능국 간부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시청자들은 여자가 망가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격세지감, 요즘은 ‘망가지는’ 여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왜일까? 시청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예전처럼 여자들을 ‘조신함’에 가둬놓기를 바라지 않는다. 망가지는 일은 그 망가짐을 용인하는 시청자층과 ‘망가지는 주체’의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개콘 ‘생활의 발견’ 꼭지의 신보라는 가랑이를 벌리고 벌러덩 드러눕기 일쑤다. ‘연적’ 격인 미모의 게스트 앞에서 미모와 재능을 놓고 겨루다가 케이오패로 망가지는데도, 신보라는 정말로 당당하다. 이뿐이랴. ‘희극여배우들’의 개그우먼들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자신이 쌓아온 캐릭터와 신체적 특성까지도 허물고 비틀며 코미디로 승화시킨다. 정경미는 동료 개그맨 윤형빈과의 연애담을 스스로 까발리며 미래의 ‘시댁’을 향해 고소고발 운운하며 빨리 결혼을 시켜 달라고 ‘압박’한다. 허안나는 섹시함을 과장하는 거북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저는 까진 여자가 아닙니다”를 외치고, 김영희는 “저는 꽃처녀입니다”라고 부르짖는다.

이들의 인기는 여자 코미디언들이 ‘추녀’나 ‘뚱녀’처럼 주로 외모를 이유로 남자들에게 무시당하는 캐릭터로 한정되던 데에서 벗어나 다종다양한 캐릭터로 수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다양한 망가짐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시청자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1박2일>,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같은 지상파 간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남자들의 전유물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올해 7월 지상파 3사 54개 오락프로의 엠시 성별을 조사했더니, 남성이 116명(67.9%), 여성은 55명(32.1%)이었다.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선 핑크레이디 3자매가 마냥 임무에 충실한 건 아니다. 물에 빠진 남자는 죽을 판인데, 준비운동 하느라 몇분, 수영모자 쓰느라 몇분, 셋이 힘을 합친다며 ‘합체’하느라 몇분, 애간장을 태운다. 남자를 구한 뒤엔 ‘인공호흡’을 실시하라는 누군가의 말에 돌연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칫솔질을 하고 몸을 배배 꼰다. 유아용 ‘텔레토비’ 인형들처럼 ‘유아’스러운 춤을 추어대면서도, 남자한테 김칫국부터 마시는 이 분홍 3자매의 ‘솔직한 음심’에 시청자는 낄낄댄다. 핑크레이디는 “도와줘요”를 외치면 나타나던 팔뚝 건장한 뽀빠이나 독수리 5형제 캐릭터를 무색하게 뒤집으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쫄쫄이옷 속 3녀의 정체는 누구?

허미경 대중문화팀장 carmen@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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